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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앞둔 경찰청야구단…"늦춰달라" vs "형평성 맞춰야"

등록 2018.11.18 14: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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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자원 감소로 의경 폐지→경찰청야구단도

현재 20명만 남아…내년 8월 전원 제대 예정돼

야구계 "2023년까지 시간 있어…너무 서두른다"

경찰청 "다른 종목 이미 해체…형평성 때문에"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은퇴선수협회, 일구회 등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찰청 야구단 모집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재균, 오태곤, 민병헌, 정수빈, 박건우, 안치홍 등 현역 선수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18.11.14.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은퇴선수협회, 일구회 등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찰청 야구단 모집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재균, 오태곤, 민병헌, 정수빈, 박건우, 안치홍 등 현역 선수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2023년까지 아직 시간이 많지 않나. 조금만 늦춰달라" "형평성 문제다. 늦추기 어렵다."

2015년 12월 창단해 10여년간 한국 프로야구 퓨쳐스 리그 명문 구단으로 군림해온 경찰청야구단이 해단의 길을 걷게 됐다.

한국야구선수협회 등 야구 관련 단체들은 시기 조정을 원하고 있지만 경찰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매년 11월께 해오던 선수 선발을 경찰청이 올해부터 하지 않기로 하면서 경찰청야구단에는 선수 20명만 남게 됐다. 한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30명의 선수가 있어야 한다.

경찰청야구단은 지금껏 36명 안팎의 선수단 규모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선수를 뽑지 않는다는 건 야구단이 이미 해체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남은 선수들은 2019년 8월이면 모두 전역한다.

◇병역자원 감소→의무경찰 폐지→경찰청야구단 해체

경찰이 아무 이유 없이 야구단을 없애는 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 배경에는 '인구 절벽'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자수는 2001년 55만9934명에서 2002년 49만6911명으로 급감한다. 이후에도 계속 감소해 지난해 35만7800명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당장 2022년부터 안정적인 병력 자원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군은 지금껏 현역 입영대상자를 대상으로 시행해온 전환복무제를 폐지해 병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전환복무에는 의무경찰(의경)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의무경찰로 근무하는 인원은 2만5585명인데, 이를 2023년까지 차차 줄여나가다가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야구단 선수들이 바로 의경 신분이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은퇴선수협회, 일구회 등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찰청 야구단 모집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후 LG트윈스 임찬규가 '경찰청야구단 선수모집 중단 재고를 요청하는 한국야구인들이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을 제출하기 전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1.14.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은퇴선수협회, 일구회 등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찰청 야구단 모집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후 LG트윈스 임찬규가 '경찰청야구단 선수모집 중단 재고를 요청하는 한국야구인들이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을 제출하기 전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야구계 "아직 시간 많은데…너무 일방적"

일부 야구인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라 야구단이 사라지는 건 막을 수 없지만, 당장 올해부터 선수를 뽑지 않는 건 경찰 입장만 생각한 일방적인 처사라는 주장이다. 의경 완전 폐지까지 약 4년이 남아있기 때문에 서서히 줄여나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수단 규모가 줄어 리그를 소화하지 못해 남아있는 선수 20명이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야구계가 경찰청야구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결국 군 문제 때문이다.

야구 선수들이 입대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입상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경찰청야구단에 입단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2군 리그를 소화하는 것이다. 최선책이 전자라면, 후자는 차선책이다. 그게 아니라면 일반인들처럼 현역병으로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14일에는 청와대 앞 분수공원에 야구인들이 모였다. 윤동균 일구회 회장, 이순철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장, 김선웅 한국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과 함께 박건우, 허경민, 정수빈(이상 두산베어스),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안치홍(기아 타이거즈), 임찬규(LG 트윈스) 등 현역 유명 선수들도 참석해 경찰청야구단 모집 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선수들은 모두 경찰청야구단에서 경기를 뛰며 선수생활 공백 없이 병역을 해결한 이들이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국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의경 폐지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경찰청과 KBO 간의 협약서에 의하면 선수 모집이나 폐지에 따른 선수 충원 계획을 상호 협의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선수모집 중단은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야구단만 남겨둘 수는 없지 않나"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8일 기자간담회에서 "안타깝다"며 "의경이 일부라도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구단이 운영될 수 있을지 국방부, 해당 스포츠연맹, 기관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의경 폐지로 인해 다른 종목들, 가령 유도나 사격팀이 이미 지난해 해체된 상황에서 야구단만 유지하는 건 특정 종목에 대한 혜택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 인기 리그라는 점에서 해체를 망설이면 오해로 이어지기 더욱 쉽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은퇴선수협회, 일구회 등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찰청 야구단 모집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재균, 오태곤, 민병헌, 정수빈, 박건우, 안치홍 등 현역 선수들과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 윤동균 전 감독, 김유동 일구회 부회장, 이순철 위원, 장성호 위원 등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11.14.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은퇴선수협회, 일구회 등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찰청 야구단 모집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재균, 오태곤, 민병헌, 정수빈, 박건우, 안치홍 등 현역 선수들과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 윤동균 전 감독, 김유동 일구회 부회장, 이순철 위원, 장성호 위원 등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의경 규모는 내년부터 매년 20% 줄어든다. 경찰청은 이 빈자리를 2022년까지 경찰관 7700명을 신규 채용해 채워나간다는 계획이다. 경찰 1명이 의경 3명을 대체하는 꼴이기 때문에 경찰 또한 당장 인력 운용에 차질이 생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 입장에서는 현장에 언제든지 투입 가능한 인원들보다는 체육단, 홍보단, 악단 등 경찰 본연의 업무와 거리가 먼 인원을 먼저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야구인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며 "남은 20명 선수들이 전역할 때까지 운동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퓨쳐스 리그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면 번외 경기라도 만들어 훈련할 수 있게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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