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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람사르습지도시 제주, 사파리월드 추진 놓고 주민 갈등

등록 2018.11.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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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월드 사업 부지, 람사르습지 동백동산과 인접

대형 외래동물 사육 시 생태계 교란 등 주민간 찬·반

환경단체 "곶자왈에 사파리월드, 세계적 조롱거리"

사파리월드 "천혜의 자연 환경 제주와 잘 어울릴 것"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제주시 조천읍 동백동산 습지 모습. 습지에는 제주 특산 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해 물장군, 애기뿔소똥구리 등 수많은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10.25. (사진=제주시청 제공)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제주시 조천읍 동백동산 습지 모습. 습지에는 제주 특산 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해 물장군, 애기뿔소똥구리 등 수많은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10.25. (사진=제주시청 제공)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최근 UAE(아랍에미리트) 소속 국가인 두바이에서 열린 제13차 람사르 총회에서 제주시가 국내 첫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정받았다.

정부가 제주시 조천읍 일대를 세계적 환경도시로 추진하는 동안 습지 인근의 개발사업도 함께 추진돼 행정당국이 주민 간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25일 람사르총회에서는 제주시를 포함해 전남 순천시와 경남 창녕군, 강원도 인제군 등 총 4곳을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했다.

람사르습지도시는 우리나라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제안한 제도다. 이후 튀니지와 공동 발의해 2015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2차 람사르총회에서 채택됐다.

람사르습지도시 제도가 3년 전 우리과이에서 채택될 무렵 제주시 조천읍 일대 99만1072㎡에 호랑이와 코끼리 등 대형 동물을 사육하는 제주사파리월드 사업이 추진됐다.


◇정부는 '람사르' 추진…한쪽에선 '사파리월드'

사파리월드를 추진 중인 ㈜바바쿠트빌리지는 2015년 6월18일 해당 부지에 대한 '사전 입지 검토 신청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27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8.07.27. susie@newsis.com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27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8.07.27. [email protected]

사업은 수익사업모델을 원하던 일부 마을 주민들의 요구와 맞물려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곶자왈사람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8일 공동성명을 통해 "사파리월드 사업으로 람사르습지도시 지정이 철회되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환경단체는 "사업 계획은 람사르총회가 조천읍을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한 취지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곶자왈에 사자와 코끼리, 하마, 코뿔소, 재규어 등 외국 대형 동물의 사육 시설과 숙박시설 계획이 승인된다면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사파리월드 개발사업은 지난해 10월27일 경관심의에서 한 차례 부결된 이후 경관위 재심의, 교통영향평가, 사전재해영향성검토 절차를 잇달아 통과했다. 하지만 7월 도시계획위 심의에서 곶자왈 경계 설정 등의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사업 심의 미뤄지며 주민 갈등 깊어져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9일 회의를 갖고, 제주사파리월드 사업에 대한 관광·휴양개발 진흥지구 지정안을 심의한 결과 재심의하기로 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사업자 측이 용수 공급계획과 중수 활용계획 등을 수정했지만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재심의를 결정했다.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주민들이 16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의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7.06.16. susie@newsis.com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주민들이 16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의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7.06.16. [email protected]

위원회는 사파리월드 운영 시 사육 동물의 분뇨 처리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제주도가 추진중인 곶자왈 용역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사파리월드 사업을 재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심의가 미뤄지며 주민들간 갈등만 계속되고 있다. 재심의 결정이 내려지자 구좌읍연합청년회는 성명을 내고 “(사파리월드는) 제주도에 새로운 관광거리이자 지역민을 위한 많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부지역의 균형발전도 이룰 수 있는 만큼 도시계획 심의가 통과 돼야 한다"고 했다.

사업 부지 인근 마을인 조천읍이장협의회는 “제주사파리월드 조성 사업이 생태적 가치가 높은 람사르습지 동백동산을 위협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주사파리월드 측은 "천혜의 자연 환경, 제주와 가장 잘어울리는 사파리 파크를 만들고자 한다"며 "관람객들이 관람자로서의 참여가 아니라 동물들과 공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고 사업 추진을 원하고 있다.


【제주=뉴시스】숨은물뱅디의 물이끼 군락. (사진=환경부 제공)

【제주=뉴시스】숨은물뱅디의 물이끼 군락. (사진=환경부 제공)


◇동백동산 일대, 제주고사리삼 비롯 멸종위기 생물 서식처

람사르총회에서 조천읍이 습지도시로 지정된 이유로는 세계적으로 동백동산 일대에서만 발견되는 생물의 존재에 있다.

습지에는 제주 특산 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해 물장군, 애기뿔소똥구리 등 수많은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습지보호 지역인 제주시 애월읍 지역의 '숨은물벵듸'를 정밀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4종을 포함해 총 528총의 야생생물 서식을 확인했다.

특히 고층습원형 습지를 대표하는 희귀한 물이끼 군락도 발견됐다. 이는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의 용늪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남부지방에서는 최초의 고층습원형 습지로 확인된 것이다.

화산석으로 이뤄져 물이 잘 빠지는 제주도 지형에서 보존된 특이한 환경 자원 '습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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