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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어쩌나' 곤혹스런 현대차

등록 2018.11.15 16: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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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공장도 다 못돌리는데…노조 총파업도 부담

좌초·재협상 과정에서 후진…인건비 메리트 없어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민주노총울산본부는와 현대자동차 노조는 14일 오후 울산시청 정문앞에서 광주형일자리반대! 자동차산업살리기·울산경제살리기 울산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18.11.14.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민주노총울산본부는와 현대자동차 노조는 14일 오후 울산시청 정문앞에서 광주형일자리반대! 자동차산업살리기·울산경제살리기 울산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18.11.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여·야·정이 새로운 노사 협력모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초당적 지원에 합의,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극심한 부담감에 휩싸였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이어 기아차 노조(금속노조 기아차지부)도 현대차그룹이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할 경우 총파업하겠다는 뜻을 밝힌데다, 글로벌무역전쟁 등으로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그룹 경영환경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됐다 다시 합의되는 과정에서 임금과 협상 조건 등도 현대차그룹에 불리하게 바뀌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14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자동차산업발전위원회'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에 물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답한 것 역시 이 같은 배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이 줄어 현재 있는 공장도 다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한다고 해도 기존 생산직들을 정리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장기적으로 보고 참여 의향을 밝혔던 것인데 모든 조건이 다 나빠졌고, 자칫하다가는 정부와 노조 사이에 끼고, 영남과 호남 사이에 껴서 새우등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 총파업 선언에 부담…울산 여론도 신경써야

표면적으로 현대차그룹을 가장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현대·기아차 노조의 총파업 위협이다. 민주노총 산하인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14일에는 기아차 노조도 이에 합류했다.

강상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은 14일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잘못된 판단이 확정돼 기아차 3만 조합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사태 발생이 예상되면 노조는 총파업을 포함한 가장 강력한 투쟁 전개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 10만대 생산한다는 계획은 현재 기아차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경차와 소형차(모닝·레이·프라이드·스토닉)의 생산 판매 감소 추이를 더욱 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량이 6년 새 12%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부영 현대차지부장 역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국내생산 55만대 감소, 현대차 25만대 감소,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시설이 남아도는데 광주공장 10만대 신설은 과잉중복 투자로 자동차산업 전체의 몰락을 재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 지부장은 "국내 경차 판매는 14만대에서 12만대로 감소하고 있고, 광주에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신설하면 타 지역 경차공장에서 10만대 만큼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지역별 일자리 빼앗기 경쟁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이 울산을 베이스로 성장해온 만큼 최근 자동차 산업의 위기로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울산의 여론도 신경써야 한다. 울산시는 조선·자동차 산업업황이 동시에 나빠지며 고용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은 급등하는 등 극심한 타격을 받았다.

◇공장 가동률 감소세…"있는 공장도 놀리는데"

근본적 문제는 국내 생산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미국과 중국 등에서 현지생산 압박이 커지고 있는데다 공유차량 확산과 내수시장 수입차 점유율 증가 등으로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은 100%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시와 노동계가 1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광주형 일자리' 현대차 투자협상 관련 원탁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 박병규 원탁회의 의장, 이용섭 광주시장. 2018.11.01.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시와 노동계가 1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광주형 일자리' 현대차 투자협상 관련 원탁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 박병규 원탁회의 의장, 이용섭 광주시장. 2018.11.01.  [email protected]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국내에 운영하는 공장은 6곳으로, 이들 공장의 연간 생산가능대수는 334만대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연간 359만대(국내공장 가동률 107.55%)의 차량을 국내에서 생산했지만 지난해 생산대수는 314만대(94.41%)로 줄었다. 올해의 경우 1~9월 생산이 229만6478대로,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306만대 수준(91.62%)의 생산량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공장을 포함한 공장 가동률 역시 2015년 99.66%에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87.01%까지 줄었고, 올해는 7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추가 생산시설이 전혀 필요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고용 유연성이 낮기 때문에 '반값 일자리'를 추가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인건비를 다 주고 100%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과정서 계속 후진…"메리트 없어"

여러가지 부담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지난 6월 광주시에 광주형 일자리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이유는 장기적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중 베이비부머 세대(1957년~1964년생)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무더기 은퇴가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지난해 기준 5만200여명인데 10년간(2017~2026년) 정년퇴직자 숫자는 2만171명에 달한다. 노조 주력세대 10명 중 4명이 2026년까지 은퇴하게 되는 것이다. 그룹으로서는 광주형 일자리를 잘 활용하면 생산단가를 줄이는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광주시는 당초 현대차에 광주형 일자리를 제안하며 주 44시간 근무, 초임 평균연봉 3500만원을 제시했다. 임금협상은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하고, 처음 5년 간은 근로환경이나 복지 등에 대한 단체협약도 유예키로 했다. 원·하청 관계에 대해서는 별도 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지역 노동계의 반대로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되고, 다시 광주시와 한국노총이 합의하는 과정에서 여러 조건이 크게 달라졌다. '근로시간 계좌제'가 도입되며 40시간 3500만원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고, 5년간 단협을 유예키로 했던 내용도 사라졌다.

현대차 직원들 사이에서는 광주형 일자리의 임금이 현대차보다 더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차 초임은 특근과 연장근무수당 등을 모두 포함해 4800만원 수준인데, 광주형 일자리 초임은 3500만원에 특근비 1000만원을 추가해 4500만원이고,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700만원을 포함할 경우 5200만원까지 오른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3500만원 초봉을 놓고 '반값 일자리'라고 했지만 초봉부터 퇴직 직전까지의 현대차 평균 임금과 광주형 일자리 초임을 비교했던 것"이라며 "현재 초임과 비교했을 때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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