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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법관들 첫 구속영장…사법부 '흑역사' 새로 써졌다

등록 2018.12.03 11: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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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개입, 법관 사찰 등 '사법 농단' 연루 혐의

과거 대법관들 조사 있었지만 구속영장은 처음

양병호·고현철·신영철·이회창 前대법관 등 곤욕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1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우리 나라 사법부의 '흑역사'가 새로 쓰여지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고영한(63·11기)·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이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전직 대법관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거나 약식 기소된 사례는 있었지만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사례는 사법부 70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을 지휘하는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등 각종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사법농단 수사를 진행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간 몇몇 전·현직 대법관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거나, 소환 조사를 받는 일은 있었으나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는 경우는 없었다.

전직 대법관이 검찰 수사 이후 사법처리된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지난 2014년 고현철 전 대법관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된 일이 있다.

고현철 전 대법관은 퇴임한 이후 변호사로 수임했던 사건이 대법관 시절 맡았던 재판과 관련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그는 대법관 시절인 지난 2004년 LG전자의 사내비리를 감찰팀에 신고했다가 해고됐다는 이유로 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행정소송 상고심을 담당했으며, 정씨 패소를 확정했다.

이후 그는 2009년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정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LG전자 측을 대리하게 됐다., 그러자 정씨는 고현철 전 대법관이 부당하게 사건을 수임했다면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2012년 10월 고현철 전 대법관을 무혐의 처분했는데, 정씨가 항고해 서울고검은 사건을 재검토한 뒤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2014년 7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2009년에는 '광우병 촛불집회' 관련 재판개입 의혹을 받았던 신영철 전 대법관이 검찰에 고발당했으나 각하 또는 무혐의로 결론난 일이 있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신영철 전 대법관이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의혹 등으로 고발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인사청문회 후보자와 증인은 서로 달라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각하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신영철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경우에도 무혐의로 처분됐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1.2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1.23. [email protected]

대법관들이 무더기로 조사 대상이 됐던 사례도 있다. 지난 1960년 검찰은 경향신문 정간 처분 취소 상고 사건 등과 관련해 조용순 전 대법원장, 김세완 전 대법관, 배정현 전 대법관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렸다.

수사는 이승만 정권이 1959년 경향신문을 정간한 이후 벌어진 행정소송 상고심을 대법원에서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시민 전모씨의 고발로 시작됐다.

이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했는데, 전씨는 "자신과 김 전 대법관 이외에 다른 피고발인에 대한 대면조사도 없이 무혐의라고 봤다"고 반발하면서 재정신청을 냈으나 끝내 기각으로 결론났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법관들은 서울고법 형사1부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시작하자 1960년 11월7일 기피신청을 했다가 철회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사건은 다른 재판부인 형사2부에서 맡아 기각으로 결론 냈다.

전직 대법관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경우도 있다.

먼저 지난 1977년 나항윤 전 대법관은 충남 청양군과 부여군 일대 불하 농토 70여만평과 관련한 파기환송 재판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회에서 민복기 전 대법원장이 농토 소송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1996년 1월6일에는 양병호 전 대법원 판사(현재의 대법관)가 12·12사태와 5·18 광주민주화 운동 등을 조사 중이던 서울지검 특별수사본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양병호 전 대법원 판사는 '김재규 내란음모 사건' 상고심에서 소수의견을 낸 뒤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 끌려가 사표를 강요당하고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검찰은 양병호 전 대법원 판사가 보안사 간부로부터 상고기각 판결에 대한 협박을 받았는지, 사표 강요와 고문을 당했는지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재판과 무관하게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대법관 출신 인사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있다. 그는 이른바 차떼기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2003년 12월15일 자진해서 검찰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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