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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농협, 관광비자 입국 중국인 불법고용 '물의'

등록 2018.10.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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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근로 중국인은 무자격 브로커가 알선

불법사실 질타 후에도 20여일 더 일 시켜

급여는 개인 아닌 브로커 통장으로 일괄지급

2개월 경과한 이달 초순께 자체감사 나서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의성농협. 2018.10.22 kjh9326@newsis.com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의성농협. 2018.10.22 [email protected]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경북 의성군 소재 의성농협이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을 8개월여 동안 불법 고용해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농협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불법고용했다는 사실 및 이들을 공급해온 브로커가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무자격자라는 사실 등을 인지한 후에도 계속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 주민들에 따르면 의성농협은 경제사업 일환으로 지역특산품인 의성마늘을 계약재배 후 깐마늘과 피마늘(껍질을 벗기지 않은 마늘) 등의 제품을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의성농협이 운영 중인 의성읍 원당리 소재 마늘가공센터(부지 1만 7334㎡, 연건평 4428㎡)에는 평소 10~40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마늘선별·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의성농협은 이 과정에서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3개월짜리 방문비자(C-1) 또는 초청비자(F-1)로 입국한 중국인들을 수개월간 불법고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 불법고용돼 일을 한 중국인 근로자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하루 평균 10~20명(연인원 1460여명)에 달한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일을 하려면 방문취업 비자(H-2) 등 영리활동이 가능한 비자를 받고 입국 후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관광 등 비교적 짧은 기간 체류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3개월짜리 방문비자, 장인·장모 등 친인척을 초청하는 초청비자는 영리활동을 할 수 없다.


◇외국인 불법고용 알선한 브로커도 무자격자

이들 중국인들의 불법고용 뒤에는 의성농협 관계자들의 묵인과 함께 중국에서 근로자를 모집해 공급해온 중국 출신 다문화가정 브로커 30대 A(여)씨가 있어 가능했다.

10여 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한 A씨는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중국 근로자들을 의성농협 마늘작업장에 알선해 왔다.

A씨는 중국에서 친·인척 등을 포함해 근로자를 모집한 후 관광비자 또는 초청비자 등을 이용해 이들을 국내로 입국시켰다.

의성읍 인근 농촌지역 과수원 창고 등에서 숙박을 제공하며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매일 마늘작업장까지 출·퇴근시켰다.

A씨는 그 대가로 중국 근로자들이 의성농협으로 받은 일당(남자 9만 원, 여자 7만 원)에서 1만5000원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성농협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내국인 근로자의 경우 임금을 각 개인의 은행계좌로 매일 지불했다.

은행계좌가 없는 이들 중국인들에게는 당일 채용한 인원의 임금 총액을 브로커 A씨 통장으로 일괄 지급했다.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중국 근로자들이 불법으로 일한 의성농협 마늘가공센터. 2018.10.22 Kjh9326@newsis.com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중국 근로자들이 불법으로 일한 의성농협 마늘가공센터. 2018.10.22 [email protected]

임금을 근로자가 아닌 무자격자 브로커에게 일괄 지급하는 것도 불법이다.

A씨는 지난 7월 26일 '의성농협 이사회'에서 이 같은 불법고용 및 무자격 브로커 등의 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된 이후 서둘러 근로자파견사업 허가증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에 눈 감은 의성농협,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주변에서는 의성농협의 이 같은 불법사실에 대해 내부 관계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의성농협이 일용직으로 고용한 중국인들은 무자격자 A씨가 알선했기에 이들이 정식으로 취업비자를 받고 입국한 외국인들인지,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했는지 몇가지만 살펴보면 충분히 손쉽게 알 수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관광비자나 초청비자로 입국해 불법취업한 해당 외국인은 물론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도 처벌대상이다.

지난 7월 열린 의성농협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가 거론되면서 이 같은 각종 불법사실이 수면 위로 부상한 뒤에도 의성농협 경영진의 늑장 대응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불법 중국인 근로자들은 이사회에서 질타를 받은 후 20여일이 경과한 지난 8월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용돼 근무했다.

이에 대한 자체감사는 그로부터 2개월을 훌쩍 넘긴 이달 10일께 착수했다.

한 주민(59·의성읍)은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구인난을 이유로 외국인을 불법고용했다는 것은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더욱이 그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늑장대응했다는 것은 도덕적 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의성농협의 한 관계자는 "마늘작업장에 투입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다"며 "나중에 불법고용 사실을 알았지만 작업 중이던 톨작업(수확한 마늘에서 줄기를 절단하는 작업)이 끝나지 않아서 곧바로 내보낼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또 다른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7월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이 문제가 거론됐지만 마늘작업 등 일정이 바빠서 자체감사가 늦어졌다"며 "오는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관련자 문책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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