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쌍둥이 자매, 전교 1등서 퇴학까지…수사 74일만에 일단락

등록 2018.11.12 18:03:5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지난 7월 학원가 중심으로 의혹 터져나와

1년새 언니 121등·동생 59등→문·이과 1등

시교육청 특별감사 착수…경찰에 수사의뢰

74일간 6명 피의자 전환…27명 참고인 조사

휴대전화 속 영어 답안, 전과목 '정답 암기표'

결국 쌍둥이 아빠·두 자매 기소의견 검찰行

꿈쩍 않던 숙명여고도 "퇴학·파면" 백기 들어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열린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전 교무부장 A씨와 두 딸들에게서 압수한 압수물들이 놓여져 있다. 2018.11.1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열린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전 교무부장 A씨와 두 딸들에게서 압수한 압수물들이 놓여져 있다. 2018.11.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온유 기자 = '숙명여고 시험지 문제 유출'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 74일 만인 12일 마무리 됐다.

수사는 전 교무부장 A씨 부녀에 대한 '기소의견' 송치로, 쌍둥이 자매 거취는 '퇴학'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파문은 지난 7월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자매 중 문과생인 언니가 1학년 1학기 전교 121등을 했다가 2학기 6등으로 성적이 급등했고, 급기야 2학년 1학기에는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언니뿐만이 아니었다. 이과생인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59등을 했다가 1학년 2학기에 2등으로, 2학년 1학기에 이과 1등에 올랐다.

현 교과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인데다 자매가 동시에 성적이 급상승했다는 점, 아버지 A씨가 이 학교 교무부장이라는 사실 때문에 의혹은 더욱 거세게 불거졌다.   

더구나 내신 성적만 급격히 올랐을 뿐 자매의 모의고사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이들이 다니던 수학학원 성적 역시 상위권이 아니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특별감사에 착수한 서울시교육청은 자매가 나중에 정답이 바뀐 시험문제에 변경 전 정답을 나란히 적어낸 경우가 몇 차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또 A씨가 2016년부터 학교에서 정기고사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정황 등을 파악하고 시험문제가 유출됐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관할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8월31일 조사에 본격 돌입했다.

기초 사실 확인 후 9월5일 숙명여고와 A씨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쌍둥이가 다녔던 수학학원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확보한 압수물에 대해서는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유출 정황 찾기에 나섰다.

유출 정황은 압수수색을 통해 줄줄이 나왔다.
【서울=뉴시스】서울 수서경찰서는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당사자인 전 교무부장 A씨와 그 자녀인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쌍둥이 휴대전화 메모장에서 발견한 영어 서술형 문제의 답안. 2018.11.12(사진=서울수서경찰서 제공)

【서울=뉴시스】서울 수서경찰서는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당사자인 전 교무부장 A씨와 그 자녀인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쌍둥이 휴대전화 메모장에서 발견한 영어 서술형 문제의 답안. 2018.11.12(사진=서울수서경찰서 제공)

먼저 쌍둥이 휴대전화에서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영어 서술형 문제 답안이 나왔다. 포렌식 결과 이 답안은 시험 3일 전에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적 증거는 A씨 집에서 확보한 압수물이었다. 자매가 문·이과 1등을 차지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전과목 정답표가 빼곡히 적힌 '암기표'가 나온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정답을 외워놓고 시험지에 작은 글씨로 적은 것까지 확인됐다. 

자매는 이에 대해 채점용으로 적은 것이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떨어지면 볼 수 없을 정도로 글씨를 작게 썼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경찰은 "암기장에 시험문제 답안을 적어 외운 뒤 시험지를 받자마자 해당 정답을 적어두고 OMR 카드에 옮겨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쌍둥이 주장대로 채점을 위해 답안을 적어놓은 것이라면 이렇게 작은 글씨로 적을 필요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관 눈을 피하기 위해 작은 글씨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시교육청 수사 의뢰 후 자택 컴퓨터를 교체한 사실, 시험 전 학교에 남아 근무표에도 없는 야근을 하고 초과근무 기재를 하지 않은 점도 유출 정황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A씨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 전 모두 금요일에 야근을 했다. 금요일에 다들 빨리 퇴근하기 때문에 이때 혼자 남아서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와 쌍둥이 자매 외에도 피의자로 전환된 전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 교사 등 6명에 대한 조사를 각각 2~5차례 실시했다.

참고인 조사도 이어갔다. 경찰은 총 27명의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는데, 많게는 1명을 3회까지도 소환해 조사했다. 숙명여고에서 일하는 교사 외에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타학교 교사를 추천받아 특정 과목 유출 정황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에서는 만약 시험지를 유출했을 경우 어떻게 유출이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봤다. 또 답만 적힌 시험 문제 등에 대해서 이것을 유출 정황으로 볼 수 있는지 혹은 실수로 적은 것일지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열린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전 교무부장 A씨와 두 딸들에게서 압수한 압수물들을 경찰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정답표가 시험지 위에 작게 적혀있는 모습. 2018.11.1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열린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전 교무부장 A씨와 두 딸들에게서 압수한 압수물들을 경찰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정답표가 시험지 위에 작게 적혀있는 모습. 2018.11.12.  [email protected]

수사를 통해 경찰은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1과목,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 각각 1과목,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3과목,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12과목(전과목) 등 총 18개 과목에 대해 유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지난 2일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당일 영장을 법원에 청구, 법원은 6일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는 이들이 미성년자라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은 12일 A씨와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구속·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시험문제 유출 방조한 혐의로 피의자 선상에 올랐던 전 숙명여고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 교사에 대해서는 "A씨를 정기고사 검토에서 배제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는 학업성적 관리업무를 방해한 방조범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A씨 변호인에 따르면 그는 "끝까지 가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 역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거듭된 항의에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묵묵부답이던 숙명여고 측은 이날 경찰 수사 결과에 '백기'를 들었다.

숙명여고는 오후에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전 교무부장 자녀들의 성적 재산정(0점 처리) 및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하도록 하겠다. 전 교무부장 파면을 징계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