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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주주행동주의 펀드, 자본시장 흔든다…첫 대기업 공략 '이목 집중'

등록 2018.11.16 15: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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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한진칼 2대 주주 등극..."친 주주 경영 토양 다져지나" 기대감

스튜어드십코드 본격화, 사모펀드 10%룰 해제 등과 상승작용 전망

토종 주주행동주의 펀드, 자본시장 흔든다…첫 대기업 공략 '이목 집중'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토종 행동주의펀드들이 국내 자본시장의 판을 흔들 기세다. 이제는 대기업 경영권 참여를 위한 가시적 행보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 KCGI는 지난 15일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주식 9%를 매입, 2대 주주에 올랐다. 한진칼은 올해 조양호 회장 일가의 도덕적 일탈 행동, 경영 전문성 및 지배구조 논란 등을 빚은 주요 대기업 지주사이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KCGI가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사실상 경영 참여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첫 대기업 공략이라는 점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KCGI의 등장만으로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들이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하도록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예상이 커진다.

더군다나 최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하고 정부가 '한국형 엘리엇' 출범을 막던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10% 지분 보유'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KCGI의 이번 지분 매입은 국내에도 점차 친주주 경영이 안착될 토양이 조성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진칼은 KCGI가 대주주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의 자사 지분 9% 매입 사실을 공시했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이 17.8% 지분으로 1대 주주이며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28.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KCGI가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니라 한진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신한금융투자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명해졌다. LK투자파트너스 재임 시절 요진건설산업, 현대시멘트, 대원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투자해 큰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는 과거 2006년 장하성펀드를 시작으로 라인-서스틴 데모크라시 등이 활동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KCGI가 기존 펀드들과 달리 재벌 지주사로 여겨지는 한진칼을 공략하고 나섬에 따라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와 시민단체가 줄곧 기업들에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요구해 온 반면 그 성과가 미진한 와중에 KCGI의 성공으로 토종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된다면 재벌 지배구조개선에 있어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서는 지배주주가 보유한  지분에 비해 과도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고 지배주주의 이익이 회사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며 "KCGI가 향후 어떻게 펀드를 운용할지 지켜봐야겠지만 소액 주주의 목소리를 집결시키는 구심점이 돼 정당한 주주의 목소리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엘리엇, 소버린 등 해외 행동주의 펀드와 더불어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갈수록 늘어난다면 '경영 농단', '기업 흔들기' 등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세계적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행동주의 헤지펀드 관련 데이터 조사업체 액티비스트인사이트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주주행동주의 펀드는 2013년 상반기 기준 275개에서 2018년 상반기 524개로 5년 만에 약 90% 증가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던 기업도 2013년 570개에서 2017년 805개로 약 41% 늘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표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아니라 경영개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단기 시세차익을 내고 떠난다는 것은 문제"라며 "최근 몇 년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경영 개입 성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차등의결권·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운용의 묘를 살린다면 친주주 경영 불모지였던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상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요구를 관철하려면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정도의 합당한 명분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나 소액 주주의 가치가 철저히 외면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행동주의 펀드가 세간에서 우려하는 것보다 기업 성장에 선순환이 되게끔 운영될 수 있을 여지가 많다"라고 진단했다.

조명현 기업지배구조원장은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추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과 맞물려 한국에 친주주경영이 자리잡을 여건이 점차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계의 우려대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충분치 않고,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이익에만 급급할 가능성이 있지만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얼마든지 활용될 수있다"며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치를 중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과 해당 기업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책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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