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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메시지 듣자마자 靑 참모들 사이 '아~' 탄성

등록 2018.10.19 13: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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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관계자 "교황,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메시지 그대로"

"북한에 갈 수 있다는 표현, 영어로 'availible'에 해당"

"유흥식 주교, 파롤린 국무원장 한국어 발음 교정 도와"

【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있다. 2018.10.18.  photo1006@newsis.com

【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있다. 2018.10.18. [email protected]

【브뤼셀(벨기에)=뉴시스】김태규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청와대 참모진에 처음 전해진 순간에 일제히 탄성이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숨죽이고 듣고 있던 청와대 참모진들은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는 교황의 메시지가 소개된 순간, '이제는 됐다'는 안도의 한숨을 넘어 일종의 확신에 찬 전율을 공통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교황청 순방 뒤 다음 방문국인 벨기에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교황의 단독 면담 뒷얘기를 소개하며 이렇게 전했다.

 교황과의 면담은 일반 외교적 차원의 정상회담과 달리 '영적(靈的) 대화'로, 서로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전에 교황청과 협의를 거쳐 면담 주요 내용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교황과의 단독 면담에서의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통역을 담당했던 한현택 신부가 유일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면담 직후 문 대통령에게 대화를 전해들었고, 한 신부에게 정확한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언론에 공개했다.

 이탈리아어로 진행된 대화 탓에 문 대통령도 한 신부를 통해 통역된 말을 토대로 기억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기억이 정확한지 여부는 역시 한 신부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오후 12시48분 단독 면담 장소인 교황국 2층 서재의 문이 열리는 순간 윤 수석은 교황에게 예를 갖추자마자 문 대통령에게 달려갔다.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였다.

 일종의 취재를 담당한 윤 수석 주변에는 문 대통령을 수행한 청와대 참모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달한 문 대통령에게 어떤 답을 들려줬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대한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나는 (북한에) 갈 수 있다"는 교황의 발언에 대해 "한 신부한테 정확한 의미를 물었더니 '영어로 표현하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가능한(available) 일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했다"며 "그래서 '나는 갈 수 있다'는 문장으로 발표된 것"이라고 전했다.

 상대국의 공식적인 초청장 없이는 방문하지 않는 교황의 관례에 비춰봤을 때, 사실상의 수락 의사를 넘어 반드시 가겠다는 확답을 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독 면담 내용 중에서 핵심이었던 교황의 방북 초청 수락 메시지 외에 청와대 참모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목은 따로있었다. 교황이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는 대목이었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 하지 말라"고 말했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는 교황의 메시지가 소개되자  귀기울여 듣고 있던 참모진들 사이에서 일제히 "아~"하는 낮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선 문 대통령의 힘든 여정이 교황의 지지발언 한 마디에 한 꺼번에 보상받았다는 생각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교황의 메시지는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대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라면 전날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성베드로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면서 들려준 한국어라 할 수 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한국어로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 합시다"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파롤린 국무원장이 다소 느리지만 정확하게 한국말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의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유 주교와 함께 한국어 발음 연습을 반복해서 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유 주교는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교황도 잘 알고 있다"며 "유 주교가 미사 전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직접 한국어 발음 방법 등을 알려주며 도왔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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