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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확행' 실현중인 오승록 구청장…"문화 통한 힐링·노원형 복지 중점"

등록 2018.10.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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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항상 칼끝에 선 심정" 압박감 심해

"구민들 문화를 통해 힐링하도록 하고 싶어"

"노원형 복지예산 편성 집중…사각지대 해소"

"남북관계 더 개선될 것…문화·체육교류 준비"

"구민들에게 소확행 구청장으로 기억됐으면"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0.2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0.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배민욱 박대로 기자 =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은 초선이다. 새내기 구청장이지만 구정을 바로보는 시각은 남다르다. 부드럽지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은 분명하고 명료하다.

 초선의 패기처럼 신선함, 새로운 생각과 발상, 과감함 등이 구정 운영 곳곳에 녹아 있다. 취임 후 100일이 지났지만 오 구청장만의 색채와 특색이 노원구에 스며들고 있다.

 오 구청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문화·힐링·행복한 노원을 강조했다. 민선 7기의 슬로건도 '자연과 문화 속으로! 힐링도시 노원'이다.

 어디를 개발하고 무엇을 만들고가 아니라 구민들의 행복이 가장 우선이 됐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은 오 구청장과 노원구를 상징하고 있다.

 행복을 위한 도구는 바로 '문화'다.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노원구 만들기는 오 구청장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주제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등에 가지 않더라도 노원구 내에서 수준 높은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모처럼 쉬는 휴일에는 멀리 가지 않아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락산, 불암산 등 자연자원을 활용해 주민들이 힐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오 구청장의 구상이다.

 오 구청장은 국회의원 비서관 7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5년, 서울시의원 8년을 역임했다. 이런 경험들을 거치면서 내공도 쌓였다.

 하지만 구청장의 자리는 만만치 않았다. 결정과 책임을 져야한다. 무게감이 상당하다. 개발보다 문화 정책을 강조하는 오 구청장의 구정 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 구청장의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취임후 치아가 2개나 빠졌을 정도다.

 오 구청장은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취임 4개월이 됐지만 한 4년을 산 거 같습니다. 칼끝에 선 심정입니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죠."

 오 구청장은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구민의 행복이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큰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민들이 자신은 '소확행 구청장'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화를 통해 동네에서 충전하고 힐링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어요. 여가활동에 투자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 동네에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구청장으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주변의 소소한 삶에서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구청장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민선 7기 노원구에는 굵직굵직한 개발 사업들도 기다리고 있다. 창동차량기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부지 개발, 광운대역 일대 개발 등이다. 결실이 나타나기 위해선 적어도 4~5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과제인 만큼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노원구를 위해 중요한 과제입니다. 개발과 관련된 것들은 5~6년 후의 일이지만 지금부터 대비하고 투자자를 찾고 그런 노력을 병행하는 게 중요하죠."

 오 구청장은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노원형 복지를 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노인복지, 아이들 돌봄서비스, 어린이집 확충 등 구민들을 위해 복지 노원구를 만들기 원했다.

 "노원형 복지를 해보고 싶어요. (복지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빈틈이 생깁니다. 구가 노원형 복지 예산을 편성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싶습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0.2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0.24. [email protected]

다음은 오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취임 100일 지났다. 구정 운영 소회는.

 "4개월 돼간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한 4년을 산 거 같다. 취임한 날에 태풍이 왔었다. 폭염에 폭우가 쏟아져 상계동 쪽 피해가 있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하고 인사발령을 냈다. 전체 구청 직원이 1400명인데 400명 발령을 냈다. 역대 최대 인사를 했다. 19개동을 다니면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주민과의 소통에 신경을 썼다. 직원 공무원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보람된 일도 있었다. 제가 잘못 판단하거나 삐끗하면 노원 구민이 불행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칼끝에 선 심정이다. 나의 결정에 구민들 삶의 질이 달라진다. 긴장된 날의 연속이었다. 업무파악을 하기 위한 공부도 하고 의견도 듣고 지냈다. 지금은 업무를 어느정도 파악해서 여유가 생겼다."

