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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재단 공식 해산…한일관계 출구없는 터널속으로

등록 2018.11.21 15: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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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안부합의 ‘파기’ 않지만 속은 ‘부글부글’

양국관계 ‘투 트랙’ 불가능...과거문제가 현재화돼 발목잡아

역사문제 해법 안보여 장기간 냉각 불가피 전망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정부의 위안부 지원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 발표를 앞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단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있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합의로 받은 출연금 10억엔으로 설립됐으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의 진정한 사과 없이 위로금 보상 등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그 기능이 중단됐다. 2018.11.2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정부의 위안부 지원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 발표를 앞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단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있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합의로 받은 출연금 10억엔으로 설립됐으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의 진정한 사과 없이 위로금 보상 등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그 기능이 중단됐다. 2018.11.21.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우리 정부가 21일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공식 결정, 발표함으로써 한일관계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재단 해산이 예견된 것이긴 했지만 이제 공식화됨으로써 양국 관계의 냉각 장기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발표 직후 곧바로 이수훈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엄중 항의했다. 이날 대사 초치는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때 이어 22일 만에 반복된 것이다. 이날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이 아니 아키바 다케오(秋葉 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이 이 대사를 만난 것도 일본 정부의 불편한 심정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고노 외무상은 차례로 나서 일본 기자들에게 “(한국정부의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국제적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게 돼버린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대응 발언과 꼭같은 맥락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공식 발표했음에도 '위안부합의'의 파기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이는 한국 정부도 ‘파기’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 않은 만큼 먼저 파기를 선언하는 것이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사실상 '위안부합의'를 무력화시킨 마당이라 일본 정부로서도 합의는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하면서도, 우리 정부에 계속 이행을 촉구함으로써 외교적 압박을 가하려는 생각인 것으로 읽힌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위안부합의는) 양국 정상들이 확인한 것으로 비록 정권이 바뀌더라도 책임지고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의 기금 처리 문제 등에 대해서는 당분간 우리 정부의 구체적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고노 외무상은 “일한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한 (기금인만큼) 양국의 합의 이행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론을 강조하면서 “일본 정부의 의도에 반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전제”라고 강조했다.

【뉴욕=뉴시스】박진희 기자 =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오전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09.25.  pak7130@newsis.com

【뉴욕=뉴시스】박진희 기자 =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오전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우리 정부가 합의 파기를 선언하지 않고 10억엔의 ‘재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로서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베 총리나 고노 외무상의 어조에서 느껴지듯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 분노의 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이어 '위안부합의'마저 사실상 무력화됨으로써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양국 관계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지금의 한일 관계 악화는 과거의 사례와는 성격을 달리하며 장기화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본의 생각이다.

 한국 정부는 양국관계에서 이른바 ‘투 트랙’ 정책, 즉 과거사와 미래의 문제를 분리해 접근한다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거사에 더욱 집착함으로써 ‘과거’를 현재의 문제로 만들어버려 양국 관계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게 일본의 불만인 것이다.

 현재의 한일 관계는 국민 감정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역사문제가 얼키고 설켜있는데다 갈수록 수렁이 깊어지고 있어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들이다. 역사와 외교, 둘이면서도 하나일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를 한일 양국이 함께 풀어가지 않으면 두 나라 모두에게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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