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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장석주 '스물 살은 처음입니다'·이호준 '티그리스강에는 샤가 산다'

등록 2018.10.23 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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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장석주 '스물 살은 처음입니다'·이호준 '티그리스강에는 샤가 산다'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스물 살은 처음입니다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한 장석주 시인의 시집이다.

'참 한심했었지, 그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하는 일마다 실패 투성이었지/ 몸은 비쩍 말랐고/ 누구 한 사람 나를 거들떠보지 않았지/ 내 생은 불만으로 부풀어 오르고/ 조급함으로 헐떡이며 견뎌야만 했던 하루하루는/ 힘겨웠지, 그때/ 구멍가게 점원자리 하나 맡지 못했으니// 불안은 나를 수시로 찌르고/ 미래는 어둡기만 했지/ 그랬으니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내가/ 바다 속을 달리는 등 푸른 고등어 떼처럼/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랬으니, 산책의 기쁨도 알지 못했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줄도 몰랐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을 건넬 줄도 몰랐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무지로 흘려보내고/ 그 뒤의 인생에 대해서는 /퉁퉁 부어 화만 냈지'('내 스무 살 때' 전문)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중)

시인은 "어느 날 문득 젊은 날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시의 언어로 쏟아졌다"며 "잃어버린 첫사랑의 시들, 모호한 불안과 갈망을 앓으며 썼던 이 시들은 영원한 스무 살의 언어로써 자리잡을 때만 빛난다"고 밝혔다.

"이 시들이 완숙하다고 할 수 없지만 불안과 미숙은 젊음의 불가피한 성분이다. 이런 서툴고 아름다운 시를 쓸 재능과 시간이 내게는 한 점도 남아 있지 않다. 오늘은 바람결에 이 시를 다 실어 보내고 헛헛한 가슴을 안고 강물을 따라 저 하류까지 내려가 볼 참이다." 120쪽, 1만원, 지혜
[시집]장석주 '스물 살은 처음입니다'·이호준 '티그리스강에는 샤가 산다'


◇티그리스강에는 샤가 산다

2013년 '시와 경계'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호준 시인의 첫 시집이다.

'괜히 11월일까/ 마음 가난한 사람들끼리/ 따뜻한 눈빛 나누라고/ 언덕 오를 때 끌고 밀어주라고/ 서로 안아 심장 데우라고/ 같은 곳 바라보며 웃으라고/ 끝내 사랑하라고/ 당신과 나 똑같은 키로/ 11/ 나란히 세워놓은 게지'('11월' 전문)

'어떤 갈매기는 젖은 모래 위에 알 대신/ 발자국 몇 개 낳아놓고 떠나는데 그런 날 바다는/ 파도를 저만치 밀어놓고/ 발자국이 부화되기를 기다린다'('갈매기 태양까지 날다' 중)

시인은 "숱한 배가 드나드는 선창에 머물렀다"며 "목선에서 작은 물고기를 내리는 일이 내 몫이었다"고 전했다.

"어느덧 내게도 돛 올리는 날이 왔다. 바람을 쫓아가는 아침마다 기도했다. 웃다가 울게 만드는 물고기 한 마리 잡게 해달라고. 꿈은 반쯤 이뤘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물에 물고기가 들 때마다, 그게 시이길 꿈꾼다." 136쪽, 9000원,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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