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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영리병원 허가로 입장 선회 배경은?

등록 2018.12.05 16: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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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외국인 대상 조건부 허용 결정

불허 시 한중 외교문제 비화 가능성·지역경제 활성화 등 고려

2005년 시작된 논란 13년 만에 종지부…송도에 미칠 영향 주목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5일 오후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는 조건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내용으로 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2018.12.05.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5일 오후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는 조건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내용으로 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2018.12.05.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5일 외국인 대상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조건으로 허가된 가운데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불허 권고’ 결정을 존중하겠다던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입장 선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료과목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강력하게 처분하겠다”며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도민들이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지사 “공론조사위 불허 권고 최대한 존중할 것”

앞선 지난 10월 4일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는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설립 여부를 두고 진행한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조사결과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대답을 선택한 비율은 58.9%(106명)으로 개설을 허가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38.9%, 70명)을 20.0%포인트 앞섰다. 판단유보는 2.2%(4명)였다.

반대 결정 요인으로는 다른 영리병원들의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의 공공성이 악화할 것 같다는 의견이 66.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유사사업 경험이나 우회투자 의혹 등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 같다(12.3%), 이윤추구에 집중할 것 같다(11.3%) 등이 뒤를 이었다.

공론조사위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제주도에 ‘녹지국제영리병원개설 불허’를 권고했다.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허용진 제주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4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조사 결과 58.9%가 반대해 제주도에 개설 불허를 권고키로 했다"고 밝혔다. 2018.10.04.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허용진 제주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4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조사 결과 58.9%가 반대해 제주도에 개설 불허를 권고키로 했다"고 밝혔다. 2018.10.04. [email protected]


이에 원 지사는 사흘 후인 10월 8일 주간정책조정회의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는 숙의형 민주주의로 제주도민의 민주주의 역량을 진전시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공론조사위의 불허 권고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에는 원 지사가 공론조사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사실상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선언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 지난 3일부터 기류 변화, 한·중 외교문제 비화 등 후폭풍 고려

하지만 지난 3일 원 지사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관련 총괄 검토회의’에서 “숙의형 공론조사위의 권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행정의 신뢰성과 대외 신인도 및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회복을 고려해야한다”고 언급하면서 기류가 변화가 감지됐고 결국 허가로 결정됐다.

원 지사의 입장 선회는 불허 시에 따르는 후폭풍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5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64회 1차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도정질문에서 고현수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원 지사가 최종적으로 불허 결정을 하면 행정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100%”라며 “규모는 800억원에 가깝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원 지사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정부, 제주도, 해당 기업 등 모두가 합법적인 틀에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서) 회피해선 안 된다”며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가 영리병원 건립을 승인하고 중국이 투자해 합법적으로 건설된 병원을 불허할 경우 제주도에 대한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가 있는 데다 지역경제를 살려야한다는 압박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1호 영리병원으로 허가를 신청 중인 제주국제녹지병원 조감도. photo@newsis.com

국내 제1호 영리병원으로 허가를 신청 중인 제주국제녹지병원 조감도. [email protected]


조건부 개설허가 이유에 대해 원 지사는 “국가적인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한편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건전한 외국인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공공의료체계 근간 유지 등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손해배상 문제 ▲병원에 이미 채용된 직원 134명 고용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2005년 본격적인 논의 시작…13년 논란 종지부

국내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처음으로 거론된 것은 지난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다.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 2005년 ‘국내외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문제는 외국영리법인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것을 골자로 제주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어지던 영리병원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가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제출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하면서 불이 붙었다.

뤼디그룹은 총 사업비 778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2만8163㎡의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에 46병상 규모로 지난 2017년 11월 완공하고 의사 등 인력 134명을 채용했다. 지난 8월 28일에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원 지사가 장고 끝에 내린 결정으로 13년간 이어진 영리병원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제주도의 이번 결정이 영리병원 개원을 두고 진통을 겪다 최근 비영리병원을 허가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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