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온두라스發 대규모 이민행렬, 美중간선거 화두로

등록 2018.10.17 11:15: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트럼프, '지원' 거론하며 중앙아메리카 국가들 압박

일각선 中의 중미 영향력 확대 계기로 보기도

 【에스퀴풀라스(과테말라)=AP/뉴시스】과테말라 에스퀴풀라스에서 15일 온두라스 이주자들이 과테말라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미국을 향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온두라스 이주자들이 미국행을 멈추지 않으면 온두라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18.10.17

【에스퀴풀라스(과테말라)=AP/뉴시스】과테말라 에스퀴풀라스에서 15일 온두라스 이주자들이 과테말라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미국을 향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온두라스 이주자들이 미국행을 멈추지 않으면 온두라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18.10.17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11월6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앙아메리카를 가로지르고 있는 미국행 대규모 불법 이주민 행렬이 화두가 되고 있다.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향하는 대규모 불법 이주민 행렬이 온두라스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온두라스에 대한 원조는 없을 것이다. 이미 온두라스 대통령에게 확실히 알렸다"고 밝혔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행렬은 중앙아메리카에서 아이티에 이어 두번째로 가난한 나라인 온두라스에서 시작됐다. 온두라스에선 갱단에 의한 폭력 사태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행렬이 시작된 산페드로술라는 '살인의 수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행렬은 당초 200명 규모였지만, 온두라스를 떠나 과테말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참여자 수가 나날이 불어났다. 외신들은 현재 이 행렬 참가자들이 2000여명에 이르며, 이들 중 온두라스 외 다른 지역에서 합류한 이들도 수백명 상당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온두라스 국경을 넘어 과테말라로 진입했으며,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다. 온두라스 국회의원 출신인 바르톨로 푸엔테스가 이들을 이끌어 왔다. 이들은 멕시코에서 ‘인도주의적 비자(Visa por razones humanitarias)’를 신청할 계획이다. 비자가 발급되면 이들은 미국 국경까지 행렬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향후 여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경고 이후 행렬을 바라보는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시선이 심상치않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멕시코가 행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멕시코 정부의 이민 관련 기관인 국립이민연구소는 이날 "행렬 참가자들이 (인도적 비자 발행에 필요한) 법적 요건에 맞는지 판단할 것이며, 이에 따르지 않는 이들은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테말라 경찰은 16일 행렬을 이끌어온 바르톨로 푸엔테스를 억류했다. 행렬이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다. 외신에 따르면 푸엔테스는 과테말라 이민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금명간 온두라스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은 반이민 정책을 고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중앙아메리카 국가 내에서 힘을 발휘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폭력 갱단과 부패 문제를 비롯해 대규모 불법 이주민 문제 해결에 더 노력한다면 그 대가로 경제개발과 투자를 돕겠다는 의사를 지난주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 3220㎞에 달하는 멕시코 국경 장벽을 쌓겠다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대규모 불법 이주민 행렬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미국 민주당이 11월6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누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그가 내걸었던 반이민 정책의 실행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국제적 여론도 만만찮다.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 이 지역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사회는 이주민 행렬을 환영하고 물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행렬 참가자인 산체스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우리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친절과 음식을 줬다"며 "오로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 우리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렬이 온두라스와 중국 간 긴밀한 관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두라스가 아직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중국이 대만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에 쏟는 노력에 비해 미국의 중앙아메리카 지원은 다소 약하다는 것이다.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은 이와 관련,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기회'로 칭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엔 미국의 지원 축소가 중앙아메리카의 불법 이민 저지 노력을 방해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