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추락하는 국제유가…글로벌 경제,내리막길 들어섰나

등록 2018.11.18 05: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추락하는 국제유가…글로벌 경제,내리막길 들어섰나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국제유가가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자유낙하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시행됐지만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오히려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국제유가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가를 지지하기 위해 연말 감산을 검토할 계획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오히려 시장 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며 7%나 하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1% 하락한 배럴당 55.69 달러에 마감했고, 영국 브렌트유는 6.6% 내린 배럴당 65.47 달러로 장을 마쳤다. 14일 거래에서 유가가 1%대의 반등을 이뤘지만 여전히 연고점(WTI 76.41 달러, 브렌트유 86.29 달러) 대비로는 20% 넘게 하락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이후 3년 가까이 침체 국면에 빠져 있던 에너지 시장은 올해 들어 활황세로 돌아섰다. 연초 WTI는 배럴당 58 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63 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10월 초 WTI 76 달러, 브렌트유 86 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에너지 수요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 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미국의 이란 제재로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유가 상방 압력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고공행진을 하던 유가는 10월 중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산유국들이 이란 제재를 의식해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오히려 공급 과잉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WTI의 경우 10월 29일부터 11월 13일까지 12거래일 연속 하락해 1983년 이후 최장 기간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에 사우디는 지난 11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12월부터 석유 생산을 일평균 50만 배럴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또 OPEC 14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들은 오는 12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175차 OPEC 회의에서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감산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와 OPEC이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기를 바란다. 유가는 공급량에 근거해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압박하자 유가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성장 둔화 예상되지만 산유국 생산량은 증가 추세

현재 시장에서는 내년 이후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OPEC에 따르면 10월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12만7000 배럴 증가한 3290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국의 제재를 앞두고 이란의 생산량이 일평균 15만6000 배럴이나 줄었지만 다른 산유국들이 공급을 크게 늘려 이 효과를 상쇄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각각 생산량을 12만7000 배럴과 14만2000 배럴씩 늘렸다. 리비아, 앙골라, 카타르도 증산에 동참했다.

비(非) OPEC 산유국들의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러시아의 10월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5만 배럴 증가한 1160만 배럴을 나타냈다. 이는 소비에트연방 시절 이후 최대 기록이다. 미국의 생산량도 사상 최대치인 1160만 배럴까지 확대됐다. OPEC은 내년 미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들의 생산량이 일평균 223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세계 경제 성장세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원유 수요는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OPEC은 11월 보고서에서 내년 원유 수요가 올해보다 일평균 129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성장 전망치는 지난달보다 7만 배럴 하향조정됐다. OPEC은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전망치를 낮췄다.

OPEC은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는 석유 수요에 대한 하방 압력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현재 석유 시장이 균형 상태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비(非) OPEC 국가들의 공급은 수요에 비해 많은 양이 증가해 과잉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부르크(독일)=AP/뉴시스】지난 2014년 10월29일 독일 북부 함부르크항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컨테이너들이 하역되고 있다. 지난 3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독일 연방통계청이 14일 발표했다. 이는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유럽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독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8.11.14

【함부르크(독일)=AP/뉴시스】지난 2014년 10월29일 독일 북부 함부르크항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컨테이너들이 하역되고 있다. 지난 3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독일 연방통계청이 14일 발표했다. 이는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유럽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독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8.11.14


◇2014년 유가 폭락 재연되나…시장 공포감 확산

일각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4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배럴당 100 달러를 상회했던 국제유가는 2014년 하반기부터 급락세를 보이면서 장기 부진의 늪에 빠졌다. 2016년 초에는 WTI가 26 달러, 브렌트유가 27 달러까지 급락했다. 이같은 유가 부진은 글로벌 경기 부진과 저물가를 장기화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

OPEC과 비(非) OPEC 산유국들은 2017년부터 일평균 180만 배럴의 감산을 시행하면서 유가 견인에 나섰다. 이에 따라 22017년 하반기부터 강세를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상승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자 산유국들의 생산 담합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OPEC은 이란 제재를 앞두고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6월 생산량을 일평균 100만 배럴 늘리기로 합의했고, 이는 이번 유가 급락의 신호탄이 됐다.

유가 하락이 반드시 모든 국가에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제조업 국가들은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급락세가 세계 경제 둔화의 전조로 받아들여지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에 충격파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인이다. 13일 국제유가가 7%나 떨어지자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 주요 증시는 세계 경제 둔화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해 잇따라 하락했다.

주요 글로벌 연구 기관들도 내년 이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018년 2.9%에서 2019년 2.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 지역 성장률은 2.95에서 1.9%까지, 중국은 6.6%에서 6.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월가 펀드 매니저들 중 절반 가량은 향후 12개월 안에 세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월가의 경기 전망이 가장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OPEC, 12월 회의서 감산 논의…성공 여부는 불투명

산유국들은 유가 급락을 진정시키기 위한 감산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OPEC 14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들은 오는 12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175차 OPEC 회의에서 감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OPEC이 생산량을 일평균 100만 배럴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1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국가들이 에너지 시장에서의 안정 회복을 위한 공동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 OPEC 산유국들을 주도하는 러시아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감산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알렉산더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14일 싱가포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가는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내려가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가격을 어떻게 안정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일회적인 변동 요인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노바크 장관은 현재 에너지 시장이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한 영향을 완벽하게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어  OPEC이 감산 합의를 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내년 일평균 원유 생산량이 1200만 배럴을 넘겨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산유국이 될 전망이다.

비 OPEC 산유국 멤버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OPEC은 효과적이지 않다(OPEC is not effective)"며 "그들은 항상 의견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가 안정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셰일유 생산량"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