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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1심은 지록위마' 비판 법관도 인사 불이익 정황

등록 2018.11.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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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판사, 원세훈 1심 판결 지록위마 비판

양승태 행정처,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단독판사회의 의장 출마 법관도 함께 대상에

박병대·양승태 자필로 결재한 사실도 확인돼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9.1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9.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1심 재판부를 공개 비판한 부장판사를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주려한 정황이 확인됐다.

검찰은 특정 성향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기 위해 작성됐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로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시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에 대한 불이익 검토 사례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20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6일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은 지난 2015년 1월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 안에는 음주운전을 한 법관, 법정 내에서 폭언을 한 법관 등이 물의를 일으킨 사례로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문건에서는 당시 양승태 사법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법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 원 전 원장 1심 판결에 대해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한다'는 뜻을 가진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언급하며 비판한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9월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 판결에 대해 "궤변이다"며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 논리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가 비판 게시 글을 올린 것을 두고 당시 행정처는 물의를 일으켰다고 판단, 인사 조치 등을 검토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당시 행정처는 김 부장판사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을 맡은 A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물의 법관으로 분류했다. A 부장판사가 단독판사회의 의장에 출마함으로써 '사법행정에 부담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선 판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즉각적인 부당 인사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email protected]

송승용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인사 평정 순위를 낮춰 지방법원으로 전보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송 부장판사는 코트넷에 '대법관 임명제청에 관한 의견'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박상옥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등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것을 두고 "법원 내외부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결과"라며 비판했다. 그는 권순일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대법관으로 제청됐을 때도 비판적 글을 올린 바 있다.

이후 송 부장판사는 서울 소재 법원이 아닌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송 부장판사의 근무지 및 사무분담 등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해당 문건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전 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해당 문건에서 박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이 손으로 직접 결재한 것을 확인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원 자체 조사가 3차례 이뤄졌지만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철상 법원행정처 처장을 단장으로 한 특별조사단은 지난 5월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사찰한 정황은 드러났지만, 조직적·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블랙리스트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결론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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