 -소통과 현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장 활동을 많이 하면서 무엇을 얻었나.

 "동 현안에 관해서 내가 먼저 가서 파악하고 머리에 담아야 주민들이 질문을 했을 때 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알고 가는 게 주민들에 대한 예의다. 8월에만 100군데 넘게 현장을 다녔다. 현장을 다니면서 200여건 정도의 제안을 받았고 3000명 정도의 주민을 만났다. 피드백이 중요하다. 되든 안 되든 구청에서 신경을 쓰고 있구나, 바뀔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신임 구청장이 어떤 구상을 갖고 노원구를 이끌지 열심히 알렸다. 공무원과 소통 역시 쉽지 않다. 나의 철학을 공유하고 코드를 맞추는 과정이었다."

 -시의원과 구청장 모두 경험했는데 달라진 점은.

 "시의원은 문제제기를 하고 끝이다. 집행권이 있는 게 아니라 한계가 있다. 시의원 때는 현장 간담회도 많이 했다. 보건복지위원을 할 때 복지관계 종사자들 많이 만나서 얘기를 들었다. 시의회에서 시 공무원에 문제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구청장은 문제제기만이 아니라 집행을 하는 자리다. 훨씬 고민이 깊어진다. 잘못 결정하면 안 되니 더 신중해진다. 많은 찬반 이야기를 듣는다. 시의원 때는 한쪽 얘기만 듣고 밀어붙였지만 단체장이 돼서는 부작용과 피해를 같이 보게 된다. 균형 있게 보려는 게 달라진 것 같다. 듣고 집행해봤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 튀어나온다. 이렇게 결정하면 안 되겠구나 느꼈던 시간이었다."

 -문화를 가장 강조하는 이유는.
 
 "55만 구민 중 선거 때 수요조사를 해보면 노원은 복지 이미지가 강하다. 어려운 사람도 많다. 전체 인구에서 20%가 복지수요다. 80%는 복지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책이 그간 20%에 집중됐다. 80%는 복지 때문에 참고 살았다고 할까. 행정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80% 주민이 무엇을 원할까 생각해보니 문화였다. 문화생활을 하고 싶다. 주말에 동네에서 한나절 놀 수 있는 문화시설의 필요성과 자연에서 여유롭게 살고 싶은 욕구가 구민들에게 있었다. 노원구는 수락산 등 자연환경도 있다. 한나절 즐길 거리를 자연으로 봤다. 예를 들면 무장애숲길과 같은 산책로를 만들거나 산림욕 시설도 필요하다. 문화예술회관도 있고 북서울미술관이 있다. 야외에서 가을음악회 등도 크게 해봤으면 좋겠다. 문화를 통해 동네에서 충전하고 힐링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다. 여가활동에 투자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다. 지역 동네에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구청장으로서 할 일이다."

 -창동차량기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부지 개발, 광운대역 일대 개발 등 민선 7기 노원구에는 굵직굵직한 개발 사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진행상황은.

 "슬로건을 보면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노원'이다. 내일이 기대되는 건 창동기지, 광운대 역세권, 한전연수원 등의 구상이다. 노원의 미래 성장동력이다. 창동기지가 이전하면 7만5000평의 땅이 생긴다. 여기에 뭘 지을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는 시내에 있고 노원은 잠만 자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내에 안가도 일자리를 만들면 자족도시가 된다. 서울시가 강서구 마곡지구를 만들었듯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도봉에 케이팝(K-pop) 전용 공연장이 생긴다.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이 들어올 것이다. 개발과 관련된 것들은 5~6년 후 일이다. 지금부터 대비하고 투자자를 찾고 그런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중요한 과제다."

 -노원구도 노인인구가 많다. 노인들을 위한 복지방안 등은 무엇인가.

 "서울에서 노인인구율이 최고로 높다. 7만5000명이다. 노인들을 상대로 욕구조사를 하고 있다. 갈데가 없어서 방황하는 노인, 독거노인, 체육활동을 원하는 노인,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 등이 있다. 욕구조사를 해서 세부적으로 노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일자리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노인 탁구장도 만든다. 생활 관리사를 뽑아서 독거노인을 돌보는 등 그물망처럼 촘촘히 살펴볼 계획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0.2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0.24. [email protected]

-올 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24시간 무더위 쉼터'를 전국 어느 자치단체보다 앞서 만들었다. 전국적인 벤치마킹이 됐을 정도인데.

