•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파리는 도심에 수소충전소…한국은 트레일러도 못들어와

등록 2018.10.16 06:2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40t 튜브트레일러, 서울 중량제한로 115개 전구간 통행 불가

운전자 셀프충전 불법…까다로운 설치기준에 부지마련 어려워

파리는 도심에 수소충전소…한국은 트레일러도 못들어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수소전기차 '넥쏘'가 국내에서 출시됐지만 규제의 벽이 산업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소전기차 산업은 심각한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수소경제를 3대 전략 투자분야로 선정했지만 수소 튜브트레일러가 도심을 통행하기 어려운데다 각종 법률에 막혀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운전자의 셀프 충전도 불법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에 따르면 수소 운반용 튜브 트레일러는 40t 무게의 금속재로 만들어져 있어 서울 시내 중량제한도로 115개 전 구간에서 통행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2022년까지 수소차 충전소를 최대 310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운송 장비인 튜브 트레일러의 하중 문제로 도심 운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소 운반용 용기는 무려 19년 전인 1999년 제정된 용기기준에 따라 충전압력 35㎫, 내부용적 150L 이하일 경우만 복합재료용기로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소연료 대부분이 금속재 용기로 제조돼 공급되고 있다.

 현재 금속재료 수소 튜브트레일러는 1회 운송량이 약 200kg로, 수소버스 8대밖에 충전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의 경우 총중량 제한도로 115개 모두가 20t 이하만 진입 가능해 서울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소충전소가 도시 내에 만들어 진다고 해도 원활한 수송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수소용기 재료를 복합재료로 사용해 수소 수송능력이 국내보다 2배 이상 높다. 일본의 경우 최대 충전압력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45㎫이며, 내부용적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큰 360L다. 유럽 역시 충전압력 45㎫에, 내부용적이 3000L에 달한다.

 박정 의원은 "수소 튜브 트레일러를 복합재료로 바꾸면 금속재보다 내용적을 증가시킬 수 있어서 1회 운송량을 현재 금속재의 200kg보다 2.5배 많은 500kg까지 운송할 수 있다"며 "운반차량(튜브트레일러 트랙터) 연비도 50%(2→3km/L)나 향상시켜 대기오염과 운송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수소충전소 설치 기준 때문에 부지 확보도 쉽지 않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치원, 대학 등 학교 부지로부터 200m 이내에는 수소충전소 설치가 어렵다. 전용주거지역, 상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는 수소충전소 설치가 불가능하며, 철도안전법에에서도 철도보호지구의 경계로부터 30m 이내에는 수소충전소 입지를 제한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수소충전소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 도심 안쪽에 충전소가 지속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5년 설치된 일본의 이와타니 수소스테이션 시바코엔역 지점은 반경 3km 내에 긴자, 국회의사당 및 정부청사가 위치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충전 시연을 관람한 에어리퀴드사의 수소충전소 역시 에펠탑이 바로 보일 정도로 프랑스 최대 도심 내 위치하고 있다.

 운전자의 셀프 충전이 사실상 불법인 것도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지난 14일(프랑스 현지시간) 파리에서 넥쏘를 시승하고 파리 도심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에서 충전 시연도 참관했다. 이 날 충전은 현지의 투싼 수소전기차 택시 운전사가 직접 시연했다.

 운전자가 연료를 직접 충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운전자의 수소 셀프 충전이 불법이다. 국내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반드시 수소충전소에 고용된 인원만이 직접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일정 시간의 안전교육을 이수한 운전자라면 누구나 수소차 충전을 직접 할 수 있다.

 안전관리책임자 자격 역시 수소충전소에만 유독 엄격하다.

 국내 수소충전소의 경우 반드시 안전책임관리자가 상주해야 하지만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 중앙관제를 통해 안전을 관리 감독한다.

 국내에서도 CNG 충전소나 LPG 충전소의 안전관리책임자는 안전관리자 양성교육이나 충전시설 안전관리자 양성교육을 이수하면 설립 자격을 얻을 수 있지만 수소충전소 안전책임관리자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가스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해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전기차 1만5000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수소충전소에 대한 규제 개혁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며 "최근 정부도 개발제한구역 내 천연가스 충전소에 수소전기차 충전소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 보완에 나서고 있지만 보다 과감한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