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뉴시스 리뷰]흥미로운 혼란의 미장센, 연극 '인형의 집'

등록 2018.11.21 15:08:2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뉴시스 리뷰]흥미로운 혼란의 미장센, 연극 '인형의 집'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대중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정의가 쉽지 않다.

비교적 쉽고 단순한 것을 대중 연극이라 한다. 오락성, 상업성을 앞세운다. 내용은 이해하기 편하고 메시지도 명확하다. 관객들이 한목소리를 낼 확률이 크다.그렇다면, 관객이 여러 목소리를 내는 작품은 대중적이지 않을까.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인형의 집'에 대한 관객의 평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원작 희곡인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인형의 집'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인형, 결혼 후에는 남편의 인형으로 살던 순종적인 '노라'가 가정을 떠나는 내용은, 여성해방과 성평등을 환기한다. 여성 혐오가 난무하는 2018년 대한민국 현재에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러시아 연극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57)가 10년 만에 국내에서 연출하는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작 '인형의집'은 원작을 얌전히 해석하지 않는다. 원작을 해체하고 반복하는 부투소프표 '인형의집'은 텍스트의 재해석이 아닌 장면과 가치관의 재해석이라고 할 만하다. 감정의 흐름이 쌓여가는 일반적인 서사 방식이 아니다보니, 난해하고 지루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연극적 해체성의 도발은 난해함을 미장센의 미학으로 승화한다.

미니멀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무대, 모던한 음악과 전위적인 무용의 조합은 새로운 시도로 '인형의 집'을 변주한다. 파국으로 치닫는 3막에서 노라 역의 정운선과 그녀의 남편 헬메르 역의 이기돈이 역할을 바꿔, 대사를 말하고 다시 반복하는 과정은 자칫 감정의 과잉 또는 산만으로 귀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풀기 어려운 주제 의식에 대한 딜레마에 관한 부투소프식의 답으로 읽으면, 그 과감함이 받아들여진다. 얽매이지 않은 각색과 미학적 구도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품 배치와 인물들의 동선은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관극의 매력이다. 
[뉴시스 리뷰]흥미로운 혼란의 미장센, 연극 '인형의 집'

극이 전개될수록 노라는 해방의 깃발을 점점 높이 드는데 그 반대편에서 울타리 안으로 점점 들어가는 린데 부인 역의 우정원은 유연한 몸짓으로 그녀의 아득한 간절함을 표현한다.
 
전위와 실험은 혼란을 줄 수 있지만, 그 혼란은 다른 감흥을 안기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연극 그리고 메시지를 텍스트가 아닌 장면과 감정의 흐름, 순간의 미장센으로 껴안는다. '인형의 집'이 그 대표적 보기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