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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경영이야기⑨]차등대우, 성장·발전의 기초···균등분배는 공멸

등록 2018.11.10 06:01:00수정 2018.11.10 17: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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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년이 넘도록 '불량은 암'이라고 말해왔다. 위궤양은 회복되지만 암은 진화한다. 초기에 잘라내지 않으면 3~5년 뒤에 온몸으로 전이돼 사람을 죽인다." 이건희 회장, 1993년 6월7일 신경영 선언

"나는 20년이 넘도록 '불량은 암'이라고 말해왔다. 위궤양은 회복되지만 암은 진화한다. 초기에 잘라내지 않으면 3~5년 뒤에 온몸으로 전이돼 사람을 죽인다."  이건희 회장, 1993년 6월7일 신경영 선언

【서울=뉴시스】 현명관의 '경영 이야기' <9>

우리는 언제 열심히 일합니까. 경쟁의식이 발동될 때 우리는 열심히 일합니다. 따라서 경쟁의식을 유발할 수 있는 경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고 있는 기업, 성과나 업적에 관계없이 연공서열에 의해 급여나 승진 등이 결정되는 조직, 상여금이나 이익을 균등분배하는 조직 등은 성장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성과를 낸만큼,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달성에 기여한만큼, 그 성과나 기여도에 따라 차등대우하는 것이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기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과감한 성과 연봉제, 인사 드래프트제 등입니다. 균등분배는 곧 균등몰락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의 주인의식 고취를 위하여 마련하는 신분보장제도와 경쟁원리 적용간의 조화, 한계 문제입니다.

범죄를 저질렀다든지 하는 치명적인 결함이 없는 한 정년퇴직까지는 신분이 보장되어야 직장에 대한 충성심과 '내 직장'이라는 의식이 생깁니다. 경쟁원리를 적용한다고 하루아침에 갑자가 해고 등을 한다면 언제 무슨 일로 직장을 떠나게 될는지 불안감이 생겨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열심히 할 이유가 없어지고 맙니다.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이곳이 내 평생직장, 회사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시키지 않아도 밤늦게까지 일했습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해고 등을 당하다 보니 나도 언제 쫒겨날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직장에 대한 충성심은 사라졌고, 오히려 내가 직장을 그만뒀을때 뭘 먹고 살까하는 생각이 늘 머리에 맴돌고, 퇴직 후 대책에 더 몰두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애사심이니 주인의식 같은 것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무능하고 의욕도 없고 조직에 있으나마나한 사람, 오히려 조직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을 마냥 끌어안고 가서도 안 됩니다. 조직 발전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는 신진대사, 세대교체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고인 물은 썩습니다. 흘러야 합니다. 조직의 성장발전을 위해서는 진취적인 조직문화, 성과지향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양자의 조화문제가 대두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건없는 종신고용 등 신분보장제도는 안 됩니다. 범죄 등 조직에 손해를 끼치는 사람, 의욕과 능력이 없든가 조직 내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객관적 평가에 의해 판정된 사람들 중 재기의 기회를 줬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사람 등은 정년 전이라도 퇴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명관 경영이야기⑨]차등대우, 성장·발전의 기초···균등분배는 공멸

조직원들이 성취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 고민하게 하기 위해서는 주인의식과 경쟁의식의 조화로운 조합이 필요합니다. 최근 성과주의 등 제도를 다 나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어떤 때 열심히 몰두할 수 있겠습니까. 재미가 있을 때, 그 일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할 수 있지 않습니까.

1981년 삼성그룹에 들어와 3년차 되던 해, 중역으로 승진하여 신라호텔에서 근무한 지 얼마 안 된 때였습니다. 마침 사장과 총지배인 두 분 다 안 계셔서 어쩔 수 없이 상무인 제가 회장님을 사장단 회의장으로 안내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떨렸습니다. 매출상황, 최근 호텔업계 동향, 경영상의 문제점과 대책 등 예상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잔뜩 준비하여 드디어 회장님을 영접했습니다.

그런데 첫 질문이 "호텔에서 근무해보니 어떠냐"는, 전혀 예상 외의 질문이었습니다. 엉겁결에 "재미있습니다"고 했더니 "그래, 재미있으면 됐다"고 하는게 전부였습니다. 답변을 제대로 한 건지 실수를 한건지 며칠 동안 고민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엉겹결에 명답을 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 호텔 근무가 재미있었습니다. 기획한 것이 바로바로 실현되고 지시한 사항이 즉시 변화로 나타나고 바로 고객반응으로 연결되고 해서 보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경쟁력은 기업의 생존조건입니다. 경쟁력이 없어지면 기업은 소멸되고, 없어진 경쟁력이 되살아 나면 죽은(죽어가던) 기업도 부활합니다.

 예수님과 같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에게는 부활이 없습니다만, 기업은 부활할 수 있습니다. 단, 부활하려면 조건이 필요합니다. 개혁과 혁신이라는 조건이 요구됩니다. 그냥 가만히 일정시간이 지나면 부활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혁과 혁신이 부활의 열쇠인 까닭입니다. 
[현명관 경영이야기⑨]차등대우, 성장·발전의 기초···균등분배는 공멸

개혁, 혁신이 무엇입니까. 개혁은 자기부정입니다. 그 중에서도 자기의 과거 성공스토리, 이것을 근간으로 한 자만심과 만족감에 대한 자기부정이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혁은 '과거와의 단절'입니다.

개혁은 과거의 성공스토리를 부인하는 것이므로 기존의 가치관, 사고방식, 패러다임 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당연히 혼란이 발생합니다. 산업혁명 때도 그랬고 4차산업혁명이라는 지금, 현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개혁은 카오스, 혼란입니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런  혼란상태를 극복해야 합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개혁에는 인내가 필요한 것입니다.

개혁의 출발점에는 위기의식, 그것도 단순한 위기의식이 아닌 절박한 위기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면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이 있어야 개혁의 기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냉철한 자기분석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삼성 신경영'은 개혁운동입니다. 경영의 구 체제를 타파, 마감하고 새로운 경영체제를 출범하는 것입니다. 혁명인 셈입니다.

모든 개혁운동, 혁명의 동기와 배경은 위기의식,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입니다. 삼성 신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경제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어 이제는 국내시장에서 국내기업끼리의 싸움이 아니고 세계시장에서 세계일류기업인, 글로벌 자이언트, 다국적 기업과의 싸움입니다.

역사, 자본, 기술, 인재, 모든 면에서 우리와는 격차가 많은 이런 기업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가. 현 상태대로라면 백전백패 아닌가.

이대로 가면 삼성은 3류로 전락하든가 없어져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 이렇게 경제전쟁의 양상이 180도 변하였는데도 삼성 사장단과 임직원들은 여전히 국내에서의 일등, 일류에 매몰되어 '이만하면 되었다'는 자족감을 넘어 자만심에 빠진 채 우물안 개구리 신세가 되어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대기업병에 걸려 현실안주와 무사안일에 빠져 도전정신이 상실되어 있지 않은가. 지금 운명을 건 결단을 하지 않으면 결국은 망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 이것이 바로 삼성 신경영 태동의 시작이었습니다.

 전 삼성물산 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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