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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내부의 풍경이 만들어낸 외계 형태...윤영석 '소피엔스'

등록 2018.11.15 17: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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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서 이명에 관한 이야기 풀어낸 자전적 전시

우주인 같은 조형물등 조각 설치 렌티큘러 20여점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운영석 작가가 자신이 겪고 있는 이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운영석 작가가 자신이 겪고 있는 이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만약에 순수에 대한 감정이 사물화 될 수 있다면, 그 감정이 구원될 수 있을까? 하는 감정의 질문이 내게 살아있고, 그런 감정의 시간 속에서 나타난 풍경과 형태들입니다."

작가 윤영석(60)은 젊은 시절 귀를 다친 후 30년간 이명으로 고생해왔다. 소리를 잘 못듣게 됐지만, 그는 '이명'을 역이용했다. 예술가에게 인간의 감각적인 오류는 예술로 나아가게 한다. 그는 그 날선 감각을 조각으로 만들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16일부터 여는 개인전은 이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외계 영화 미장센을 보는 듯하다.

'귀 내부의 풍경'이라는 제목을 단 작품들은 초현실적인 형태의 조각으로 구현됐다.  

제 1전시장에 들어서면 우주인을 연상시키는 조형물을 맞닥뜨린다. 갑각류나 곤충 같은 생물의 외형을 기계와 같은 매끈한 표면과 무기질적 소재로 표현한 '아이오AHIO'를 이름으로 단 작품은 "디지털 문명에 적응하여 머리가 비대해지고 상대적으로 신체가 나약해진 인간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전시장 바닥에 회로도를 붙이고 그 위에 작업을 설치함으로써 IT 기기에 사로잡힌 인류를 표현한 것.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의 폭은 넓어졌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야는 좁아져 버렸다. 작가는 자동차 사이드 미러의 문구인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에서 착안, '아이오'에 후사경을 함께 설치했다.

앞은 보지 않고 스마트폰만을 들여다보며 걷는 현대인과 화면보다 가까이에 위치한 현실의 삶을 돌아보지 못하는 현 세대를 풍자한다.

【서울=뉴시스】 윤영석, 아이오 AHIO (artificial human illusional object), 2018, aluminum casting, f.r.p, 170(w) x 160(d) x 273(h) cm (each)

【서울=뉴시스】 윤영석, 아이오 AHIO (artificial human illusional object), 2018, aluminum casting, f.r.p, 170(w) x 160(d) x 273(h) cm (each)


'이∙내∙경 耳內景'을 비롯한 제 3전시실의 작업들은 작가가 젊은 시절 사고로 얻게 된 이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공간이다.
 
전시장의 벽면에 설치된 거대한 귀를 사이에 두고 설치된 날카로운 침봉은 작가가 겪어온 귀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끔 한다. 또한 이명의 치유를 위해 사용되는 초음파 사운드와 현대음악을 융합한 미묘한 소리가 전시장에 울려, 관람자들은 작가에게만 들리는 이명의 실체를 들려준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소리인 이명을 작업의 주제로 삼은 작가는 "감각을 통해서 세상을 인지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있어서 감각과 지각의 불완전성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는 모든 감각이 결국은 주관적인 것이며 절대적인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되짚어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윤영석, 명침 鳴針crying needle, 2018, aluminum casting, acryl pipe, f.r.p, 220x150x750cm

【서울=뉴시스】 윤영석, 명침 鳴針crying needle, 2018, aluminum casting, acryl pipe, f.r.p, 220x150x750cm


윤영석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는 드물게 인간의 착시를 다뤄왔다. 그가 흔히 사용하는 렌디큘러(안경이나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3D 이미지를 인식하게 만드는 프린트 기법)의 방식을 이용한 이미지들은 보는 위치에 따라 동일한 대상을 달리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  2007년 로댕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3.5차원의 영역'에서는 마이크로 렌티큘러 렌즈를 통한 착시효과에 주목한 '시시각각時視角覺', '모멘텀momentum' 등을 선보이는 등, 생명과 영원성, 문명의 발달과 그 이면, 감각과 지각의 왜곡 등 철학적인 주제를 꾸준히 다뤄왔다

서울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미술대학 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했다. 전통적 시각예술의 재료와 기법에서 벗어난 다양한 오브제와 기술 요소들을 활용하여 개념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개인전 타이틀 '소피엔스'는 그리스의 궤변론자들을 지칭하는 소피스트와 현생 인류를 의미하는 사피엔스가 결합된 작가의 신조어다. 전시는 12월30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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