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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석 ‘영국, 느리게 걷다’···내셔널 트러스트 탐사기

등록 2018.11.20 17: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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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석 ‘영국, 느리게 걷다’···내셔널 트러스트 탐사기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진가 겸 여행작가 오윤석이 테마 기행 사진에세이집 ‘영국, 느리게 걷다’를 펴냈다.

 우연히 내셔널트러스트가 담긴 사진 한 장에 매료돼 내셔널트러스트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떠났다.

트랙을 도는 경주마처럼 직장인으로 살았다. 영혼까지 탈탈 털리며 매일 유리벽에 갇혀 산 지 30년, 그는 사직서를 내고 여행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열일곱이던 1987년 눈밭을 걸어서 안산 반월공단으로 첫 출근을 했다. 이후 상장회사에 들어가 혹독한 IMF 한파를 견디며 결혼도 하고 대학 전공과는 관련 없는 금융기관에서 17년을 일하다가 30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했다. 생각해보니 남에게 ‘난 적어도 굶지 않고 밥 먹고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반복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등산을 좋아하던 직장 동료가 작아서 못쓴다며 준 등산모자 하나 때문에 등산을 시작했다. 주말이면 들로 산으로 돌아다녔다. 그때부터 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자신의 이야기를 끼적이는 수준이었지만 해가 갈 수록 다니는 곳도, 보는 것도 많아졌다. 여행 전문가가 다 된 것처럼 여행을 기획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마음 속 사직서를 실제로 던지고 말았다. 지금은 여행을 기획하고 CNN 등 언론사에서 그의 사진을 구입하거나 사진공모전에 당선돼 생기는 부수입으로 생활한다. 그의 사진을 좋아하는 팬의 후원으로 사진전도 열었다.

이런 그가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의 발자취를 찾아 146일 동안 3만3000㎞를 달렸다.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탐사했다. 영국에는 500여 곳의 내셔널트러스트가 있다. 그 중 40여곳의 이야기를 펼친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영국 대자연의 풍광과 정성을 다해 그것을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셔널트러스트마다 숨겨져 있는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이 책에 담겼다.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역사적, 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풍경, 오래된 건축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관리되지 못하고 버려진 듯 방치된 것을 우리 각자의 개인이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를 돌아보며 ‘우리의 문화와 환경’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도 읽을 수 있다. 312쪽, 1만7000원, 시소

※‘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이나 기부, 기증, 증여로 보존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 자원을 확보하는 시민환경운동이다. 특히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는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을 소유, 관리하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일을 120년째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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