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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양진호'였다…학교→군대→직장, 몸에 밴 폭력문화

등록 2018.11.06 11: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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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서 오랜 기간 구타 체벌 당연시

'상아탑' 대학서도 군기잡기 폭력 횡행

학생 때 배운 수직·폭력 문화, 직장으로

【서울=뉴시스】 국내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위디스크'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 회장의 폭행 동영상 캡처. 2018.10.31.(사진=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내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위디스크'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 회장의 폭행 동영상 캡처. 2018.10.31.(사진=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건으로 '직장 내 갑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낮 사무실에서 전(前)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고 워크샵에서 직원들에게 산 닭을 석궁·일본도(刀)로 죽이도록 강요한 양 전 회장의 만행이 정도가 심하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윗사람'의 갑질과 폭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당연시되는 교육 현장 체벌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교육현장의 체벌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들마저도 '사랑의 매'라는 명분으로 학생들이 맞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 '2011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성인 1500명 가운데 75.1%가 학교에서 학생을 훈계 또는 훈육 목적의 체벌로 지도하는 데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3.8%에 그쳤다.

1999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초·중·고교 재학생 자녀 학부모 36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교육에 관한 학부모 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74.7%가 '교육적 체벌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 의견은 25.3%에 불과했다.

10년 이상이 흘렀음에도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체벌 금지로 인한 부작용도 존재하지만 명분만 있으면 폭력도 관대하게 바라보는 우리 문화의 단면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교사들에게 학생이 각종 명목으로 구타 당하는 게 오랫동안 관행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임모(35)씨는 "그때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뺨 맞는 게 일상이었다"면서 "유도선수를 했었다는 선생님이 교실에서 단순히 학생이 인상을 썼다는 이유로 뺨을 연달아 때린 후 넘어뜨려 밟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서울=뉴시스】훈련 중 부상을 입었지만 무릎보호대를 차지 못해 부상이 더 악화된 모습. 2018.11.5(사진=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훈련 중 부상을 입었지만 보호대를 차지 못해 무릎 부상이 더 악화된 아사달 수습단원 모습. 2018.11.5(사진=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email protected]

경기도 용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직장인 김모(42)씨는 "남자 선생님이 담임이었는데 아이들 키만한 PVC 파이프를 들고 다니면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엎드려뻗쳐를 시켜 놓고 풀 스윙으로 내려쳤다"고 회상했다.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김모(49)씨는 "점심 시간에 한 학생이 밥을 먹고 책상에 엎드려 잠시 잠을 자고 있었는데, 교사가 교실에 들어왔다가 '이 자식이 왜 자느냐'며 갑자기 피고 있던 담뱃불로 학생 손을 지진 일이 기억난다"면서 "그 학생이 깜짝 놀라 일어났는데 화도 못내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때는 그렇게 폭력적인 교사들이 흔했다"고 씁쓸해 했다.

◇가래침 폭탄주에 얼차려까지…대학 내 군기잡기도 현재진행형

이런 풍토는 '상아탑'에도 잔존해 있다. 선배들의 음주 강요와 얼차려 등이 대학가에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홍익대학교 응원단 '아사달'의 수습단원을 했었다고 밝힌 한 대학생이 올린 글이 파문을 일으켰다.

글에 따르면 수습단원들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 야외에서 얼차려를 받으며 폭언을 들었다. 훈련 때문에 무릎에 멍이 들기도 했는데 수습단원들은 신참이라는 이유로 보호대도 착용할 수 없었다.

선배들 이름을 외워 시험을 봐야했고 술자리에선 쓰레기, 동전, 가래침 등이 들어간 폭탄주를 강요받았다. 이 학생의 설명에 따르면 이 같은 행동을 말려야 할 30·40대 졸업생 선배들은 오히려 '전통'이라며 당연시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4월 '아사달' 단장인 3학년 박모씨 등 남녀 13명을 불구속 입건했고 동아리 활동은 중단됐다.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이 올해 초 전국 대학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대학 군기 문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57.6%가 선배의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도 '양진호'였다…학교→군대→직장, 몸에 밴 폭력문화

◇학생 때 배운 수직·폭력 문화…직장으로 이어져

이렇게 학생 때 체득한 을(乙)을 향한 갑질 문화는 사회에 진출해서 그대로 이어진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달 받은 직장 내 갑질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것만 225건이다. 이 중 폭행·준폭행·악질폭언·황당 잡무지시 등은 23건이라고 이 단체는 밝혔다.

한 제보자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부인 앞에서 상사에게 허리띠로 맞았다. 상사는 회식자리에서 뱀춤을 춘다며 허리띠를 풀어헤친 뒤 때렸다. '씨X' '개X끼야' 등 욕설과 함께 물컵을 던지기도 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지난해 회식 자리에서 한 직장상사가 소주병을 거꾸로 집어 들고 자신을 가격하려 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고객들이 볼 수 있는 영업장 안에서 수 초 간 목을 짓눌리는 폭행까지 당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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