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진으로 담아낸 자본주의와 노동자, 박종식 '안녕'

등록 2018.10.31 12:00:1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제9회 일우사진상 보도부문 수상자인 박종식(39) 한겨레 신문 사진기자의 개인전 '안녕(Say Hello)'이 31일 서울 서소문동 대한항공빌딩 일우스페이스에서 개막한다. 

 '둘 중 한 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당신의 몸짓', '해고노동자들, 그리고 3년 후', '꽃길', '굴뚝 일기' 등 연작은 현대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 현실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들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는 비슷한 복장에 같은 자세를 취한 두 노동자를 촬영한 사진이다. 이 중 한 명은 정규직이고 다른 한 명은 비정규직이다. 박종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와 차별에 대해 질문하는 동시에 그런 기준을 설정하는 현대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
'당신의 몸짓'

'당신의 몸짓'

'당신의 몸짓'은 2017년 6월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로비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조합원 연좌 농성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경총 측의 표정과 몸짓에서 빈정거림과 조롱, 경멸을 읽었다. 일터에서 내쫓겨 길에서 세월을 버티며 공장으로 돌아가기만을 기원하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몸짓'을 포착해 자본주의 모순의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박종식의 사진은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신념을 담았다. '해고노동자, 그리고 3년 후' 연작에서 가장 뚜렷이 나타난다. 2012년 박종식은 해고노동자 초상 사진 연작을 신문에 싣는 기획을 준비 중이었다. "그것이 일간지 사진기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해고, 3년 후'. 2012년 4월21일 오후 경기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만난 기아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윤주형(왼쪽)씨와 2015년 4월26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의 윤씨 묘소. 2013년 1월28일 서른여섯의 나이에 “버티는 일조차 너무 힘들다”며 세상을 등진 뒤에야 복직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해고, 3년 후'.  2012년 4월21일 오후 경기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만난 기아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윤주형(왼쪽)씨와 2015년 4월26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의 윤씨 묘소. 2013년 1월28일 서른여섯의 나이에 “버티는 일조차 너무 힘들다”며 세상을 등진 뒤에야 복직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꽃길'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 노동자이자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광호씨의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으로 옮기는 '꽃길 100리' 행진에 참가한 동료 노동자의 모습을 담았다.

'굴뚝 일기'는 지난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오른 파인텍 해고노동자 홍기탁, 박준호씨의 고공농성을 담은 사진이다. 복직을 꿈꾸며 수백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싸움과 호소를 보여준다.
'꽃길'

'꽃길'

작가는 "비록 내 사진이 '살다가 지친 사람들을 위한 사철나무 그늘'이 되어 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뇌며 카메라를 들고 길 위로 나선다. 지금, 여기 펼쳐 놓은 사진과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나의 답이기도 하다" 라 전한다.

심사위원인 올가 비소 전 워커아트센터 책임디렉터는 "사회 여러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현상들에 대한 깊은 감정과 울림들을 안정적인 시각으로 담아 냈다", 박만우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관장은 ‘이전까지 한국 보도사진에서 보여주지 못한 스타일을 시도하고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 주목하며 박종식의 작업을 용기 있는 시도라고 평했다.
'굴뚝 일기'

'굴뚝 일기'

박종식 기자는 연평도 포격 취재로 제42회 한국기자상 사진보도 부문, 제47회 한국보도사진전 대상, 제15회 삼성언론상 사진영상편집상,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로 제50회 한국보도사진전 시사스토리 부문 최우수상, '해고, 3년 후'로 제52회 한국보도사진전 시사스토리 부문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주최, 주관하는 일우사진상은 재능과 열정을 지닌 유망한 사진가들을 발굴해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세계적인 작가로 육성하고자 2009년 제정됐다. 사진과 현대미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한 국제심사위원단이 24인의 1차 심사 합격자들을 심층 면접해 수상작을 선정했다.

전시개막식은 31일 오후 5시, 작가와의 대화는 11월2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11월27일까지 볼 수 있다.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