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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경영이야기⑬·끝]한국경제 살 길, 관료조직 혁파·정부조직 혁신

등록 2018.12.09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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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이건희 회장

【서울=뉴시스】 현명관의 경영이야기 <13>

우리는 과거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는 현재의 발판이며 미래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 말입니다. 그때 우리가 어떻게 했는지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당시 우리의 부모형제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고 고민하고 연구했으며, 5000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피땀을 흘렸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노력하면 그 결과와 몫이 내것이 되는 사유재산제도와 열심히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탈락되는 시장경제체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와 달리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우리는 가치관으로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비에트연방의 해체, 해방 후의 우리나라와 북한의 경제 격차 등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가치관을 소중히 그리고 굳건히 지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정부의 정책수립, 시민단체의 활동, 언론기관의 편집 방향, 일반국민의 사고방식 등에서 기본이 되어야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기초가 흔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평등개념에 대해서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의 평등은 열심히 일한 사람이나 안 한 사람이나, 배운 사람이나 안 배운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똑같이 파이를 나눠 가진다는 결과의 평등이 아닙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공부할 수 있는 기회,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 등을 평등하게 주는 기회의 평등입니다(그러나 그 결과는 합리적 수준이어야 합니다)

 문제는 가끔 절대적인 결과의 평등으로 오해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과의 평등은 공산주의식 국가계획경제체제의 산물이며 종국에는 결과의 불평등과 쇠락의 결과를 초래함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또다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그때는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는 꿈, 절실한 염원이 있었고, 이 염원을 구심점으로 온국민을 똘똘 뭉치게 한 통합의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제가 제일이라는 실용주의 정책을 국정의 최우선으로 하였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꿈은 경쟁력과 국가, 기업경영의 출발점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꿈을 가집시다. 왜 우리는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없습니까? 세계 일류국가는 미국, 유럽, 일본만의 전유물입니까? 우리는 될 수 없습니까? 세계일류국가라는 우리의 꿈, 염원을 구심점으로 온 국민이 이념, 지역, 세대를 뛰어넘어 한방향으로 에너지를 결집해야 합니다.

국정지도자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과거를 묻는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통합의 리더십입니다. 그러면 얼마든지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때는, 유능한 관료조직이 경제제일의 실용주의정책과 통합의 리더십을 뒷받침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관료주의를 심화시켰고 규제중심의 경제행정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관료조직을 혁파해야 합니다. 법령과 과거관행, 관례만을 따지고 감사만을 대비하는 기존 관료조직의 혁파없이는 정책의 효율적인 실천은 어렵습니다.

경제 그리고 발전은 미래를 위한 발걸음입니다. 그러나 관료조직의 업무기준인 법령과 관례는 과거산물의 집합체입니다. 미래 예측을 뛰어넘어 미래를 상상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정책 실천조직이 필요합니다.
[현명관 경영이야기⑬·끝]한국경제 살 길, 관료조직 혁파·정부조직 혁신

관료조직을 혁파하고, 정부조직을 혁신해야 합니다. 법령개정과 국회의결, 이해집단간 갈등 등으로 당장 실천이 어렵다면 핵심 정책과제별 전담조직을 1~2년 한시적으로 운영하되 그 구성원은 해당과제 전문가, 기업인, 공무원으로 혼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때는,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이 있었습니다. 못배운 한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려고 논밭 다 팔며 교육시켜 양질의 노동력을 저렴하게 제공,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양질도 아니고 저렴하지도 않습니다.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1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상도 달라졌습니다. 과거는 모방경제였고 선진기업을 따라가는 추종자 입장이었기 때문에 보통수준 이상의 능력과 의욕만 있으면 되었습니다만, 지금은 리더의 입장으로 도약하지 않으면 선진일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그 인재상도 달라져야 합니다. 즉, 창의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합니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파도를 넘으려면 상상력이 풍부하면서 독창적인 발상과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수천명이 수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한사람이 수만명, 아니 수천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으로 미국민 전체를 먹여 살리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일류로 도약하려면 세계일류 인재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세계일류 과학자, 기술자, 디자이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빨리 일류인재 쟁탈전에 뛰어 들어야 합니다. 우선 4차산업혁명시대에 우리의 전략적 차세대 먹거리를 정부, 기업, 학계, 정치귄 등이 머리를 맞대어 범정부적으로 빨리 확정해야 합니다. 그 다음 이런 품목에 대한 현재의 글로벌 갭을 따라잡기 위한 실천전략을 만들고 항목별로 세부적인 액션플랜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세계일류 인재 확보방안과 관련규제 혁파계획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기업, 학계, 정부의 구체적 역할분담 계획도 명료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교육개혁입니다. 학교의 공교육보다 학원의 사교육이 실질적인 주 교육이 되어버렸고 창의력이나 응용능력, 상상력을 키우기보다는 일방적인 주입식 암기위주의 교육방식, 자율적이기보다는 부모에 의한 타율적인 교육현실을 그냥 방치하면 우리 후세대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100년 대계를 위한 교육계획이 시급합니다.