 "무더위 쉼터가 원래 낮에만 운영됐다. 올해 역대급 폭염이었고 열대야도 엄청났다. 속된말로 환장했다. 밤에도 운영해보자고 생각을 해봤다. 밤 시간대 관리와 사고 등 걸리는 문제가 많았다. 무리해서라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태풍 피해가 발생하면 체육관에 텐트를 치더라. 거기서 착안을 했다. 텐트를 치면 사생활 보호도 되고 결과는 좋았다. 나는 초선이고 하니 겁 없이 해봤다. 구청직원들이 잘 도와줘서 무사히 잘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노인들이 여기가지 올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올해 역대급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시기가 맞아 떨어졌다. 많은 분들이 노력해서 하나의 히트상품이 탄생했다. 추석 때는 구청 2층 대강당에서 반려견을 보호해줬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맡아주면 '반려견에 돈 쓰고 구청이 할 일이 없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반려견 인구가 늘어서 과감하게 했다. 훨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장의 눈앞에 볼 수 있는 정책을 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북한을 방문했다. 남북관계도 급진전해서 평화무드다. 북한의 어떤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11년만에 북한에 갔다. 굉장히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 표정도 달라졌다.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다. 지도자 하나가 이렇게 바꿀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주민들은 통일에 대한 열망이 훨씬 커 보였다. 통일을 잊고 살다가 북한은 통일이 돼야 할 민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미문제가 풀리면 통일이 성큼 다가올 것 같다. 지자체에서 대비가 필요하다. 문화, 체육 교류 등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하고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 더 좋아질 것 같나.

 "관건은 미국이다.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미국도 제재를 해제할 것이다. 하늘길, 철도, 육로가 포장되고 묘향산, 금강산, 원산 갈마지구까지 연결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시대가 금방 올 것으로 본다."

 -예산 배정 시즌이다. 가장 중점적으로 두고 있는 부분이 있나.

 "노원형 복지를 해보고 싶다. 국가나 서울시가 복지에 많이 투자하긴 한다. 하지만 대상별로 노인 ,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쪽에 국가나 서울시가 투자하지만 거기는 모든 구를 다해야하니 일률적으로 돈을 준다. 그러다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빈틈이 생긴다. 노원구가 예산을 투자해서 초등학교 돌봄 아이들은 구가 돌봐주겠다. 부부 퇴근 시까지 돌봐주고 어린이집 선생님 인력을 충원해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 구가 예산을 투입해 노인들을 책임지고 돌보겠다. 이런 것들을 노원형 복지 예산으로 편성해보고 싶다. 워낙에 정해져 있고 예산은 쓸 곳이 많아 계속 토론을 하고 있다."

 -노원하면 낙후된 이미지가 크다.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방안은 무엇인가.

 "노원하면 일단 외곽이다. 교통이 불편하다. 거리상으로 시내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40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1시간을 잡아야 한다. 핸디캡이다. 교통해소를 빨리해야 한다. 노원하면 베드타운이다. 산업시설이 있는 게 아니다. 자족적으로 이뤄지는 게 없다. 노원에만 있는 특색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 경춘선 숲길, 수락산, 불암산, 나비정원 등이 그런 것이다. 이런 것들 만들지 않으면 계속 인구가 줄어들다. 지금은 이사 가는 사람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자연과 문화에 포인트 잡았다."

 -구민들에게 어떤 구청장으로 기억되길 희망하나.

 "소확행 구청장이다. 내 주변의 소소한 삶에서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구민들이 공연으로 행복했다, 그늘막 때문에 잠시 그늘 피하며 행복했다, 오붓한 시간 보내 행복했다는 등의 소리를 듣고 싶다. 주변 환경 조건을 좋게 하고 일자리 만들어서 삶을 풍요롭게 해준 구청장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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