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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리뷰] 찰리 푸스, 시 유 어겐

등록 2018.11.07 2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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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라이브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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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27)가 펼친 두 번째 내한공연의 화룡점정은 언제일까.

'블루 아이드 솔' 신성답게 솔 음악의 대부 마빈 게이(1939~1984)에 대한 헌정곡 '마빈 게이'를 부른 순간? '서퍼(Suffer)'를 시작으로 상의를 탈의한 채 열정적으로 건반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 순간들?

객석에서 팬으로부터 건네받은 피카추 인형 형상의 모자를 쓰고 이 인형의 귀를 귀엽게 연달아 움직인 순간? '원 콜 어웨이'에 이어 '어텐션'으로 이어지는 감성과 실력의 그루브가 정점을 찍은 순간?

2년 만인 7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푸스는 선전포고로 공연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발매한 앨범 '보이스노트(Voicenotes)' 위주로 꾸민 이날 공연의 첫 곡은 '더 웨이 아이 엠(The Way I Am)'. 콘서트 시작 전,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노래다.

그런데 푸스 안에는 여러 모습이 들어있었다. '팔색조'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 꿨던 뮤지션답게 건반을 자유자재로 다룬 건 물론이다.

가창력도 탁월했다. 푸스를 수식할 때 빠지지 않는 '블루 아이드 솔'은 '파란 눈동자의 솔'이라는 뜻이다. 백인이 본래 흑인음악의 하나인 솔을 흑인 못지않은 감정선으로 가창하는 것을 가리킨다. 통통 튀는 비트와 깊은 솔이 만난 '하우 롱(How Long)', 폭발적인 고음이 돋보인 'LA 걸스'에서 푸스는 보컬 라인은 유려했고 음색은 깊었다.

[뉴시스 리뷰] 찰리 푸스, 시 유 어겐

게이뿐만 선배 가수들에 대한 존경도 묻어났다. '섬바디 톨드 미'를 들려주기 전, 미국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의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를 건반 연주로 선보이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가 씨줄과 날줄처럼 만나는 순간, 시대와 장르 상관없이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푸스의 역량이 드러났다. 다른 스타급 내한공연 러닝타임과 비교하면 비교적 짧은 90분이었지만, 꽉 채워 만족도가 높았다.

팬들과 호흡도 일품이었는데 꽃미남 외모까지 갖춘 그는 객석을 들었다놨다했다. "호텔 창 박을 내다보니 차들이 검은색, 흰색 그리고 회색밖에 없었다. 미국은 빨강 등 다양한데"라며 웃는 등 친밀한 대화도 오갔다.

세계적으로 2년 간 급성장한 만큼, 한국에서도 팬들이 크게 늘었다. 2016년 첫 내한에서는 최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공연했다.

이번에는 4배가량 큰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공연했다. 시야 제한석까지 포함해 8500명이 운집했다. 본래 8일 공연만 예정했다 단숨에 매진, 이날 7일 공연을 추가 오픈했는데 또 매진됐다. 양일간 1만7000명이 몰리는 셈이다. 고척스카이돔 수용인원과 맞먹는 규모다. 첫 내한 때보다 관객이 8배 이상 늘었다. 그 이상 팬들이 몰렸지만 공연장 규모로 인해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

푸스는 "이번에 이틀 밤 모두 다 티켓이 솔드 아웃 돼 정말 감사하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공연하고, 저는 정말 행운아"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리뷰] 찰리 푸스, 시 유 어겐

푸스는 전날 인천에서 펼쳐진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2018 MGA'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했다. 이날 공연장에서도 부른 '위 돈트 토크 애니모어'를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과 함께 불렀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전원과는 이 팀의 히트곡 '페이크 러브'를 나눠 부르기도 했다.

푸스의 공연에서 정점은 아무래도 '시 유 어겐(See You Again)'. 시작 건반 멜로디에서부터 바로 탄성이 나오는 곡이다. 앙코르곡으로 이곡이 울려퍼졌다.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OST이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주연배우 폴 워커(1973~2013) 추모곡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2주 1위에 올랐다. 푸스를 스타덤에 올린 곡이다.

"다시 만나게 되면 다 말해줄게 / 다시 만나게 되면"이라고 푸스와 팬들이 합창하는 순간 이 곡은 위로가, 이별가, 그리고 약속가가 됐다. 스크린에 객석을 비추는 순간 눈물을 흘리는 팬도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은 푸스 마음도 크게 움직였다. 그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트위터에 "사랑에 감사하다. 내일 밤 공연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적었다. 절정을 향해 꾸준히 성장해나가고 있는 뮤지션과 함께 하고 있다는 기쁨은, 이뤄 말하기 힘들다. 머릿속에서 노랫말만 끊임없이 재생됐다. "시 유 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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