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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박주원, 불꽃 핑거링 기타···열정에서 여유로

등록 2018.11.20 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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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박주원, 불꽃 핑거링 기타···열정에서 여유로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기타리스트 박주원(38)이 정규 4집 '더 라스트 룸바'를 발표했다. 2013년 3집 '캡틴' 이후 5년 만이다.

앨범에 실린 9개 트랙 모두 박주원의 창작곡이다. '집시기타 1인자'로 통하는, 절정에 오른 멜로디 감각과 완숙의 연주를 보여준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멜로디에 대규모 스트링과 브라스 사운드가 더해진 타이틀곡 '더 라스트 룸바'가 보기다.

불혹을 앞둔 박주원이 자신의 30대를 돌아본 앨범이기도 하다. 아홉살 때부터 30년간 기타를 잡아온 그는 "음악적 고민, 외부에서 오는 고민들이 뒤섞인 가운데 만들어낸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감각의 완성은 10대 후반에 끝나요. 20대부터 경험으로 발전하는 거죠. 지금 돌아보니, 자신에게 여유가 없었어요. 전투적으로 기타를 연습했죠. 10시간씩 치는 것이 당연했어요. 이제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고민이 들어간 앨범이에요."

박주원의 말마따나 그의 삶, 고민들이 다양한 결의 곡들에서 묻어난다. 첫 번째 트랙 '마에스트로, 아미고'는 자신의 30대를 풍요롭게 만들어준 스페인 기타리스트 비센테 아미고(51)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송 포 더 웨스트 시맨(Song for the west seaman)'은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으로 전사한 군인들을 위한 추모곡이다. 해군으로 복무한 박주원은 입대 이틀 만에 연평해전을 겪었다. 그의 데뷔 콘서트날에는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발했다.
 
천안함 침몰 이후 내한한 영국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1952~2011)는 2010년 4월 첫 내한공연 당시 "천안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이 곡을 바친다"며 자신의 대표곡 '스틸 갓 더 블루스'를 선사했다. 블루스 기운이 짙은 위로곡이다.
[뉴시스 인터뷰]박주원, 불꽃 핑거링 기타···열정에서 여유로

추모곡이라고 해서 어두운 분위기의 곡만 있는 건 아니다. 밝은 멜로디의 '송 포 더 웨스트 시맨'에는 뭉근한 희망이 배어 있다.

"앨범 발매 이틀 후에 천안함 피격 당시 생존 장병에게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왔어요. 우울하지 않고 밝아서 천안함 장병들과 어울렸던 즐거웠던 순간들이 떠올라서 위로가 됐다고요. 저 역시 뭉클해지더라고요."

사운드로 특정 풍경을 상상하게 만드는 곡들도 있다. 밴드 '한음파'의 리더 이정훈이 연주한 몽골 전통악기인 마두금 소리가 더해진 '아르항가이'는 아득한 초원을 달리는 듯하다.

국립창극단 단원 유태평양이 피처링한 '유라시아 익스프레스'에는 북녘을 지나 유럽까지 달리고 싶은 바람이 투영됐다. 집시 음악에 판소리와 가야금, 해금 등 국악기를 접목했다.

스페인 정서를 물씬 풍기는 집시 스타일의 1인자이지만 박주원은 어떤 장르라도 한국인이 연주하는 음악에는 한국의 것이 묻어난다고 분명히 했다.

"재즈 장르더라도 유럽, 미국 사람이 하는 재즈가 달라요. 유러피안 재즈라고 해도 네덜란드, 헝가리 느낌이 다 다르죠. 한국 사람들이 서양 음악을 하더라도 다를 수밖에 없죠. 그것은 국악적인 요소지요."

박주원은 공연계에 소문난 세션이기도 하다. 임재범, 이소라, 최백호, 신승훈, 아이유 등 톱가수들과 작업했다.
[뉴시스 인터뷰]박주원, 불꽃 핑거링 기타···열정에서 여유로

'불꽃 핑거링'이라는 별칭을 달고 다닐 정도로 화려한 주법으로 소문난 그이지만 가수별로 특성에 맞는 하모니 역시 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연주자들이 그를 찾는 이유다.

"만만치 않은 뮤지션들과 작업하면 솔직히 예민한 부분이 있어요. 까다롭게 굴기도 하죠. 하지만 그것이 좀 더 좋은 음악을 위해서 내는 목소리라는 걸 알죠. 그래서 더 인간적입니다."

박주원의 연주자로서 목표는, 퇴보하지 않은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로 테크닉이 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추워서 손이 얼었다는 건 다 핑계로 들릴 수 있죠. 이런 저런 이유로 느슨해졌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기타 연주를 방해하는 일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10, 20대에 열정을 가지고 했다면 이제는 여유를 갖고 싶어요."

박주원은 이번 앨범 발표를 기념해 2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앨범 수록곡 '10월 아침'을 피처링한 가수 윤시내(66)가 게스트로 나와 이 곡을 라이브로 들려준다. 윤시내가 다른 뮤지션의 음반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은 2011년 '부활' 싱글 이후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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