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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현황은⑥] '현대중공업 공화국' 울산 동구의 몰락…"내년에는 봄이 찾아 오길"

등록 2018.12.09 06:00:00수정 2018.12.17 0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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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울산 동구 방어진순환도로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본사 전경. 2018.12.07.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울산 동구 방어진순환도로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본사 전경. 2018.12.07.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울산 지역경제에 한 축을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이 수주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에 낀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감 부족으로 인한 회사의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인구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상권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현대중공업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부자 도시였던 동구는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고용위기지역으로 잇따라 지정되며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신세로 바뀌었다.

 최근 수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조선업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힘겨운 '보릿고개'를 견디는 지역민들에게 그나마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구유출 '가속화'…떠나는 조선업 근로자들

조선업 불황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울산은 현재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나면서 최저 인구수 기록 갱신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울산의 인구는 117만6895명(내국인 115만6917명, 외국인 1만994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가 가장 많았던 지난 2015년 119만9717명(내국인 117만3534명, 외국인 2만6183명)에 비해 2만2000여명 가량 줄어든 수치다.

특히 대형 조선사와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는 동구지역 인구 감소세는 더욱 도드라진다.

동구의 인구 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 16만8479명(내국인 16만5306명, 외국인 3173명)으로, 조선업 호황기였던 2015년 18만1207명(내국인 17만4693명, 외국인 6244명)에 비해 1만2728명이 줄었다.

이 같은 통계에 울산시 관계자는 "급격한 인구 감소는 일자리 부족에 따른 현상"이라며 "조선업 불황으로 동구지역에 거주하던 조선업 근로자가 타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대거 빠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지난 6일 오후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울산시 동구 방어동 외국인 특화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12.07. piho@newsis.com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지난 6일 오후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울산시 동구 방어동 외국인 특화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12.07.  [email protected]


◇불황 속 얼어붙은 지역 상권…집값 하락 폭 전국 최대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집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근로자들이 대거 거주하던 원룸가는 한 집 건너 빈집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11월 울산지역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83%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0.21%)과 비교해 6.23% 하락한 수치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전세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0.98% 하락해 전국에서 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통합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0.9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업 호황기 시절 월평균 300여건에 달하던 동구지역 주택(아파트) 거래량은 현재 월평균 100여건에 불과하다.

원룸의 경우에도 과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로 계약됐지만, 올해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는 20만~25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퇴근시간 이후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로 넘쳐나던 식당가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주 찾던 동구 방어동 외국인 특화거리에는 '점포임대' 또는 '임대문의'라고 쓰인 안내 문구가 붙어져 있는 가게가 수두룩하고, 그나마 문을 연 일부 식당도 바닥난 매출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역 원룸 공실률이 현재 30% 가까이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은 보증금을 받지 않고 월세만 받는 원룸 주인들도 있다"며 "폐업하는 점포들이 계속해서 늘어나지만 수요가 없어 매매나 임차 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5일 오후 울산시 동구 조선업희망센터 회의실에서 정부 관계자와 동구, 경남 거제, 창원, 전남 목표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용노동부 주관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현장 모니터링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8.12.05. (사진=울산 동구 제공)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5일 오후 울산시 동구 조선업희망센터 회의실에서 정부 관계자와 동구, 경남 거제, 창원, 전남 목표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용노동부 주관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현장 모니터링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8.12.05. (사진=울산 동구 제공) [email protected]


◇보릿고개 넘는 지역민들, "내년에는 따뜻한 봄이 찾아 오길"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단협 협상마저 장기화될 조짐을 보여 지역민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극심한 노사 갈등의 여파로 지난 3년 동안 겪어야만 했던 경기침체 심화 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2016년도 임단협은 2년 동안 표류하다 올해 2월이 돼 2017년도 임단협과 함께 겨우 마무리됐다.

동구 일산동에서 10년 가까이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2)씨는 "저녁이 되면 활기가 돌던 곳들이 요즘엔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며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대부분의 상인들이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이어 "해양사업부(최근 가동이 중단된)가 있는 방어동 쪽에는 저녁시간대 들어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종업원 수와 매장 운영 시간을 줄이며 근근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힘겹게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지역민들은 최근 들려오는 현대중공업의 잇따른 수주 소식에 실날같은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동구 주민 최모(54)씨는 "내년부터는 경기가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는 소식에 긴가민가 한다"면서도 "정부도 회사도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 기대를 가져 본다"고 말했다.

김종문 한국외식업중앙회 동구지부장은 "올해 지역 조선소의 수주 소식이 들리면서 내년에는 주민들의 주름살이 확 펴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등에 업어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 조선소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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