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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우 사이키델릭 고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절규였다

등록 2018.10.26 17: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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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우 사이키델릭 고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절규였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표현 만으로는 어림없다. 밴드 '국카스텐' 하현우(37)의 보컬은 춤을 춘다. '3옥타브 라'까지 치솟는 목소리는 언뜻 카스트라토를 연상시키는데, 한과 록의 기운으로 점철돼 있다. 취할 수밖에 없는 광기의 사이키델릭이다.

28일 오후 6시 발표하는 첫 솔로 EP '이타카(Ithaca)’에서 하현우의 보컬은 더 성숙해졌다.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여정의 긴장과 이완을 능수능란하게 넘는 타이틀곡 '홈',  길 위에서 노래한다는 의미를 담은 '항가(巷歌)'의 상승감은 하현우 보컬의 힘이다. 단지 고음의 소리자랑이 아닌, 명확한 가사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음이 전달하는 카타르시스.

하현우는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국카스텐 멤버들끼리 약속을 한 것이 있어요. '우리는 밴드의 부속품'이라는 거죠. 부품을 잘 조율해 음악을 잘 만들자는 다짐을 해서 보컬 역시 음악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왔죠"라고 했다. "고음이 단지 테크닉적인 것이 아닌 기타가 울부짖고 드럼을 때려 부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라는 얘기다.

그러다가 2011년 가수들끼리 가창력으로 경합하는 MBC TV 음악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출연이 변곡점이 됐다. "노래를 불러야 했거든요. 밴드의 부속물이었는데, 보컬로서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죠."

노래에 대한 고민을 했고, 다양한 편곡으로 여러 보컬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보컬도 많이 발전했다. "제가 잘하고 있는 것, 제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이해하고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사실 밴드에서 보컬이 눈에 띄잖아요. 기타를 어떤 코드로 짚어 연주하는지, 펜타토닉 스타일인지 잘 안 보잖아요. 자연스럽게 고음에 이목이 끌릴 수밖에 없죠."
 
한때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음에 묶여 있다는 것'이 억울하고 답답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지금은 초월의 경지에 이르렀다. "한편으로는 매력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제 특정 이미지가 없는 것보다는 그것이 플러스가 됐다는 생각이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노래하는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더 다양한 걸 보여드릴 수 있었죠. 지금은 고음에 집중되는 것을 이해해요.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보컬을 들려드리면, 변할 것이라 생각하죠. 그래서 요즘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하현우는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까.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면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노래를 부를 때 어떤 발성과 테크닉을 사용했는지 보여지면 안 됩니다. 온전히 노래를 감상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노래에 어울리게 부르는 것, 그 노래를 부를 때 부담이 가지 않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잘 부르는 것'이죠."
하현우 사이키델릭 고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절규였다

그러면서 선배 가수 주현미(57), 장사익(69)을 거명했다. 주현미의 곡 '쓸쓸한 계절'을 듀엣으로 부르기도 한 하현우는 "'인이어 이어폰'을 통해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노래에 집중한 나머지 제가 노래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먹기도 했다"며 웃었다. "화려하지 않게 가볍게 노래를 불러도 충분한 힘이 느껴지죠."

하현우는 2007년 국카스텐 멤버들과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번 앨범은 데뷔 11년 만에 처음 발매하는 솔로 앨범이다.
그리스 시인 콘스탄틴 카바피(1863~1933)의 시 '이타카'에서 영감을 얻어 이오니아해에 있는섬 '이타카'로 떠난 여행을 통해 느낀 이미지들을 담아냈다. tvN 음악 예능 프로그램 ‘이타카로 가는 길’을 통해 여행길에 나섰는데, 여정에서 느낀 경험과 감정이 음악으로 분출됐다.

스무살부터 멤버들과 함께 해왔으니 하현우가 밴드 생활을 한 건 18년. 그동안 정서적으로 같은 호흡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하다보니, 정서적으로 정체되고 멍한 느낌이 찾아왔다.

그런데 솔로 앨범 작업이 "정서적인 힐링, 정화작용이 됐어요"라고 했다. "전혀 다른 작업 방식으로 인해 생동감이 들었어요"라고 한다. "열정이 다른 방식으로 적용된 거죠. 결국 국카스텐 음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국카스텐은 패배주의와 분노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하현우는 "저와 멤버들 모두 스스로를 불량품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그런데 공연을 하면서 팬들과 소통을 하고 아팠던 분들이 우리 음악으로 치유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사회에서 쓰임이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했다.

 지난 24일 국가스텐은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저희가 대단한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상의 가치에 맞는 뮤지션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죠."
하현우 사이키델릭 고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절규였다

다만 "쉽게 우리들을 스스로 재단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음악을 하면서 점점 더 성숙하고 철이 들죠. 그래서 책임감도 생겨요. 국카스텐 1집과 2집은 정서가 많이 달라요. 언제 발매될지 모르는 3집도 달라지겠죠. 근데 세상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할지 않을까 해요."

이번 앨범의 주요 키워드는 꿈. 하현우는 꿈이 이뤄진 것보다 과정에 방점을 찍었다. "결과주의 때문에 모두 패배자가 돼 가는 현실에 대한 회한과 더불어 꿈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앨범 수록곡으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반해 무지개를 따라다녔던 어릴 적 모습을 꿈을 좇는 소년에 비유한 노래 '무지개 소년'이 보기다. 하현우는 꿈 이야기가 나오자 프랑스 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파랑새'를 떠올렸다. 주변에 있는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가까이에 있어요. 꿈꿔왔던 무대에 서면 생각했던 것보다 덜 달콤하고 밋밋했죠. 이타카도 그냥 섬이에요. 가는 과정이 더 소중했죠. 꿈이라는 건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 있어요. 제가 품은 가능성이나 과정에서 얻는 경험이 중요하죠. 꿈 꿀 때의 우리가 가장 아름답고 뜨겁고 멋지거든요."

한편 국카스텐은 연말 투어 '해프닝'을 앞두고 있다. 12월 1일 대전을 시작으로 15~16일 서울, 25일 부산에서 공연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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