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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참사 7명 중 4명이 '無 빈소'…떠날 때도 쓸쓸했다

등록 2018.11.13 10: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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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도 없이 화장만 치르기도…유족 결정

35세 희생자 외 모두 고령에 고시원 생활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2018.11.11.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서울 종로원 국일고시원 참사 희생자 7명이 모두 장례절차를 마친 가운데, 이 중 4명은 빈소 하나 마련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3일 사건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대안암병원에 시신이 안치됐던 장모(72)씨는 장례도 없이 지난 11일 화장을 치렀다. 병원 측은 "유족들이 왔으나 빈소 없이 화장을 원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서울백병원으로 이송된 양모(57)씨 유족 역시 빈소를 차리지 않고 바로 화장을 택했다. 신촌 연세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된 이모(62)씨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조모(35)씨 역시 지방에 거주하던 가족이 서울로 오긴 했지만 빈소는 없었다. 그는 입관식을 끝으로 가족 곁을 떠났다.

조씨는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 몇년 전부터 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으로 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사고 당일인 지난 9일 지방에서 올라와 밤 늦게 조씨를 만났다. 따로 빈소를 차리지 않기로 한 유족은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위해 임시로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

가족들은 10일 오후 부검을 마친 조씨가 돌아오자 조용히 입관식을 치렀다. 조씨 가족은 하룻밤을 더 장례식장에서 보낸 후 고향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가족과 연락이 닿았음에도 이처럼 빈소 하나 차리지 못하게 된 데는 여러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씨를 제외하고 전부 고령의 나이에 몇 평 되지도 않는 고시원 방 안에서 홀로 지냈던 이들이다.

유족들은 빈소를 차려도 찾아올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빈곤층 '쪽방촌'처럼 돼 버린 고시원에서 가족이 참사를 맞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 예상되는 주변의 시선 등을 감안했을 수 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 11일 오후 화재가 일어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2018.11.11.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 11일 오후 화재가 일어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대병원에 시신이 안치됐다가 유족 뜻에 따라 고향으로 옮겨진 조모(78)씨에 대해 고시원 맞은편 포장마차 주인인 최영수(54)씨는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해주는 것이 고맙다며 조금이라도 팔아주겠다고 들렀던' 상냥한 사람이었다고 떠올렸다. 최씨는 "젊은 시절 수산시장에서 사업을 해 큰 돈을 벌었으나 사업이 망해 가정생활도 어려워진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된 김모(56)씨 유족은 빈소를 차리고 지난 11일 발인을 마쳤다. 일본인 O씨(53)는 이송된 병원인 강북삼성병원에 영안실이 없어 가평의 한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오전 5시께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 건물 3층에서 불이 나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고시원 301호 거주자의 전열기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난 10일 합동감식을 통해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전기 히터, 콘센트, 주변가연물과 경보장치 등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감식 결과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대 3주가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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