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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돌풍 서동철 감독 "초보가 철학은 무슨…6강이 목표"

등록 2018.11.20 07: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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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 시즌 7위-7위-9위-10위 하위권 KT

9승6패로 2라운드 중반 공동 2위…득점 2위·3점슛 1위·실책 3위

소통 리더십 "코칭스태프·선수들과 많은 대화, 권위의식 버려야"

"홈 승률 높여서 부산 팬들 많이 모시고 싶어"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9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2018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부산KT 서동철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8.11.1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9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2018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부산KT 서동철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8.1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아직 초보 감독이다. 지도 철학이라고 말할 게 없다. 그냥 권위의식을 버리고 많은 대화를 나눌 뿐이다."

프로농구 부산 KT가 달라졌다. 15경기를 치른 현재 9승6패로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예상 밖이다.

KT는 2013~2014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이후 7위-7위-9위-10위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10승(44패)밖에 거두지 못했다. 타 팀에 '승수 자판기'였다.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던 이번 시즌도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단단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서동철(50) 감독이 기대이상의 성과에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하다. KT는 외국인선수 데이빗 로건, 마커스 랜드리를 중심으로 허훈, 양홍석, 김영환 등 국내선수들의 지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다른 팀에 비해 처질 수 있지만 각자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고양 오리온에서 추일승 감독을 보좌한 적이 있는 서 감독은 추 감독을 닮은 학구파다. 농구 관련 영상과 서적을 많이 챙겨보고, 팀 상황에 응용하기도 한다. 선수별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족집게 선생처럼 지도한다.

서 감독은 "좋게 말하면 디테일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잔소리가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중심이 되는 선수가 공을 많이 갖게 된다. 다른 선수들은 공이 없을 때,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며 "그런 부분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얘기하는 편이다.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 타이밍 등을 자세히 말해준다. 잔소리라고 느끼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자기들이 농구에 눈을 뜨면 잔소리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에 빅맨으로 김현민, 김민욱, 이정제가 있다. 셋이 공격에서 당장 오세근 정도의 활약을 할 순 없다. 그러나 분명히 팀에 기여할 부분은 있다. 그 부분을 잘 살려서 프로로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이 선수들은 역할 분담을 해 잘 이해하고 있다. 잘 받아들이면서 경기에서 이기고, 스스로 성취감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KT가 서 감독을 영입한 목적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바랐던 건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팀의 체질을 바꿔주길 원했다.

비시즌 선수단에 합류한 서 감독은 과감하게 선수단에 칼을 댔다. 베테랑 김영환을 리더로 세우고, 신예 허훈과 양홍석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서 감독은 "김영환은 실력과 인성 등에서 리더를 맡아야 했기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다른 고참들은 미안했지만 다른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쪽으로 결정했다"며 "결국 젊은 팀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 성적을 떠나 과정을 밟아가면서 선수들을 키워갈 것이다. 요즘 선수들이 밝은 분위기에서 열심히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허훈에 대해선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직접 가르쳐보니 훨씬 좋은 선수다.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 팀을 이끌어 갈 선수"라며 "지금은 아파서 빠진 상태지만 공격에서 외국인선수들과 제 몫을 잘 해줬다"고 했다.

성적이 좋으면 관중은 모이는 법이다. KT의 연고지 부산은 '구도(球都)'라고 불릴 만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인기가 대단한 도시다. 그동안 농구장은 썰렁했다.

그러나 경기당 3점슛 11.5개(1위)를 꽂으며 평균 90.3점(2위)을 올리는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자 하나둘 모이고 있다. 팬들을 짜증나게 하는 턴오버는 평균 10.8개로 세 번째로 적다.

오경진 사무국장은 "초반 홈경기와 최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관중이 늘었고, 함성소리가 커졌다. 어린 연령층의 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할 맛이 난다. 부산은 열광적인 분들이 많다. 경기 후, 버스로 가는 길에 환호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며 "한 분이라도 더 응원해 주시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고 했다.

이어 "일단 6강 플레이오프에 가는 게 목표다. 플레이오프부터는 단기전이다. 4강 직행이 아닌 3~6위로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것이라면 3위나 6위는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홈 승률을 더 높여서 부산 팬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보탰다.

마지막으로 "초보라서 아직 철학은 없다. 나나 코치들 모두 권위의식을 버리자고 했다. 선수단이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신뢰하는 게 나의 기본 방침이다"며 "때로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따라오도록 하고 싶다. 목표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고 했다.

1997년 실업 삼성전자에서 현역 은퇴한 서 감독은 여자농구 삼성생명 코치, 상무 감독, 남자 삼성 코치, 고양 오리온 코치와 여자농구 KB국민은행 감독, 고려대 감독을 지내다 올해 4월 KT 지휘봉을 잡았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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