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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보수언론, 카슈끄지 흠집내기…"빈라덴 등 테러범들의 친구"

등록 2018.10.19 16: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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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우디 옹호' 비판여론 잠재울 의도

對사우디 조치 약화 명분될 듯

【리치먼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켄터키주 리치먼드에서 중간선거 지원 연설을 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2018.10.17

【리치먼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켄터키주 리치먼드에서 중간선거 지원 연설을 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2018.10.17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미 공화당 구성원들과 보수 언론이 터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흠집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11월6일 중간선거가 목전인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카슈끄지 사건 대응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공화당 강경파들과 보수 언론인들이 카슈끄지에 대한 중상모략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와 한편인 보수 공화당 구성원들은 카슈끄지가 청년 시절 무슬림 형제단과 관련이 있었다는 의혹과 오사마 빈 라덴 옹호 음모론을 공유하고 있다.

 폭스뉴스 앵커 해리스 포크너는 이날 "카슈끄지는 무슬림 형제단과 끈끈하게 묶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포크너의 주장은 이후 선거운동에 이용됐다.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 소속 팀 케인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공화당원인 코리 A. 스튜어트는 같은 날 지역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카슈끄지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그 후원자들은 수백만명의 트위터 팔로어에게 카슈끄지가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했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이 밖에도 포퓰리즘 성격을 띤 라디오 진행자 마크 레빈이 설립한 보수 온라인 언론사인 CRTV 방송은 카슈끄지를 '테러리스트들의 오랜 친구'라고 규정했다. 이 방송 조회수는 1만2000회 이상이었다.

 극우 성향인 프론트페이지 매거진은 한 기사에서 카슈끄지를 이슬람 테러리즘 옹호자로 묘사했고, 카슈끄지와 빈라덴이 팔짱을 끼고 있는 만평을 게재했다.

 WP에 따르면 이들 주장은 대부분 거짓에 가깝다. 중동 지역에서 카슈끄지의 활동 이력을 추적한 전문가들은 그가 한때 이슬람주의 운동에 동정적이긴 했지만 이후 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지적한다. 또 카슈끄지가 1980~1990년대 아프가니스탄 내전 당시 빈 라덴을 알았던 건 맞지만, 철저히 취재원과 기자 관계였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내 구성원들은 카슈끄지에 대한 음해성 정보 유포를 알고도 관망하고 있다. 이 정보들이 11월6일 선거를 앞두고 카슈끄지 문제로 거세진 트럼프 대통령 비판 여론을 무마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이 불거지며 가해자로 지목된 사우디를 두둔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아울러 이같은 정보들은 사우디를 대하는 미국의 외교적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카슈끄지가 테러리스트들과 우호적인 관계라는 인식이 퍼질 경우 사우디 왕실의 범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약해질 수 있고, 미국 역시 상대적으로 사우디에 약한 조치를 취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카슈끄지 사건을 사우디 왕실과 직접 연관짓는 데 거리를 둬 왔지만 살해 용의자 상당수의 신원이 공개되는 등 사우디 왕실과의 연관성이 속속 드러나자 뒤늦게 카슈끄지 사망을 인정하고 '강력 성명'을 거론하는 등 조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더 이상 사우디 책임론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카슈끄지에 대한 비난 여론을 만들어 범죄의 비도덕성을 희석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 낙마를 시도했던 신보수주의자 윌리엄 크리스톨은 이를 두고 "트럼프는 유화적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변명을 찾아주는 것"이라며 "그 방법 중 하나가 희생자를 비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일부 공화당원들은 입법부 차원의 사우디 견제 조치를 비롯해 미국의 사우디 지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보수 언론이 조직적으로 카슈끄지 흠집내기를 자행하는 상황에서 그같은 시도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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