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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들, 자치경찰제 우려…"유전치안 무전불안"

등록 2018.11.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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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예산 규모 따라 치안 질 달라질 수도

지역권력 유착 '정치경찰' 나오면 어쩌나

수사 주체 이분화, 일사불란 수사 가능한가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자치경찰제 도입 초안을 13일 공개했다. 자치경찰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 제주, 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22년 전면 시행된다.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자치경찰제 도입 초안을 13일 공개했다. 자치경찰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 제주, 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22년 전면 시행된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문재인정부의 '경찰 개혁' 핵심 중 하나인 '자치 경찰제'를 2022년부터 전면 시행한다는 정부 발표가 13일 나온 가운데 일선 경찰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안정적인 치안 유지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 경찰이 지방 권력과 유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경찰 권력이 사실상 둘로 나뉜 상황에서 신속한 수사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이날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자치 경찰제 도입 초안을 공개했다. 국가 경찰은 광역 범죄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자치 경찰은 현장 중심의 치안활동을 수행하고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균일한 치안 서비스 가능할까

경찰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건 균일한 치안 서비스의 붕괴다. 국가 경찰 체제 내에서 치안 시스템은 경찰청 지휘 아래 지역을 막론하고 대체로 균등하게 이뤄져왔다. 그러나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각기 다른 지자체 예산에 따라 치안·경비의 질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행에 필요한 예산은 '국가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시범 운영 예산은 국비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장기적으로 '자치경찰교부세'가 도입된다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지자체별 재정 상황에 따라 치안 투입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른바 '유전유안(有錢有安) 무전무안(無錢無安)'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한 경정급 간부는 "우리나라가 워낙 치안이 잘 돼 있어 당장에 큰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예산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지방에서 큰 사건이 발생하면 분명히 자치 경찰 예산에 관한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안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정순관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8.11.1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안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정순관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8.11.13. [email protected]

◇지역 '정치경찰' 안 나올 거라는 보장 없어

경찰과 지방 권력 간 유착 가능성도 자치 경찰제의 문제 중 하나로 오르내리고 있다. 정권 눈치를 보는 것과 동시에 지방 세력과 밀착해 '정치적 중립성'을 방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이번 초안에는 시·도지사의 경찰 직무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은 인정하지 않고, 시·도 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관리하게끔 하는 제도가 포함됐다. 그러나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을 추천하는 시·도 경찰위원회를 시·도지사가 임명한다는 건 결국 자치 경찰이 지역 권력 정점인 시·도지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시·도 예산을 편성·심의하는 지방 의회나 지자체 의원들의 눈치도 보게 되면서 자치 경찰이 지방 권력의 부패·비리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일선서 경정급 간부는 "시·도 경찰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도 경찰위원회를 꾸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자치 경찰의 성패를 가를 거라고 본다"고 했다.
일선 경찰들, 자치경찰제 우려…"유전치안 무전불안"

◇일사불란한 수사 가능할까

수사 주체가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로 나뉘게 되면 효율적인 수사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까지는 경찰청이 지방청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사건 규모 및 성격에 따라 '관리'가 가능했다면, 자치 경찰 도입 이후에는 관리·감독 체계가 상대적으로 헐거워질 가능성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에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초안에는 자치 경찰은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지역경비 등 주민 밀착 민생 치안 활동과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학교·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공무수행 방해 등 수사를 담당한다.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 관련 수사, 전국적·통일적 처리를 요하는 민생치안 사무를 맡는다. 다만 긴급하게 조치해야 할 현장성 있는 사건의 현장보존, 범인검거 등 초동 조치는 국가·자치경찰의 공동 의무사항으로 규정해 사건 처리의 혼선을 방지하고 협력체계를 강화하게 돼 있다.

수사 성격에 따라 주체가 이분화했지만, 사실상 그 기준이 명확·엄격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강력 사건들을 접한 국민 대다수는 경찰의 신속한 초동 대처를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안전 문제에 대한 민감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사안에 따라 수사 주체가 누구인가를 놓고 문제가 생기고, 이에 따라 수사 자체가 삐걱대기 시작하면 국민 불안감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울 수 있다.

한 경정급 간부는 "경찰이 두 개로 나뉘게 되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업무 협업"이라며 "지켜봐야겠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강서구 PC방 사건'을 예로 들며 "처음에는 말싸움이었다가 30분 시차를 두고 살인사건이 된 이 건만 보더라도 자치 경찰과 국가 경찰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업무를 나누고 함께 움직여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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