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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향해"…온두라스인들, 왜 3000km 행군 나섰나

등록 2018.10.19 16: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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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온두라스에서 살 수 없다”

“집도 일자리도, 안전도 없다”

Honduran migrants pray at an improvised shelter in Chiquimula, Guatemala, Tuesday, Oct. 16, 2018. U.S. President Donald Trump threatened on Tuesday to cut aid to Honduras if it doesn't stop the impromptu caravan of migrants, but it remains unclear if governments in the region can summon the political will to physically halt the determined border-crossers. (AP Photo/Moises Castillo)

[치키물라=AP/뉴시스]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주로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최대 4000명의 이주자들 중 다수는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찾아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온두라스 이주자들이 16일 과테말라 치키물라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기도하는 모습. 2018.10.19


【서울=뉴시스】 이운호 기자 = 지난 12일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에서 약 160명 규모로 시작된 이주자 행렬이 18일(현지시간) 현재 최대 약 4000명으로 불어나면서, 미국과 멕시코를 비롯한 북중미지역에서 외교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주로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최대 4000명의 이주자들 중 다수는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찾아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두라스 중북부에 위치한 도시 요로에서 미국까지 약 3000km의 여정을 떠난 제니퍼 파올라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온두라스에서 살 수 없다”며 그 곳에는 “집도 일자리도 없다”고 말했다. 온두라스에서 농사일을 짓던 16세 소녀 파올라는 친구들과 이번 행렬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으며, 자신이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2018년 발행된 CIA 팩트북에 따르면, 온두라스는 중앙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로,높은 소득격차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온두라스 정부가 발표한 5.9% 라는 2017년 공식실업률 통계와는 달리, 온두라스 인구의 약 3분의 1이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인구의 약 30%가 빈곤선이나 그 이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온두라스 산타 바바라에서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데리고 출발한 21세 패니 로드리게스는 “우리는 뭔가 화려한 것을 찾아 가는 것이 아니다”며, “나는 그저 우리 딸들이 먹을 음식과 옷만 부족하지 않으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취약한 안보상황 역시 이들 이주자들의 큰 동기가 되고 있다. 가족 넷과 함께 걷고 있는 27세 에버 에스칼렌테는 길에서 갱들에게 위협을 받은 후에 이민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 행렬이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두라스는 미 국무부가 높은 범죄율을 근거로 자국민들에게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번 이민행렬을 군대를 동원해서 막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들이 미국에 범죄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18일 아침에 올린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의 지도자들이 물 밀 듯이 들어오는 이주자들을 거의 막지 않고 있다”며, 이번 이주자 행렬은 “다수는 범죄인(MANY CRIMINALS)"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게 모두 민주당이 만들어 놓은 허약한 이민법(All Democrats fault for weak law!)”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11월 6일 중간선거에 이주자들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 초반까지 온두라스 정부에 집중되어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현재 엘 살바도르와 과테말라를 확장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이주자들의 행렬이 중단되지 않으면, 이들 3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주자들의 행렬이 이미 국경을 지나 과테말라로 진행된 상태에서 온두라스 정부가 실시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은 이 행렬에 합류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현재 국경 인근 안보를 강화해 둔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온두라스 정부는 국내에서 행렬 합류를 반정부 행위로 규정하고 국민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테말라 정부는 이주자 행렬에 참여했던 전직 온두라스 국회의원을 이민법위반 혐의로 구금했다. 그러나 지미 모레 모레랄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트럼프의 지원금 중단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모레랄스 대통령은  온두라스 대통령에게 행렬에서 이탈해 온두라스로의 복귀를 결정한 이주자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멕시코 정부는 약 700명의 경찰을 남부 국경에 배치하고 이주자 행렬의 멕시코 영토 진입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8일 오후까지 몇몇 이주자들은 이미 강을 건너 멕시코 영토에 들어섰고, 멕시코 남부에 위치한 도시 시우다드 이달고 지방정부는 이들에게 임시거처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강력한 이민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18일 군대를 동원해서 이들 이주자들의 위협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파올라를 포함한 온두라스 이주자들은 18일 과테말라 시티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까지 860km를 걸어왔다. 미 국경까지는 약 2000km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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