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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김홍빈 "김창호 대장, 남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 후배"

등록 2018.10.17 17: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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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광주시장애인체육회는 김홍빈 대장이 '희망나눔 2017 한국 로체 원정대'를 이끌고 세계 4위 고봉 로체(8516m) 정상을 밟았다고 22일 밝혔다. 정상 등정에 앞서 임자체(6189m)에서 머물고 있는 김홍빈 대장. 2017.05.22. (사진=광주시장애인체육회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광주시장애인체육회는 김홍빈 대장이 '희망나눔 2017 한국 로체 원정대'를 이끌고 세계 4위 고봉 로체(8516m) 정상을 밟았다고 22일 밝혔다. 정상 등정에 앞서 임자체(6189m)에서 머물고 있는 김홍빈 대장. 2017.05.22. (사진=광주시장애인체육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남을 위해 많이 봉사하고 희생했던 후배였는데…"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등반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김창호(49) 대장 등 5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김창호 대장의 빈소를 찾은 산악인 김홍빈(54) 대장은 "처음 후배에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사망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심해도 어디 부러진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도 (김 대장 사망이) 전혀 믿기지 않는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김 대장은 고인과 2006년과 2007년 에베레스트를 함께 등반한 인연이 있다.

그는 "실제로 이런 사고는 네팔에 있는 사람들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더구나 해발 3500m에서 돌풍에 의해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이례적이고,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고 애통해했다.

고인의 생전 모습에 관해서는 "남을 위해 많이 봉사하고 희생했던 후배로 기억한다"며 "2007년 에베레스트 등반 때도 그가 손가락이 없는 장애인인 나를 많이 배려해 준 덕에 쉽게 등반할 수 있었다. 다른 대원들을 위해 앞에 서서 가면서 길을 터주는 등 희생정신을 많이 갖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대장은 1991년 북미지역 최고봉 데날리(6194m) 등반 도중 조난 사고로 열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최근 내가 굉장히 컨디션이 안 좋아 장 출혈이 있었다. 그러자 그는 지인을 통해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내가 검진을 받도록 해줄 정도였다. 지난해 산을 오르다 저녁이 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김 대장에게 전화했다. 그랬더니 자세히 설명을 해주더라. 학술적으로도 등반에 관해 연구를 많이 해 배울 것이 많았던 후배다"고도 추억했다. 

김 대장은 "고인은 남이 가지 않은 길, 새로운 길을 열고 계속 가는 일을 해왔다"며 "앞으로 고인과 같은 그런 역할을 해줄 후배가 나올지 의문이 든다"고 안타까워 했다.  
 
사망 원인을 두고는 "'돌풍에 의한 눈사태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해발 3500m 정도면 벽에 붙여 텐트를 치는데 벽에 붙어 있던 얼음덩이를 돌풍이 건드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그런데 그런 돌풍이 텐트를 휩쓸어 가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아마도 돌풍이 위에서 밑으로 불지 않았나 싶다"고 짚었다.

김 대장은 2015년 에베레스트 등반 당시 네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가 각국 산악인 400여 명이 모인 베이스캠프를 덮쳐 네팔인 셰르파 19명이 사망한 현장에도 있었다.

그는 "당시처럼 지진으로 인한 눈사태가 일어난 그런 경우는 그동안 없었다"며 "일기 예보를 보고 산에 가더라도 산 자체에서 기후를 만들기 때문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말 위험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많이 뚫어온 김 대장이다. 이제 편히 쉬기를 바란다. 이제 후배 중에 누군가 (그 길을)이어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고인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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