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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검찰총장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사과하라"(종합)

등록 2018.11.21 10: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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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결과 발표

"노태우 정권 부당한 압력으로 검찰총장 지시"

"유서대필범 조작…검찰총장 강씨에 사과해야"

수사과정서 증거은폐·필적 감정과정 위법 지적

'피의사실 공표·재심사건 불복 관행' 개선 권고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유서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 상고심을 거쳐 24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강기훈씨가 서울중앙지법에 지난 2016년 11월10일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6.11.10.naun@newsis.com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유서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 상고심을 거쳐 24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강기훈씨가 서울중앙지법에 지난 2016년 11월10일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노태우 정권의 부당한 압력을 받은 검찰에 의해 진행됐다며 현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의 과오를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21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이 같은 내용의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씨가 후배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분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사건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건 발생 16년만인 지난 2007년 11월 재심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이후 법원은 2009년 재심개시 결정을 내린 후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 2015년에 이를 확정했다.

과거사위는 유서대필 조작 사건이 당시 노태우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따라 검찰총장 지시사항으로 전달됐고 초동수사 방향이 정해지면서 검찰권이 남용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분신의 배후'를 밝히라는 수사 가이드라인이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에 의해 수사팀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정부가 긴급하게 '치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한 직후 검찰총장은 분신의 배후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서울지검 강력부에 전격적으로 수사팀이 구성됐고 곧바로 유서대필로 수사 방향이 잡히면서 필적 감정이 도착하기도 전에 강씨가 용의자로 특정됐다는 것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고, 검찰총장은 정구영, 서울지검장은 전재기, 서울지검 강력부장은 강신욱 전 대법관이었다.

과거사위는 "그에 따라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해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검찰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현 검찰총장이 강씨에게 직접 검찰 과오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범죄사실 입증에 불리한 증거는 은폐하고 유리한 증거만 선별해 감정을 의뢰하는 등의 행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수사 초기 확보된 김씨의 흘림체 필적은 감정되지 않고 기록에도 없었고, 전민련 업무일지에 대한 감정 결과에 오류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과천=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2월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연석회의 에서 김갑배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2.06. mangusta@newsis.com

【과천=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2월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연석회의 에서 김갑배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2.06. [email protected]

핵심 증거인 필적을 감정하는 과정 역시 위법했다고 꼬집었다. 필적 감정을 위한 대부분의 절차가 규칙을 위반해 이뤄졌고 전문가 감정이라고 보기 부족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조사단은 전민련 수첩 실물을 직접 조사해 수첩 절취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부실했다고 확인했다. 당시 검찰이 김씨의 전민련 수첩이 조작됐다고 본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이다.

이 밖에 검찰 수사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고, 피의사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단정적 주장이 언론에 수시로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국민들과 법원이 잘못된 예단을 갖게 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했다며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강씨의 재심 사건에서도 검찰이 과거 수사 관행을 두둔하고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며, 재심개시 사건에 기계적으로 불복하고 과거 공방을 반복하는 등의 관행을 중단하고 재심절차에 대한 준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현재 운영중인 '상고심사위원회'에서 과거사 재심개시 결정이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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