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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초점]방탄소년단 티셔츠, K팝에게 주어진 세계문화사 숙제

등록 2018.11.14 09:59:46수정 2018.11.20 09: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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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초점]방탄소년단 티셔츠, K팝에게 주어진 세계문화사 숙제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멤버 지민(23)의 '광복절 티셔츠' 논란은, 세계적인 그룹이 된 '방탄소년단'(BTS)이 노래와 춤 말고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방탄소년단은 의도치 않은 행동, 말, 그리고 패션스타일 등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방탄소년단의 13일 일본 도쿄돔 공연에 맞춰 발표한 사과문으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빅히트는 원자폭판 투하 장면이 새겨진 지민의 티셔츠에 대해 "전쟁과 원폭 등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며,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사과했다. 리더 RM(24)이 2014년 10월 한국의 패션잡지 화보에서 착용한 '나치 문양이 들어있는 모자'에 대해서도 해명하며 "나치를 포함한 모든 전체주의, 극단적 정치적 성향을 띤 모든 단체 및 조직에 반대한다"고 분명히했다.

◇민간 외교단이 될 정도로 영향력 커진 아이돌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K팝 아이돌 그룹이 문화외교의 첨병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유럽 공연의 빠듯한 스케줄에도 지난달 14일 '한국·프랑스 우정 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한국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RM은 지난 9월24일 미국 뉴욕 UN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UNICEF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에 대표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뉴시스 초점]방탄소년단 티셔츠, K팝에게 주어진 세계문화사 숙제

RM의 "당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십시오"라는 연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스피크 유어셀프'라는 타이틀로 캠페인처럼 번졌다. 여러 나라에서 나이와 무관하게 다양한 인종이 'Speak yourself' 앞에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18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 콘텐츠 인기와 소비는 방탄소년단이 중심이 된 K팝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국' 연상 이미지로 'K팝'을 떠올리는 한류 콘텐츠 소비자가 16.6%로 가장 많았다. 한국 연상 제품에서 2016년 7위였던 K팝은 이번에 3위로 올라섰다. 한류 콘텐츠 호감도 부문에서는 '한국 K팝 콘텐츠가 마음에 든다'는 응답이 2016년에 비해 18.2%나 증가했다.

청와대는 방탄소년단이 민간 외교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화관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에서도 아이돌의 활약은 두드러지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축하공연의 중심도 그룹 '엑소'와 그룹 '2NE1' 출신 씨엘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폐회식은 그룹 '슈퍼주니어'와 '아이콘'이 장식했다.

◇일부 세력, 아이돌 정치적 악용

이처럼 K팝의 영향력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일부에서는 정치적인 목적 등으로 K팝 그룹을 뒤흔들려 들고 있다.
【도쿄=뉴시스】 13일 도쿄 도쿄돔에서 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렸다. 사진은 콘서트를 관람하러 온 팬들이 방탄소년단 포스터를 찍고 있는 모습이다. 2018.11.14

【도쿄=뉴시스】 13일 도쿄 도쿄돔에서 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렸다. 사진은 콘서트를 관람하러 온 팬들이 방탄소년단 포스터를 찍고 있는 모습이다. 2018.11.14

이번 지민의 광복절 티셔츠 시비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민이 문제의 티셔츠를 입은 것은 최근이 아니다. 지난해 월드투어 당시 팬이 선물한 이 옷을 입었다.방탄소년단이 일본 내 혐한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에서 K팝 한류가 재점화하자 위기를 느낀 세력이 대세로 떠오른 방탄소년단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빌보드는 "일본이 한국 가수들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투했다"고 짚기도 했다.

핵심은 일본의 반한 정서가 지민의 티셔츠를 계기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취소가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돤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최근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지민의 광복절 티셔츠를 두고 프레임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민이 입은 티셔츠에는 사람들이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모습, 원자폭탄 투하 장면 등이 프린트돼 있었다.원자폭탄 투하 장면으로 일본을 조롱하고 비하했다는 것이 일본 혐한 세력의 주장이다. 한편에서는 지민이 입은 광복절 티셔츠 의미를 제대로 알리겠다며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를 중심으로 '#LiberationTshirtNotBombTshirt'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공유되기도 했다.

◇글로벌 문화 속, 아이돌·소속사도 공부 필요  

지민이 입은 티셔츠가 원폭이라는 인류의 비극을 자극적으로 다뤘다는 우려도 나왔다. 광복 과정을 표현한 의도는 알겠으나 핵으로 인류를 살상한 행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을 위해 좀 더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한다.
방탄소년단 도쿄돔

방탄소년단 도쿄돔

이에 대해 빅히트가 신속하게 대응을 했다는 잘 했다는 평가가 많다. 빅히트는 "지민의 광복절 티셔츠가 원폭 피해자에게 상처를 드릴 목적으로 제작된 의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사전에 충분한 검수를 못해 지민이 착용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원폭 피해자 분들께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은 물론, 당사 가수가 원폭 이미지와 연계돼 있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셨을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것이다.

K팝 아이돌이 세계적으로 활약하면서 사회, 역사,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곤욕을 치른 경우가 더러 있었다.

 2015년 그룹 'B1A4' 멤버들이 말레이시아 팬 미팅에서 껴안은 무슬림 소녀들은 현지에서 체포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쓴 여성이 낯선 남자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이슬람 전통'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K팝의 신선함에 여러 지역이 호응하고 있지만, 현지 사회의 맥락을 읽어 알맞은 콘텐츠로 변환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K팝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현지의 반발도 잦아질 수 있다.

국내 대형 기획사들도 멤버들에게 타국에 대해 공부시키는 것은 물론 현지 직원을 뽑아 자체적으로 여러 정보를 모으고 학습하는 중이다. 빅히트는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일본과 한국의 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을 접촉,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설명과 상처 받은 이들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또 문제를 제기한 단체 '사이먼 비젠털센터'에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빅히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번에 문제 제기된 사안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역사,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빅히트와 소속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 저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 분들이 없도록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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