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뉴시스 인터뷰]지휘자 최희준, 쇼스타코비치로 위로하는 이 풍진세상

등록 2018.11.16 15:20:11수정 2018.11.19 08:46:1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뉴시스 인터뷰]지휘자 최희준, 쇼스타코비치로 위로하는 이 풍진세상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시대의 억압을 음악으로 돌파했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 '시대의 소음'은 '스탈린 치하'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그의 내면을 읽었고, M T 앤더슨이 쓴 역사서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인간 본성이 시험받는 혹독함에서 음악이 훌륭한 방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교향곡 8번을 '어려웠던 시기에 대한 메아리'로 정의했다. 참혹한 전쟁의 비극을 반영한 이 곡은 금지 등 온갖 수난을 겪다가 뒤늦게 조명됐다. 권력자들이 만들어놓은 망각의 계곡 아래로 사라질 뻔했다가 상처를 딛고 음악적, 역사적으로 복원됐다.

롯데콘서트홀이 올해 작곡가 시리즈로 전개해온 '쇼스타코비치 시리즈'가 12월4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번으로 총 네 번의 무대에 마침표를 찍는다. 지난 5월 러시아 혁명의 계기가 된 1905년 '피의 일요일'을 표현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 11번으로 시작된 이번 시리즈를 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마무리한다.
 
이 항해를 이끌어온 지휘자 최희준은 "쇼스타코비치를 회상하고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독일 베를린 연주회 객석에서 쇼스타코비치 8번을 처음 접했다는 그는 "규모와 스케일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라고 돌아봤다. "한편의 전쟁 드라마 같았어요. 당시만 해도 곡의 배경을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도 전쟁의 장면과 참상이 다가오더라고요."

최희준은 '쇼스타비치가 다른 시대에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도 해봤다. "스탈인은 모든 예술이 체제를 찬양하기를 바랐죠. 쇼스타코비치는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어요.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을 음악으로 표현했죠."

제2차 세계대전이 정점에 달한 1943년 작곡된 쇼스타코비치 8번은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환경과 내면의 심리를 표현하려고 했다. 마지막 부분에는 머지않아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뭉근한 희망도 품고 있다. 최 지휘자는 "세계에는 여전히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있죠. 이 곡이 여전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이유"라고 짚었다.

최 지휘자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한양대학교 지휘전공 교수이자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활약 중이다. 베를린 심포니, 예나필하모니, 카셀 국립오케스트라, 브란덴부르크 국립오케스트라, 라인란트 팔츠 국립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다. 라인스베르크 궁 가극장에서 요른 아르네케 작곡의 '세 영웅'(Drei Helden)을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뉴시스 인터뷰]지휘자 최희준, 쇼스타코비치로 위로하는 이 풍진세상

무엇보다 최 지휘자는 악보를 끊임없이 톺아보는 것으로 정평 났다. 작곡가의 음악 언어를 꼭꼭 씹어서 한음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이탈리아-한, 독어-한, 불어-한 등 그의 연구실 책상에는 각종 사전들이 가득하다. "지휘자는 음을 재창조하고 해석을 입히는 과정을 거치죠. 작곡가의 뜻이 하나의 집이라면, 그 위에 또 하나의 집을 짓는 거죠."

이번 공연에서는 프랑스 첼리스트 에드가 모로가 협연하는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도 선보인다. 따로 시간을 내 협연자와 리허설을 하는 등 깊게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한 최 지휘자는 "협연에는 시간이 필요해요"라면서 "연주자, 지휘자, 오케스트라의 안정감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지휘는 폼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악보 속에서 보석을 찾는 일"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리허설을 강조해요. 연주가 오늘보다 내일이 좋게 하기 위해서는 리허설만한 것이 없어요. 리허설을 통해서 발전을 해야죠."

청중과 만나는 방법도 고민해온 최 지휘자는 '클래식화의 대중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클래식음악이 좋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이라 대중화가 될 거라고 봅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어떻게 클래식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냐'가 중요하죠. 음악 듣는 즐거움을 어릴 때부터 경험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봐요."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