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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광주형 일자리 최초 설계자 박병규 전 부시장

등록 2018.12.04 16: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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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사진=뉴시스DB)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사진=뉴시스DB)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광주형 일자리의 최초 설계자로 알려진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은 현대차 투자협약잠정 합의에 대해 "다행스러운 일이고 의미있는 일"이라면서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노동생산성 제고와 공정한 원·하청 관계, 신설법인 지속성 담보 등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다음은 박 전 부시장과 일문일답.

 -현대차 광주공장 투자사업이 숱한 우여곡절 끝에 결국 타결됐는데, 광주형 일자리 최초 설계자로서 소감은.

 "솔직히 착잡합니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고 앞으로의 과제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답답하죠. 광주형 일자리를 단순한 투자 문제로 접근하니 노동 존중을 통한 상생의 노사 관계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는 본래 의미가 일정 정도 퇴색된 측면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찬반도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니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겠죠. 제안자로서 솔직히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현대차 광주형 일자리 잠정 합의의 의미를 2-3가지로 압축한다면.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 정부가 주도한 첫 일자리 정책의 성공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유사한 모델이 다른 지자체에서도 적극 추진될 것으로 봅니다. 자동차 구조개편기에 상대적으로 대응이 뒤떨어진 현대기아차에 활력이 될 것이고, 광주시와 기아차 광주공장이 미래형자동차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장담할 순 없지만 이 모델이 성공하면 해외 투자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처음 광주형 일자리를 구상할 당시에 비해 아쉬운 점도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것 만은 꼭 실현돼야 한다는 게 있다면.

 "노동생산성 제고와 원하청 관계 개선입니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려면 참여를 통한 인간의 자발성 실현, 자존감 획득, 성취감 고취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원청 갑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이나 혁신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에도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투자 협상 초기에 저임금 무노조로 기업을 유치하려다보니 사회적대화로 출발한 광주형 일자리 논의가 교섭과 대결 국면으로 바뀐 측면도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번 투자 협상 과정에서의 사고와 접근 방식을 다 뜯어고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협약 체결 후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현대차 투자만 놓고 볼 때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신설법인이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성이 담보되도록 하려면 경영수지 분석, 공장 설계 등 세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또 노동계를 비롯한 지역사회와의 적극적 소통과 참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광주시 주도로 추진해 왔다면 향후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다시 새로운 설계와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민노총, 현대차 노조, 기아차 노조의 반발도 컸는데, 이에 대한 입장이나 해소책은.

 "상당 부분 오해가 있다고 봅니다. 빛그린산단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면 가장 큰 수혜자는 광주 시민이고 기아차 광주공장입니다. 그런데도 파업에 돌입했다는 것은 이런 전반적인 내용이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대차 노조도 마찬가지인데 일시적인 불안감이야 있겠지만 자동차산업 구조개편기에 이런 변화를 주지 않으면 더 큰 고용 불안이 닥쳐올 수 있다는 점을 충분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광주시가 노조와 더 소통의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현대차를 비롯해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전망은.

 "현대차 투자협약이 체결됐다고 광주형 일자리를 외면하면 이 사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까지 소홀히 했거나 부족했던 점을 적극적으로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지역 내 타 산업과 기업에도 적용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합니다.

 이 일은 광주만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닙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제조업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투자협상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와 기업들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적용한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으로 봅니다."

 -일반 기업투자와 달리 이번에는 광주시가 최대 주주로 참여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 논란, 늘 우려되고 있는데 어떤 안전장치가 필요한지.

 "어떤 일이든 미래를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집단지성의 힘을 필요로 하고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해야 합니다. 함께 결정하면 책임도 함께 나눌 수 있고 대안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지역 사회 각계 각층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직을 시급히 구성해서 방향과 내용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현대차,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과정도 매우 불안했고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으니 오죽하면 저렇게라도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것은 단기처방일 뿐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노동자 참여와 원하청 상생 방안은 특히나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현대차도 과거의 노사관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참여를 보장해야 하고, 원하청이 상생하는 공정경영에 힘써야 합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시면 얼마든지 성공모델과 좋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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