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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수용 근거는 위헌"…피해자 배상 길 열렸다

등록 2018.11.20 18: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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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위법한 훈령 근거 판결, 법령 위반“

법원, 내무부훈령 410호 근거로 무죄 인정

원판결 파기돼도 무죄→유죄 바뀌지는 않아

1980년대 한국의 부산에서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줄맞춰 서있는 모습을 찍은 자료 사진. 한국의 장애인차별반대 단체가 AP통신에 제공한 사진이다. AP통신은 30여년전 형제복지원에서 어린이와 장애자에 대한 성폭행, 살해 등 이미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악랄한 인권유린이 자행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연루돼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AP/뉴시스>

【AP/뉴시스】1980년대 한국의 부산에서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줄맞춰 서있는 모습을 찍은 자료 사진. 한국의 장애인차별반대 단체가 AP통신에 제공한 사진. 2016.04.20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를 신청함에 따라 향후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문 총장은 20일 오후 대법원에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확정 판결 이후 29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때로부터는 31년 만이다.

형제복지원은 지난 1975~1987년 부산 북구에 위치한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인보호시설로 알려졌던 곳이다. 형제복지원은 박정희 정권이 만든 '내무부훈령 410호'를 근거로 규정된 부랑인들에 대한 복지 명목으로 운영됐다고 한다.

하지만 수용자들은 원장의 개인목장과 운전교습소, 울주작업장 등에 대한 강제노역에 내몰리고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당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자들은 군대식 체제로 편성돼 엄격한 통제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근신소대로 불린 곳에서는 가혹행위가 심해 '아오지탄광'으로 불리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망자 수만 513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용자들은 주로 경찰 단속에 의해 형제복지원으로 끌려 들어온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단속 명목은 부랑인 선도였는데, 실상 경찰은 연고지가 있는 시민이나 직장인, 학생들까지 형제복지원에 입소시켰다고 한다.
【AP/뉴시스】1980년대 한국의 부산에서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트럭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을 찍은 자료 사진. 한국의 장애인차별반대 단체가 AP통신에 제공한 사진이다. AP통신은 30여년전 형제복지원에서 어린이와 장애자에 대한 성폭행, 살해 등 이미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악랄한 인권유린이 자행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연루돼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2016.04.20

【AP/뉴시스】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트럭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을 찍은 자료 사진. 한국의 장애인차별반대 단체가 AP통신에 제공한 사진.2016.04.20

검찰에 따르면 문 총장은 앞서 법원이 형제복지원 원장의 감금 등 가혹행위 부분에 대해 무죄 판단을 했던 것이 "법령에 위반됐다"고 봤다. 형제복지원의 수용 근거가 됐던 내무부훈령 410호 자체가 위헌적이어서 감금 등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무부훈령 410호는 '부랑인 신고·단속·수용보호·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라는 이름으로 부랑인 수용의 근거가 됐던 행정규칙이다. 문제는 이 규칙이 부랑인을 추상적으로 규정, 사실상 모든 행인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또 수용인들의 동의를 구하는 내용이 없었으며, 수용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아울러 해당 훈령은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을 근거로 해야 한다'는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오기도 했다.

문 총장은 이 훈령에 대해 "법률에서 일체 위임을 받은 바 없는 훈령으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보면서 "부랑인 등의 개념이 극히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용자들의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며 "신체의 자유를 법에 근거하지 않고 침해해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는 등 명백히 위헌이다"라고 밝혔다.

【울산=울산지방검찰청·AP/뉴시스】지난 1986년 12월 울산 건설현장에서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AP통신은 자체 조사 결과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탄압 사례 중 하나인 형제복지원 사건이 이미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악랄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루돼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2016.04.20

【울산=울산지방검찰청·AP/뉴시스】지난 1986년 12월 울산 건설현장에서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2016.04.20

그러면서 "위헌인 내무부 훈령이 적법 유효함을 직접적 근거로 삼아 특수감금 행위를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를 선고한 이 사건 확정판결은 심판의 법령위반이 있는 경우로 비상상고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즉, 위헌인 내무부훈령을 근거로 감금 등 부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번 비상상고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위헌·위법했다는 것을 밝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비상상고를 통해 원판결이 파기되더라도 원장의 무죄가 유죄로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비상상고의 경우 사실오인을 시정하는 재심제도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법령의 해석이나 적용의 통일을 고친다는 쪽에 무게가 있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은 비상상고의 적법성 등 요건을 따져보고 문제가 없으면 심리를 진행, 기각 또는 파기하거나 직접 다시 재판(파기자판)할 수 있다.

그런데 파기자판을 통해 판결이 변하게 되는 것은 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즉, 이미 무죄를 받은 원장의 경우에는 불리한 판결인 유죄로 다시 판단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향후 비상상고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 원판결의 파기가 이뤄지는 경우,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등에 나서기위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여지는 있다. 아울러 형제복지원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관련 특별법 제정 등으로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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