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상, 작가 리처드 포드···미국식 리얼리즘의 정수

리처드 포드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소중한 상을 받아 더 할 수 없는 영광이다. 문학이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평가받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다. 전 세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학을 하는 것이 목표다."

제8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소설가 리처드 포드(74)는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포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지 않는다"며 "돈이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엄청난 IQ를 갖고 있어야만 뛰어난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이렇게 상을 받은 것은 평범한 사람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좋은 표본이다. 벽돌을 만드는 사람도 예술가가 될 수 있으며, 젊은 사람도 언젠가는 작가가 될 수 있다. 문학은 삶의 진실을 담고 있으면서, 인간의 미덕이다. 전 세계인이 서로 다른 문화에 살고 있어도 공통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쓴다."

포드는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찰관·잡지 편집자·대학강사·스포츠잡지 기자 등 다양한 일을 하다가 1976년 '내 마음의 한 조각'으로 데뷔했다. 이후 1986년 발표한 첫 장편 '스포츠라이터'로 작가 입지를 굳혔다.

후속작 '독립기념일'로 1996년 미국 문학사상 최초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을 동시에 받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또 다른 대표작은 '내 마음의 한 조각' '절대적인 행운' '와일드라이프' '캐나다' 등의 장편소설과 '록 스프링' '여자에게 약한 남자' '수많은 죄' '빈티지 포드' 등의 단편소설집이다.

그의 작품은 '미국식 리얼리즘의 정수'로 손꼽힌다. 동시대 미국 사회를 날카롭고 냉정한 시선으로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가장 미국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진은 "보통사람의 삶 속에서 성실한 삶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비영웅적 삶 속에 있는 영웅적인 삶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리처드 포드와 부인 크리스티나 포드

포드의 두번째 장편소설 '독립기념일'은 최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출간됐다. 결혼·가족·공동체가 붕괴되고 집·돈·직업 같은 물리적 기반도 무너진 상황에서 방황과 사색을 거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출판사와 내 책을 번역해준 사람들에게 깊은 은혜를 입었다. 정말 감사하다. 나를 일깨우는 강력한 영감은 아내 크리스티나 포드다. 독자들이 내 작품을 보는 게 나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이다."

박경리문학상은 작가 박경리(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2011년 제정됐다.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에게 수여한다. 작가 최인훈(1936~2018)을 비롯해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80), 영국 작가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82) 등이 받았다.

시상식은 27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1억원이다.

포드는 시상식을 비롯해 방한 기간 연세대 원주캠퍼스 강연, 방송 인터뷰 일정 등을 소화하고 소설가 한강(48)도 만날 예정이다.

"이탈리아 친구의 권유를 받고 한강의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슬픔을 느꼈다. 늘 책을 통해서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느끼고 삶의 동력을 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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