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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왜 비주력자산매각·자사주 매입 요구했나

등록 2018.11.14 11: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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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맹공·현대차 무관심이 가치잠식시켜"

"현대차그룹에 최대한 요구…주가부양 목적"

엘리엇, 왜 비주력자산매각·자사주 매입 요구했나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비핵심 자산 매각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계기로 수익을 내기 위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엘리엇은 5000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은 1년여 전부터 그룹지배구조를 분석하는 등 준비를 해왔으며, 지난해 말부터 현대차 3사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말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자 엘리엇은 주식보유 사실을 공개하고, 노골적 반대를 통해 이를 무산시켰다.

지난 8월에는 현대차 주식 640만주(3.0%), 기아차 주식 860만주(2.1%), 현대모비스 주식 250만주(2.6%)를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새 개편안을 제시, 논란을 빚었다.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나머지 현대모비스의 모듈·핵심 부품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통합'하는 내용으로, 현대차는 "법적 제약이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엘리엇이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짠 제안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글로벌 무역전쟁과 판매 부진으로 현대차그룹이 3분기 어닝쇼크를 내며 큰 손실을 봤다. 주식보유 공개 후부터 따지면 56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자니 트레비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지난 1일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에 대한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의 10억 달러 배팅은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했다"며 "엘리엇이 처음 대주주라는 사실을 밝힌 후 3개사의 주식은 15%~30% 떨어졌고, 지분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때 5억 달러(약 561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트레비디 칼럼니스트는 "엘리엇의 맹공과 현대차의 무관심은 그룹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임으로써 가치를 잠식시켰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는 엘리엇이 비핵심 자산 매각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 이유를 '주가 부양'으로 보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현대차가 실제로 자산을 매각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 부양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같은 주장 자체가 투자심리를 자극해 주가를 부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배당이 아닌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 이유도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엘리엇의 의뢰를 받은 콘웨이 맥킨지는 "배당금 통해 주주 환원을 하면 순환출자로 인해 현대차그룹이 이중 23%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자사주 매입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한전 부지 매입, 현대건설 고가 매입 등을 문제삼은 것 역시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박의 정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S&P는 최근 현대차그룹 3사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며 현대차의 약화된 수익성이 향후 1~2년 이내에 크게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수익을 내야 하는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손절매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1~2년간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면 엘리엇이 손절매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엘리엇 입장에서는 손절매를 선택한다해도 현대차그룹에 최대한 요구해 손실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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