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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노예로 전락하는 청년들…작업대출·내구제대출 등으로 유혹

등록 2018.10.21 09: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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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불법대출, 누리소통망 통해 확산…사망에 이르기도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자금난에 시달리는 우리 청년들이 각종 불법대출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불법대출에 휘말린 청년들은 고액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위 '채무노예'로 전락하기 쉽다.

 올 7월 경북 구미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발단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작업대출'이었다.

 구미공단에서 A(22)씨와 동거하던 여성 4명은 A씨가 작업대출을 받게 했고 그 돈으로 생활비와 생계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반발하자 이들 4명은 수개월에 걸쳐 A씨를 집단폭행했고 결국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작업대출이란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무직 청년을 상대로 한 범죄다. 범인들은 무직 청년에게 접근, 직업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대출을 받게 한 뒤 그 중 대부분을 수수료로 떼먹는다.

 작업대출은 전국 각지 청년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2015년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30세 지적장애 여성을 꼬드겨 작업대출을 받게 한 뒤 이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2013년 광주에서는 '외국인을 위해 대출 명의만 빌려주면 공증을 통해 다시 해당 외국인에게 채무를 이전하겠다'는 등 명목으로 20대 여성 30여명에게 작업대출을 받게 한 뒤 이를 가로챈 광주지역 조직폭력배 10여명이 구속기소됐다.

 불법대출수법은 작업대출에 머물지 않는다. 작업대출 외에 변형된 형태의 수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가 나를 구제한다'는 의미의 '내구제대출'이 성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내구제대출은 '휴대폰내구제'다.

 휴대폰내구제란 휴대전화를 할부로 개통한 뒤 휴대전화기기를 팔아 현금을 챙기고 그 현금을 생계비로 쓰는 것이다. 이 과정에 악성 중개인이 끼어든다. 중개인들은 청년에게 하루에 4~5개의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 수수료를 떼먹는다.

 휴대폰내구제의 결말은 암울하다. 할부금과 휴대전화 요금을 갚지 못한 청년은 '통신채권불량자'가 된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넘어 정수기를 10대나 임차(렌탈)해서 현금화했다가 수천만원대 빚을 떠안은 청년의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불법대출은 청년층이 주로 활용하는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카카오 등 주요 누리소통망에서 급전, 작업대출, 현금화 등 단어를 입력하면 불법금융광고가 검색된다. 이처럼 청년층이 불법대출에 노출돼있는데도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의 대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영섭 '빚쟁이유니온' 집행위원장은 19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제9회 동아시아 금융피해자 교류회에서 이 같은 청년층 대상 불법대출 현황을 소개했다.

 한 위원장은 불법대출로부터 청년층을 지키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층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수목적은행 설립 ▲청년층 부채문제를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기관 설립 등을 제안했다.

 한 위원장은 또 청년부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시중은행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은행은 돈이 되지 않는 차주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 대신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이자수익을 늘리는 한편 이를 통해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금융을 공급받지 못하는 청년들은 고금리대출과 약탈적 금융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면서 "왜 예금자이사, 대출자이사, 직원이사는 없나"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은행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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