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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제주 예멘인 ‘무더기’ 인도적 체류허가…“지나친 여론 의식 때문” 논란

등록 2018.10.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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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체류비율 75%…전체 평균 7.6% 대비 10배 높아

“정부, 국민 여론 핑계 삼아 난민 인권 보호 노력 소홀”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14일 오전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23명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발표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18.09.14.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나서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 (사진=뉴시스DB)


【제주=뉴시스】조수진 배상철 기자 = 두 차례에 걸친 법무부의 제주 예멘인 난민심사 결과를 두고 정부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무더기’로 인도적 체류 허가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에서 체류 중인 예멘인 난민 신청자를 대상으로 2차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339명, 단순 불인정은 34명, 심사 결정 보류는 85명 등이다. 난민 인정자는 한 명도 없다.

 지난 9월 1차 심사 결과를 포함하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은 전체 신청자 481명 중 75%인 362명으로 가장 많았다. 심사가 보류된 대상자도 85명이나 있어 인도적 체류자 비율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이 난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난 199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난민 심사가 마무리된 2만361명 가운데 7.6%인 1540명만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난민 수용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상황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17일 오전 제주시 용담3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1층 대강당에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심사 결과 2차 발표 브리핑이 열린 가운데 김도균 청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17.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17일 오전 제주시 용담3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1층 대강당에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심사 결과 2차 발표 브리핑이 열린 가운데 김도균 청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17. [email protected]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 위원장은 “난민 심사는 개별사유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법무부가 단순히 ‘내전’이라는 큰 틀에서 무더기로 인도적 체류 결정을 내렸다”라며 “‘예멘 난민’이 워낙 큰 이슈가 되다보니 정부는 일단 이 상황을 빨리 종결시키고 싶어 지나치게 정무적인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프랑스·독일·캐나다 등에서도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국민이 많지만 오히려 정치가들이 ‘증오가 맞지 않다’라며 국민을 설득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어느 정부때보다 인권을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 여론을 핑계 삼아 마땅히 해야할 난민 인권보호의 노력을 소홀히 한 부분은 정말 실망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예멘인을 대상으로 한글교육 봉사를 하고 있는 김모(39·제주)씨는 “제주에 와 있는 예멘인 대부분은 강제징집을 피해 본국을 떠났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면 죽을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상황을 무시하는 이번 정부의 난민 심사 결정은 포퓰리즘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라고 질타했다.

 예맨 본국에서 박해 위험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인도적 체류 지위는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19일 국가인권위원회·한국난민인권연구회 주최로 열린 ‘난민인정자 처우 현황보고대회’에서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김세진 변호사는 “시리아 등 내전을 피해 온 이들은 한국에서 상당기간 살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난민법상 부여받은 권리는 취업활동 허가뿐”이라며 “사회보장·기초생활보장·교육보장 등이 불가능하고 가족 구성원과 함께 살 수 있는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아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호데이다=AP/뉴시스】예멘 호데이다에서 9월 27일 한 남성이 영양실조 상태인 달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미국의 지지를 받는 아랍 연합군이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집중 폭격하면서, 기근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2018.10.04

【호데이다=AP/뉴시스】예멘 호데이다에서 9월 27일 한 남성이 영양실조 상태인 달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미국의 지지를 받는 아랍 연합군이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집중 폭격하면서, 기근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2018.10.04


 
 이처럼 인도적 체류 허가비율이 높은 데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난민협약상 난민이 적용되는 5가지 규정(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 소속·정치적 견해 등으로 박해를 받는 자)에 해당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절대로 박해 가능성이 낮다거나 덜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적 체류 허가 대상자는 국내에서 1년간 체류할 수 있으며 출도(出島) 제한 조치가 풀려 육지부로 이동이 가능하다. 

 단순 불인정된 대상에는 예멘이 아닌 제3국에서 출생한 후 그 곳에서 계속 살아왔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는 등 제3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어 경제적인 목적으로 난민 신청한 것으로 판단된 자, 범죄혐의 등으로 국내 체류가 부적절한 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절차 종료시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으나 출도제한 조치는 계속 유지된다. 

 다만 어선원 등으로 취업해 출어 중이거나 일시 출국해 면접을 하지 못한 16명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69명 등 85명은 심사 결정이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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