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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경제팀의 과제③]시장 주체들 헷갈려…'일관된 메시지' 보내야

등록 2018.11.15 05:00:00수정 2018.11.26 09: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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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놓고 金-張 '엇박자' 지속…결국 2년차 교체

홍남기 "靑과 의견 차 있을 수 있어…치밀히 소통할 것"

"現 경제 정책 수정 메시지 보내야"…1기 연장선 우려도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11.13.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11.1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우리 경제의 각종 거시 지표들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에 요구되는 또 하나의 바람은 정책 집행에 있어 일관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것이다.

그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하성 전 정책실장을 비롯해 경제 관련 부처와 '엇박자'를 내는 듯한 모습이 심심찮게 연출돼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 두고 金 "수정·보완 필요" 張 "상당한 성과" 이견

대표적인 예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입장 차다.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 온 학자 출신 장 전 실장은 '제이(J)노믹스'의 근간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렸다. 현장형 관료 출신 김 부총리는 실제 정책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주문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기조에 맞게 청년 및 취약계층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11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했다. 또 올해(16.4%)에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10.9% 인상키로 결정하며 성장보단 서민 생활 안정에 무게를 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고용 지표를 중심으로 한 경제 둔화 현상이 하반기까지 지속되자 1기 경제팀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됐다. 지난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8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고용 쇼크'라는 진단이 나오자 경제팀에 대한 개각설이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 불화설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후속 조치 및 19년 예산안 처리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제6차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하성(오른쪽) 청와대 정책실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18.11.0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후속 조치 및 19년 예산안 처리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제6차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하성(오른쪽) 청와대 정책실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18.11.04. [email protected]

청와대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진압에 나섰지만 두 사람 간 견해차는 계속해서 확인됐다. 김 부총리가 "고용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J노믹스의 또 다른 축인 '혁신성장'에 좀 더 방점을 맞춰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반면 장 전 실장은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기존에 추진되고 있던 정책들이 효과를 내면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 말했다.

올 여름 들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등 고용 악화가 지속되자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정·보완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장 전 실장은 이때 올해 연말 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10만~15만명 정도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 언급한 상황이었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조치와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 조치들을 고용 부진의 요인으로 꼽은 것도 청와대와의 불화설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 장 전 실장은 교체 직전인 지난 6일까지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저소득층·중산층의 삶의 질을 개선해 좋은 성과를 나타낼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장 전 실장과의 갈등 외에도 김 부총리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문제'를 두고 법무부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시장 주체들에게 불안감을 안겨 줬었다. 이밖에 부동산 정책 등 각종 경제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제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졌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수현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11.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수현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11.11.  [email protected]

◇"치밀한 소통" 강조한 홍남기…불협화음 우려 걷어낼 지 '주목'

신임 부총리로 지명된 홍남기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서 현 정부의 경제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선 배경으로 부처 간 업무 조율에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는 점이 꼽히며 1기 경제팀에 비해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대두되고 있다.

홍 후보자는 신임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수현 전 사회수석과 참여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함께 일한 이력도 있다. 이 정부 들어 국조실장을 역임하던 당시에도 김 실장과 정책적 접점이 많았던 터라 소통이 원활히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홍 후보자는 청와대와의 소통 문제와 관련, 남다른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지명된 날인 지난 9일 연 기자 간담회에서 "경제팀과 김 실장이 이끄는 수석들 간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격의 없는 비공식 난상 토론을 활성화해 치밀하게 소통하겠다. 또 조율된 내용이 외부에 한목소리로 표출될 수 있도록 부총리로서 책임을 감당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 역시 "경제 운용에 있어선 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해 하나의 팀으로 일하겠다. 부총리의 활동을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 '투톱(two top)' 같은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2기 경제팀이 아직까지는 기존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을 내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 관련해선 여러 논쟁이 있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추진하되 일부 의도하지 않은 문제점이 제기될 경우 조정·보완해 나가지 않을까 한다"며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또 김 부총리와 같이 "현재 한국 경제가 '침체' 혹은 '위기'라는데 동의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취업자 수는 2709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6만4000명 증가했다.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취업자 수는 2709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6만4000명 증가했다.  [email protected]

일각에선 행시 29회 출신 홍 후보자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행시 24회), 최종구 금융위원장(행시 25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행시 26회),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행시 27회) 등 경제 관련 부처 수장들보다 후배라 실질적인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책의 부작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경제 상황도 실제로 안 좋아지고 있어서 경제 정책을 수정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줘야 한다"며 "2기 경제팀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주진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필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관료 출신인데다 경제 철학도 기존과 크게 다를 것 없어 1기 팀의 연장 선상"이라고 평가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정보기술(IT)금융학부 교수 역시 "홍 후보자는 참모형이다. 자칫 청와대 원톱이 되진 않을까 우려된다"며 "홍 후보자는 정부 눈치를 보지 말고 기업 투자 회복과 더불어 신흥시장 금융위기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는데 최선을 다해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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