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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쳐다봐"로 시작된 이수역 주점 폭행…사건의 재구성

등록 2018.11.16 16: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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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소란에 다른 자리 커플이 보자 "뭘 쳐다봐"

커플 떠난 후 남성 4명 일행과 시비…"아직 안 갔냐"

여성이 남성들 테이블 다가가 손을 치면서 몸싸움

주점 계단에서 폭행, 머리 상해 등은 아직 수사 중

사건 일파만파 확대되자 당사자들 조사 미뤄 지연

경찰 "누가 원인이고 잘못 더 큰지 아직 판단 불가"

"뭘 쳐다봐"로 시작된 이수역 주점 폭행…사건의 재구성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이수역 주점 폭행사건에 대해 당사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구체적인 정황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16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금까지 확보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술집 업주 진술 등을 바탕으로 사건 당시 상황을 브리핑했다. 이를 재구성해본다.

지난 13일 이수역 근처에 위치한 한 호프집. 내부를 비추는 CCTV에서는 사건이 일어난 오전 3시42분부터 4시26분까지의 상황이 담겼다.
 
당시 호프집에서는 20대 여성 2명이 앉은 테이블과 남녀 커플이 동석한 테이블, 그리고 남성 4명 일행이 앉은 테이블 등 세 팀이 자리했다.

업주 진술에 따르면 발단은 여성 2명이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운 것이다. 이에 남녀 커플이 여성들 쪽 테이블을 쳐다보자 이들이 "뭘 쳐다보냐"고 하면서 첫 말다툼이 시작됐다.

이후 남자 쪽 일행들도 "조용히 하라"며 싸움에 끼어들었고, 업주가 여성 테이블에 다가가 소란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심각한 충돌은 커플이 주점을 떠난 후 벌어졌다. 남성 일행 중 2명이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자 여성 일행이 "너희들 아직도 안 갔냐"고 말한 것이다.

시비가 지속되던 중 여성 1명이 남성들이 있던 테이블로 다가갔다. 이어 남성 1명이 가방을 들고 있던 손을 치면서 말다툼은 몸싸움이 돼 버렸다. 격분한 다른 남자 1명이 여성 1명의 모자 챙을 손으로 쳐서 벗겨지게 됐고, 다시 여성 1명이 다른 남성 모자를 치면서 분위기가 더욱 악화됐다.

이를 계기로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고조되면서 서로 휴대전화 동영상 촬영을 하겠다는 협박이 오갔고 실제 촬영도 이때 진행됐다.

몸싸움 끝에 남성들이 나가려고 하자 여성 측이 이를 제지하고 남자들을 따라나가는 장면까지가 CCTV로 확인된 부분이다.

싸움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오간 모욕과 욕설 부분, 여성 1명이 머리 중상을 당했다고 하는 주점 계단 폭행과 상해 등은 아직 경찰에서 수사를 끝내지 못했다. 경찰은 당사자 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부상 사진. 2018.11.15

【서울=뉴시스】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부상 사진. 2018.11.15

경찰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온라인에 게시된 각 당사자들의 주장만이 전해진다.

먼저 글을 올렸던 여성 당사자의 경우 주점에서 시비가 붙은 남성들이 자신과 일행을 발로 차고 밀쳤다고 밝혔다. 자신의 일행 중 한 명은 한 남성이 밀쳐 계단에 머리를 찧으면서 "뼈가 거의 보일 정도로 뒷통수가 깊이 패였다"고 했다.

이 상황에 대해 경찰은 "주점 밖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비추는 CCTV가 없다"며 아직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여성은 온라인 글에서 "남성 일행이 먼저 페미니즘을 비하하는 단어를 썼고, 속닥거리며 '메갈X'이라는 욕설을 사용해 우리 쪽에서도 비속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업주 진술, 당사자들이 쓴 자필진술서에서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글을 올린 여성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주점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는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해당 영상에서는 술을 마시는 여성 2명이 남성의 성기에 대해 욕설을 하고 조용히 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아직까지 "누가 폭행 사건의 원인이 되었느냐", "누구의 잘못이 더 크냐" 등의 질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건이 남녀 대결 이슈로 치닫고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오르면서 정작 사건 당사자인 양측은 모두 겁을 먹은 상황이고, 이에 예정됐던 당사자들 조사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폭행이라는 건 단순히 손을 치고, 밀고 당기고 이런 것으로만 결론을 낼 수 없다. 폭행은 신체적 위협 행사이므로 그 행위가 소극적 방어인지 적극적 공격인지 개별적으로 판단해 종합해야 한다"며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구체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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