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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소추지?" "메갈X"…이수역 주점서 난무한 남녀 비하戰'

등록 2018.11.17 11:32:33수정 2018.11.17 20: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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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여성 혐오' 범죄로 알려져 여론 분노 활활

"너네 소추" 외치는 영상 공개되자 분위기 반전

"남성에게 늘 평가받아온 여성들의 반격 용어"

"양성 갈등 과격…서로 뺨 때리는 식으로 악화"

"너 소추지?" "메갈X"…이수역 주점서 난무한 남녀 비하戰'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김제이 기자 = 국민적 관심사가 된 '이수역 주점 폭행'. 이 주점 취객 간의 싸움에서 남녀 사이에 쏟아진 신조어들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기에 이르렀다.

폭행 경위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가열되는 과정에서 '한남'(한국남자), '소추'(한국 남성의 작은 성기를 비꼬는 말), '메갈(페미니스트의 대명사인 '메갈리아'의 줄임말)X' 등의 서로를 비하하는 표현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이 사건은 한 유명 온라인 게시판에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글에 따르면 여성 2명은 13일 새벽 4시께 서울 이수역 근처 한 주점에서 남녀 커플과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소란이 벌어졌고 이내 다른 테이블에 착석했던 남성 4명과의 다툼으로 번졌다. 글에서는 이 남성들이 "말로만 듣던 메갈X 실제로 본다, 얼굴 왜 그러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보X'란 말도 등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주점 업주 진술, 당사자들이 쓴 자필진술서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지만 '화제 진압'과는 거리가 멀었다.

페미니스트를 지칭하는 말이 된 '메갈'은 '메갈리아'의 줄임말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자와 비행기를 탄 한국 여성 2명이 격리를 거부했다는 낭설이 퍼지자 '한국 여자'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여성혐오(여혐)에 대해 여성들은 격분했다.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여성들이 억눌렸던 분노를 터트리면서 페미니즘 문학인 '이갈리아의 딸들'을 빌려 메갈리아(메르스+이갈리아)란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표현이 혐오 발언으로 쓰이고 폭행까지 맞물리자 파장이 컸다. 여혐 논란이 일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해당 사건의 남성 가해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게시 하루 만에 30만명 넘는 인원이 동의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서울=뉴시스】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부상 사진. 2018.11.15

【서울=뉴시스】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부상 사진. 2018.11.15

하지만 피해자라던 여성들이 상대 남성들을 향해 '소추'라고 외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등장하자 여론은 뒤집어졌다.

영상에서는 "너네 6.9cm지?", "내가 6.9cm로 태어났으면 자살했다" "야, 내 클리(여성 성기의 한 부분)가 니 소추보다 더 커", "소추지? 소추지?" 등의 말이 난무한다.

메갈리아와 워마드, 각종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남성의 평균 성기 길이가 6.9cm로 전세계 남성 중 최하위라고 주장하며 조롱하는 취지로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작은 성기에 마음까지 편협하다는 뜻으로 '소추소심'이라고도 표현한다. 반면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외국인 남성을 향해서는 '대추대심'이라고 한다.

여성들이 커플을 향해 '한남 커플'이라고 했다는 주장 글도 퍼졌다. 경찰은 커플의 신원을 특정한 뒤 이들이 실제로 글을 작성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여성계는 남성을 겨냥한 여성의 공격과 남성이 내뱉는 여성혐오 표현을 똑같이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을 굴복시키는 가장 심한 말은 언제나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남성에게 평가받아온 여성들이 반격 용어로 '소추'란 말을 만든 것"이라며 "'소추'가 듣기에는 기분이 나쁠지라도 그런 말을 듣는 남성들이 실제로 어떤 권력을 가졌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남녀 간 성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고 외모를 평가하는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한 대항 논리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말이 등장했다"며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양성 간 갈등이 과격해지면서 이것이 마치 서로 뺨을 때리는 식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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