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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당’ 자처한 원 지사, 영리병원 허용에 협치 '무색'

등록 2018.12.06 16: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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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원회 불허 권고 뒤집어…“도민 뜻과 달라”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13일 제주시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6.13.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13일 제주시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6.13.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제주도민당을 자처하며 도민의 입장에서 제주의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선언한 원희룡 제주지사가 숙의형 공론화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뒤집고 영리병원을 조건부 허용하면서 그간 줄곧 강조해 온 협치가 무색하게 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5일 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하는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 제주도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진행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에서 58.9%가 개설에 반대해 불허 권고를 내렸지만 원 지사가 이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공론조사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원 지사는 “도민들이 영리병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고 전문가의 의견과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공론조사를 받아들인 것이다.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뒤집은 원 지사의 결정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 “원 지사가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협치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을 때 가능하다.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협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의장단과 상임의장단 회의를 열어 도의회의 입장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29명도 6일 성명을 내고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숙의형 민주주의 사례로 기록될 공론화위원회의 개설 불허 권고를 뒤집은 것은 도민의 뜻과 민주주의를 일거에 짓밟는 폭거”라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원 지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까지 계획할 정도로 원 지사에게 느끼는 실망감은 큰 상황이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원 지사가 “더 겸손하게 도민 속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이겠다. 도민과 화합하고 도민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도지사가 되겠다”며 제주도민당임을 강조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시 원 지사는 “저는 무소속이기 때문에 제주도의 문제를 제주도민의 시각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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