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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극한대립 기폭제 된 '탄력근로제'…4월에 논란 시작

등록 2018.11.21 15: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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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정 수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불가피"

한국·민주노총, 공동 대응…"다시 장시간 노동 몰린다"

22일 공식 출범 "경제사회노동위서 사회적 대화해야"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민주노총이 2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민주노총 지도부 시국농성 마무리 및 11.21 총파업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민주노총이 2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민주노총 지도부 시국농성 마무리 및 11.21 총파업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탄력근로제 문제가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란 관측은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꾸준히 제기됐었다.

하지만 결국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노정 갈등은 격화됐고, 급기야 21일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수정 등에 이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까지 추진하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는 게 민주노총 측 주장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탄력근로 개악을 멈추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이 그것을 멈추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릴 때 더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덜 일하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안에 주당 평균 법정노동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정부가 지난 7월 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자 경영계는 부담 완화를 위한 보완책으로 단위 기간 확대를 요구해 왔다.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를 활용해도 6주 가량 밖에 집중 근로(평균 64시간)를 할 수 없어 계절산업, 신제품 출시시기 집중근무가 필요한 일부 산업 등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야당 뿐 아니라 여당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부터 주도적으로 주장해 온 사안이다.

그러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 이성기 전 차관이 "우리나라는 탄력근로제 활용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유럽에서도 탄력근로제 운영기간을 1년으로 가져가는 사례가 많다"고 밝히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했고, 고용노동부 담당 국장이 나서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사용 횟수의 제한이 없어 노사가 선택적으로 (탄력근로제를)연속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탄력근로제를)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 없었다.

고용부는 이후 실태조사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왔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진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현행 탄력근로제로는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상황에 대응이 어렵다는 성토가 쏱아졌다. 

당시 제조업계 대표로 참석한 한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경우 예상치 못한 대량 주문 시 집중근로가 필요하고 특히 개발·품질관리·서비스·판매부서는 해외바이어와의 업무 대응을 위한 유연근무가 필요하다"며 "내수기업도 온라인 주문에 대한 납기일 준수 등의 대응이 어렵고, 계절산업의 경우 특정기간 집중근로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결국 여야정은 지난 11월 5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합의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데 산업 현장 기업들의 애로에 대해 눈을 감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일부 업종의 경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고용부 안경덕 노동정책실장은 지난 19일 "현시점에서 적정한 수준의 단위기간 확대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제 취지는 물론 산업현장의 애로와 근로자 건강권 보장 등을 조화롭게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다만 건강권 침해 우려, 임금 감소 우려가 있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노정 간 갈등도 이달 들어 급격히 악화됐다. 위기감을 느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9일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환(왼쪽)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이날 회동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8.11.0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환(왼쪽)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이날 회동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8.11.09. [email protected]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탄력근로제를 6개월로 확대하게 되면 3개월(13주)은 주 64시간, 3개월은 주 40시간씩 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과로사 판단 기준인 '12주 동안 주당 평균 업무시간 60시간 초과'를 넘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노동계가 중노동에 시달려 과로사 할 수 있다고 아우성 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곽형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지금도 여름 땡볕에서 용접을 10번 정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된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우리는 극성수기인 여름 3개월, 성수기 전체인 5개월 간을 주 60~70시간 일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과 살인적 노동 강도로 산재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주 52시간제에 대해 6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정부가 경영계 편들기에 나선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현재 노사 간, 노정 간 대립 구도가 극에 달하고 있지만 결국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생각이다. 노동계의 주장이나 경영계의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는 만큼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공식 출범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를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찬반 입장 뿐 아니라 적용 범위, 적용 시기 등 세부 사안을 놓고서도 이견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사회적 대화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용부 안 실장은 "경사노위에서 정리가 안되면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서 입법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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