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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 사퇴, 국보급 투수 출신 야구인의 자존심(종합)

등록 2018.11.14 15: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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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대표팀 사령탑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대표팀 사령탑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선 감독은 14일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선 감독은 지난해 7월 사상 첫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약을 맺은 선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나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선수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의심하는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오지환, 박해민의 대표팀 발탁 과정을 밝히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등장했고, 한국청렴운동본부는 선 감독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논란 속에 선 감독과 정운찬 KBO 총재는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기도 했다.

정운찬 총재는 2020 도쿄올림픽까지 선 감독에게 국가대표 지휘봉을 맡기겠다면서도, 감싸지는 않았다.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정 총재는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 감독은 필요하지 않다"며 전임 감독제 반대 뜻을 드러냈고, 선 감독이 집에서 TV를 보고 선수를 뽑은 것이 옳으냐는 질문에는 "선동열 감독의 불찰"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논란에도 '사퇴'를 입에 담지 않던 선 감독은 이날 오후 1시께 기자회견을 공지한 후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퇴 의사를 알렸다.

선 감독은 "수 차례 사퇴를 공표하고 싶었지만 야구인으로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야구 대표팀과 국가대표 야구 감독으로서 자존심 회복, 아시안게임 금메달 명예 회복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야구인으로서 대축제인 포스트시즌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전했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다. 금메달 세리머니조차 할 수 없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없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면서 당시 사퇴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선수 선발 시비로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한 선 감독은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다.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 또한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장【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대표팀 사령탑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하고 있다. 2018.11.14. bjko@newsis.com

장【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대표팀 사령탑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하고 있다. 2018.11.14. [email protected]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선 선 감독은 정치권을 향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국가대표 감독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대한체육회 역사상, 국가대표 감독 역사상, 한국야구 역사상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그리하여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소환되는 사례는 내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국감에서 정 총재의 발언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내비쳤다. "전임 감독제에 대한 총재님의 생각을 국정감사를 통해 알았다. 나의 자진 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감독의 책임은 무한하다. 나는 그 책임을 회피해 본 적이 없다.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에 대한 감독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돼야 한다"고 짚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있었던 논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다. 우리 시대 청년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고,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며 "금메달 획득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시대 정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재차 사과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 앞에 서기 전 기자회견문을 배포한 선 감독은 회견장을 찾아 "야구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들과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고 밝혔다.

 "조금 전 총재님을 만나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그간 야구인으로나 인간적으로 많이 아껴준 언론인 여러분,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도 감사드린다"고 짧게 말한 뒤 회견장을 떠났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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