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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리뷰]자아·본능에 뒤틀린 다섯딸,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등록 2018.11.12 16:26:40수정 2018.11.12 16: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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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란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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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2일까지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본능을 억제하면서 살아가는 여자들에 대한 세밀화다.

20세기 스페인 시인 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원작이다.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무더위와도 같은, 숨 막힐 지경의 암울한 시대 정서까지 담아낸 풍경화이기도 하다.

 거룩하고 성스러워 보이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다섯 딸들의 내면은 자아와 성적 본능에 뒤틀린 상태다. 현실과불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성 중심의 지독한 폭력 구조의 사슬을 답습해 억압적인 엄마 알바는 딸들을 더욱 억압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극으로 치닫는 극적 서사의 윤활유가 될 뿐이다.

뮤지컬 '씨 왓 아이 워너 씨'로 알려진 미국 뮤지컬 작곡가 겸 극작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56)의 '베르나르다 알바'는 공감과 전율을 안긴다.

라키우사는 새롭고 낯선 형식의 마니악한 작품을 만들며 '미국 뮤지컬의 새로운 미래'로 통하는 인물이다. 권위와 본능, 우월감과 열등감이 뒤섞인 인물들로 찍어낸 점묘화는 감정의 밀도가 높다.

라키우사가 빚어낸 불협화음은 노래 같지 않지만, 그래서 인물들의 갈가리 찢긴 심리를 더 대변하는 맞춤형 음악이다. 욕망을 가장 감추지 않으며 시종 그르렁거리던 막내 '아델라'의 마지막 침묵은 그래서 더 소름끼친다.
[뉴시스 리뷰]자아·본능에 뒤틀린 다섯딸,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이 작품이 전율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알바 역의 정영주를 비롯해 대학로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황석정, 이영미, 정인지, 김국희, 오소연, 백은혜, 전성민, 김히어라, 김환희 등 40대부터 2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10명이다.

알바의 미혼인 5명의 딸들, 알바네 하인 등을 연기한다. 이들의 뜨거운 에너지는 여배우들의 '여'에 굳이 방점을 찍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극 중이든 극 외부든 이들의 면도날 같이 날카로운 포효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저 배우들의 연기와 음성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구스타보 자작 연출은 극의 배경을 잘 살리면서도 한국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톤 조절을 했다. 예명 '23'을 함께 사용하는 김성수 음악감독이 각 캐릭터에 맞게 음악에 생명력을 부여했고, 플라멩코 안무가 이혜정이 한국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 장르의 리듬과 테크닉을 배우들에게 전수했다. 번역을 맡은 박천휘 작가는 문어체를 말맛으로 잘 빚어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오픈 2분만에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브로드웨이에서도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 라키우사 작품으로는 이례적이다. 앙코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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