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뉴시스 인터뷰]양방언,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등록 2018.11.16 15:12:5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뉴시스 인터뷰]양방언,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음악가에게는 저마다 생태계가 있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58)에게는 이 생태계가 열려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같은 굵직한 국가 행사는 물론 온라인게임 '아이온',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등의 작업을 오간다.

양방언은 "음악가마다 토양이 다르잖아요. 자신만의 토양을 갖고 있는 것이 좋죠. 무엇보다 오고 싶은 토양이 됐으면 해요.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니 다방면으로 노력해야죠"라며 웃었다.

"음악적 생태계는 균형이 중요해요. 어느 부분만 많아지거나, 어느 부분만 적어지면 곤란하죠. 진짜 생태계 같아야 해요. 하나에만 몰입하는 것도 좋지만, 제 자신이 한정될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창문을 열어 두려고 합니다. 그래야 많은 자극들이 눈앞에 펼쳐지거든요."
 
양방언이 21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치는 '유토피아 2018' 역시 음악적으로 고른 상태다.

양방언의 피아노를 중심으로 드럼, 베이스, 기타, 퍼커션과 현악, 관악, 전통악기가 한데 어우러진다. '프런티어' '제주의 왕자' 등 대표곡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선보인다. 밴드 멤버들도 한국, 일본, 미국 등 다국적이다.

'유토피아'는 양방언이 2016년부터 펼쳐오고 있는 브랜드 공연이다. "유토피아는 제 압축된 음악과 제 음악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했다. "음악을 해나가는 과정은 아득하게 보이는 지평선을 쫓아가는 것 같아요. 중간에 하나의 봉우리를 만나 올라가도, 또 다른 봉우리들이 수두룩하죠."

의사에서 음악가로 인생진로를 바꾼 재일동포 2세 양방언은 제주 출신 아버지와 신의주 태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주는 우리나라의 끝, 신의주는 북한의 끝으로 볼 수 있다. 양방언이 경의선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곡이 '드림 레일로드'다.

 이 곡은 남북이 평화 무드로 접어들면서 다시 생명력을 얻게 됐다. "한 바퀴 돌아서 이 곡을 다시 연주하기 좋은 때가 왔죠. 음악은 이미 만들어졌어도 상황, 환경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저마다 에너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연주가 되지 않고 보이지 않더라도 나름 움직이고 있는 거죠."

양방언은 이번 디아스포라 공연에서 내년 3월 방송 예정인 KBS 특집 3부작 다큐멘터리 '아리랑 로드'의 테마곡 '디아스포라'를 초연한다.
[뉴시스 인터뷰]양방언,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분산'이라는 뜻의 디아스포라는 팔레인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에서 유래했다. '아리랑로드'는 뼈아픈 한국 근현대사로 인해 고국을 떠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강제 이주당한 이들의 흔적을 담아낸다.

스스로도 디아스포라라는 양방언은 고통도 많지만 미래를 향해 밝은 비전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너무 비극적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힘들고 불행한 부분도 있지만 밝게 사는 부분도 있거든요. 함부로 특정시각을 재단하다는 건 위험하고 편협할 수 있다고 봐요. 이번에 직접 동포들을 만나면서 깨달았죠."

양방언은 2020년 일본 도쿄패럴림픽 관련 방송 다큐멘터리 음악 작업도 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역시 함부로 상황에 대해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절감했다.
 
"제가 만난 장애인들에게 비극적인 부분은 없었어요. 많은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긍정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표정이 밝았죠. 경기에 임할 때 투쟁심도 엄청나고요. 정말 프로다웠죠. 문을 닫아놓으면, 제 음악 생태계가 활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밴드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37), 일본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오시오 코타로(50)가 게스트로 나서는 이번 공연 역시 활짝 열려 있다.

"많은 분들과 제가 잘 못 보고 있는 걸 함께 찾고 싶어요.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이거든요. 함께 하는 세션들도 대단한 분들이에요. 한 사람이라도 음악에 납득이 안 되면 함께 갈 수 없죠.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나아가면 무대 위에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요."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