다음은 이민과 외국인 체류비자, 영주권, 국적 등 외국 우수인재 영입을 위한 법적 제도 정비가 꼭 필요합니다. 새로운 시대 사명과 경제제일의 실용주의 정책에 맞게 대폭적인 정비가 필요합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2011년 8월 직접 세계 최고두뇌 1000인 영입계획을 지시하여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하루만에 가족까지 10년 체류비자가 발급되도록 하고 있으며, 입국체류에 가장 보수적인 일본도 우수인재에 대하여는 1년만 체류하면 영주권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과거의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순혈주의, 단일민족이 자랑인 것은 옛날 얘기입니다.

기업의 투자 진흥정책을 과감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경영자 평가항목과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단기 업적주의에 매몰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당기 순이익, 주가, ROE, 캐시플로 등보다는 세계일류 상품 수 또는 격차의 축소, 세계시장 점유율, 차세대 신성장전략품목 개발 등 중장기적 전략항목 중심으로 개편하여 투자심리의 저해요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또 기업은 융복합시대에 맞게 전략품목에 대하여서는 그 실천조직도 본사뿐 아니라 관련 협력업체, 외부 전문가(외국인 포함)까지 포함된 융합체제를 조직하여 실천하여야 합니다.

정부는 이미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투자관련 규제를 혁파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 부처별로 몇 건 규제건수 줄였다는, 미시적이고 형식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프로젝트 또는 부문별로 종합적인 규제폐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예컨대 공장 신증축 관련, 드론 시험비행 관련, 수소자동차 주행 관련, 줄기세포 치료 관련, 모바일 결제 관련식으로 현안 프로젝트나 투자항목 단위로 종합적으로 일거에 그 관련규제를 폐지 또는 한시적으로 유보시키는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의 권고에 의하여 우리 기업에 적용되어온 경영방식, 즉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경영방식에 대하여도 그것이 도전경영과 과감한 투자의사 결정에 지장을 준다면 일부 한정적인 사항, 예컨대 우리의 차세대 신정장동력 같은 경우에는 투자 유인을 위한 보완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필자

필자

원래 글로벌 스탠더드는 강자, 기득권자의 논리이며 무기입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는 글로벌 경쟁력 취득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따라서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 기업 실정에 맞으면서 우리만의 무기가 될 수 있는 한국적 경영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범정부적인 검토를 거쳐 국민적인 콘센서스를 얻어 결정된 차세대 신성장동력인 전략품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예컨대 집단소송, 대표소송, 은산분리규제, 수도권규제 등을 한시적으로라도 그 적용을 유보시키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상의 방안을 실천함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논란과 장애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사고, 패러다임, 방식의 부정이므로 반발과 저항은 당연한 것입니다. 실천을 위해서는 삼성 신경영의 예와 같이 온 국민이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 절대절명의 위기의식을 공유하여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정치권, 언론 등은 이를 앞장서 선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덩샤오핑은 중국경제의 부흥을 위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이념까지도유보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 후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최소한 경제적으로만이라도 중국, 일본으로부터 과거와 같은 능멸을 당하지 않는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이 마무리되어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려 남북경협이 된다면 이는 새로운 변수로서 우리에게는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런 외생변수가 발생되기를 기원합니다. 물론, 북한이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도로의 개혁과 개방을 한다는 것이 전제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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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서울대 법학-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 석사-제주대학 경영학 명예박사, 제4회 행정고시 합격 ▲한국마사회 회장, 한국야구발전연구원 명예원장, 삼성물산 회장,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위원회 위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삼성라이온즈야구단 구단주, 삼성 일본담당 회장, 삼성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삼성그룹 비서실장, 삼성건설 대표이사 사장, 삼성시계 대표이사 사장, 호텔신라 대표이사 부사장, 감사원 부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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